유색인종의 차별을 다룬 영화 그린북 / 헬프
지난 1월에 개봉한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의 [그린북]과 20011년에 개봉했던 엠마 스톤, 바이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주연의 [헬프]는 유색인종의 차별을 다룬 영화다.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제91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북]은 흑인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와 그의 운전기사로 다혈질에다 구라쟁이인 토니 발레롱(비고 몬텐슨)의 특별한 우정을 다루고 있고 [헬프]는 흑인 가정부와 친구가 된 스키터(엠마 스톤)가 차별이 일상화된 그녀들의 인생을 책으로 옮기면서 시작된 유쾌한 반란을 그리고 있다.
두 영화 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시대 배경은 1960년대다. 1863년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이 선포된 지 100년이 지난 시점이건만,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극심했던 모양이다.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자행돼 온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린북]과 [헬프] 의 간략한 줄거리와 후기다.
유색인종의 차별을 다룬 영화 그린북 / 헬프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흑인 돈 셜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투어기간 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백인 토니를 고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가 자못 흥미진진하다.
유색인종의 차별을 다룬 영화 그린북 / 헬프
어디 하나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는 남-남 사이에도 이렇듯 인간미 넘치는 따뜻함으로 서로를 물들여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그린북'은 미국에 흑인 차별이 심했던 시절 그린이라는 흑인 우체부가 유색인종이 안전하게 미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발행한 가이드북을 말한다.
1960년대의 미국은 노예해방선언이 선포된 지 100년이 지난 시점임에도 이런 그린북이 필요할 정도 흑인들을 니그로니 뭐니 하며 여전히 극심하 차별했던 듯하다. 그러니 흑인들은 백인들이 가는 식당에도 못 들어가고 화장실도 같이 못 쓰게 하던 그 시절에 이탈리아인 기사 토니가 운전하는 뒷좌석에 흑인 돈 셜리가 앉아 있는 모습은 백인들뿐만 아니라 흑인들에게도 기괴한 그림이었으리라.
돈 셜리 역을 맡은 마허샬라 알리는 [문라이트]로 2017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인데, 실제 피아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참으로 이성적이고 품위있는 신사로 빈틈없이 무장한 모습이 너무 멋졌다. [캡틴 판타스틱]으로 2017년 새들라이트 남우주연상을 받은 비고 모텐슨이 연기한 구라쟁이 토니도 나중엔 그 기품에 조금(?) 고개를 수그렸을 정도니까. ㅎㅎ
하지만 백인들의 초청을 받아 피아노 연주를 하러 간 호텔에서조차 식당 출입을 금지당해 따로 식사를 해야 했던 돈 셜리다. 그렇다고 흑인들 속에도 마음 편히 끼어들지 못했던 그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어떤 수단으로든 이런저런 선을 그어 차별을 하고 소외시키는 인간의 이런 저열한 속성은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온 문명의 시기를 거치면서도 좀처럼 진화도 안 되나 보다. 아니, 오히려 더 세분화된 갑질로 나타나고 있으니, 뭔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꿈 같은 일일까.
그나저나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재벌들의 차를 모는 기사가 상상 초월의 갑질을 당한다는 뉴스가 잊어버릴 만하면 들려오곤 하는데, 강력파워 기사 토니는 돈 셜리에게 갑질을 당하기는커녕 거꾸로 대놓고 갑질 아닌 갑질을 해대는 듯하니 재미있다.ㅋ
다른 인생은 꿈도 꿔보지 못한 채 가정부가 되어 17명의 백인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봤지만 정작 자기 아들은 사고로 잃은 에이빌린은 스키터에게 살림 노하우를 알려주던 중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자신과 흑인 가정부들의 인생을 책으로 써보자는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때마침 주인집 화장실을 썼다는 황당한 이유로 쫓겨난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가 차별과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불법이 되고 생명을 위협받는 시대에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고, 그녀들의 용기있는 고백은 세상을 발칵 뒤집을 만한 책을 탄생시킨다.
신파 없이도 따스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아름다운 영화였다. 이 영화 역시 배경이 되는 시대가 1960년대여서 무척 놀랐다. 노예해방선언이 선포된 지 100년이 지났건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던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같은 화장실 혹은 변기조차 쓰기를 꺼리는 백인 여성들이 흑인 가정부의 손에 자기 아이들을 맡겨 기르고, 그들이 만든 요리로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색인종 아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의 자선행사를 여는 모순된 행동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녀들 또한 여성으로서 성차별을 받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우습기 짝이 없다.
그러고 보면 인류 역사는 가히 차별의 역사라 할 만하다. 특히 인종차별의 역사.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시절을 겪으면서 극심한 인종차별을 당했지만, 전 세계 어디서나 끊임없이 자행돼 왔던 것이 바로 인종차별이다. 같은 인간끼리, 잘나봐야 오십보 백보인 주제에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인간의 저급한 속성은 세월이 흘러도 도무지 바뀔 줄을 모르나 보다.
엠마 스톤과 제시카 차스테인이 돋보였다. 하지만 그녀들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준 사람은 바이올라 데이비스와 옥타비아 스펜서였다. 차별과 편견은 그렇게 용기를 낸 사람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조금씩이나 부서져 나가는 것이리라.
영화 속에서 당찬 가정부 역을 맡아 웃음까지 선사하는 옥타비아 스펜서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도 출연하여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곁을 지키는 믿음직한 동료 젤다 역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이기도 하다.
이상, 유색인종의 차별을 다룬 영화 그린북 / 헬프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