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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샐리 호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내 사랑

샐리 호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내 사랑

 

샐리 호킨스는 영국 여배우로 제66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자다. 그녀가 맡아하는 연기는 대부분 외롭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따뜻이 감싸는 인간미 넘치는 역이다. 우디 앨런 감독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블루 재스민]에서는 초호화판으로 살던 언니가 쫄딱 망해 돌아와 여전히 잘난 척을 해대는데도 따뜻이 받아주는 여동생 진저 역을, 모건 매튜스 감독 에이사 버터필드 주연의 [네이든]에서는 수학천재이자 자폐아인 특출한 아들을 기르느라 힘들지만 사랑과 이해로 잘 견디는 엄마 줄리 역을 맡았다.

 

그리고 폴 킹 감독의 [패딩턴 1]과 [패딩턴 2]에서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집 없는 곰돌이 패딩턴을 집으로 데려가 함께 지내게 해주고, 나중엔 패딩턴이 감옥에 들어가게 되는데도 누명을 쓴 것으로 믿고 끝까지 돕는 따뜻한 매기 아줌마 역을 맡았다.

 

샐리 호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내 사랑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는 보기만 해도 도망가고 싶어질 흉측하기 그지 없는 괴물과 서로를 위로하는 사랑을 나누고, 에이슬링 월쉬 감독의 [내 사랑]에서는 재수없을 만큼 무뚝뚝한 남자(에단 호크)를 만나지만 집안이든 어디든 빈 공간에 예쁘고 화사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그와 작은 사랑을 키워나가는 인내심 강한 여인 모드로 출연한다.

 

하나하나 캐릭터가 강하고 특별한 연기를 필요로 하는 것도 있어서 쉽지 않은 역이지만, 턱 믿고 볼 수 있을 만큼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참으로 매력적인 샐리 호킨스다. 다음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내 사랑] 후기다.

 

샐리 호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내 사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샐리 호킨스 / 마이클 섀년 / 리처드 젠킨스 / 옥타비아 스펜서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의 곁에는 수다스럽지만 믿음직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서로를 보살펴주는 가난한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가 있다. 
 
어느 날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오고,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에게 이끌려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음악을 함께 들으며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목격한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는 그 생명체에게 지능 및 공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험실의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그를 해부하여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한다. 이에 엘라이자는 그를 탈출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목소리를 잃은 청소부 엘라이자와 비밀 실험실에 갇힌 괴생명체와의 만남을 그린 경이로운 로맨스 판타지에서 샐리 호킨스는 한 마디 대사 없이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여 인생 최고의 열연을 펼쳤다.

 

 

아름다운 외모가 중요할까? 아니면 아름다운 마음이 중요할까? 물론 할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외모와 아름다운 마음 모두 갖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리라. 그런데 그 이전에 아름답다는 것의 정의는 뭘까? 누구나 아름다운 걸 좋아하고 아름답기를 바라지만, 그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이나 관점이 백 퍼센트 일치하는 것은 아니니 밀이다.

 

이처럼 어떤 것에 사랑을 느끼는가 하는 사람의 마음도 다 똑같은 것 같아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의 모양이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사랑의 모양 역시 어떤 마음에 담기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느사람들 눈엔 그저 흉측한 괴물로 보일 뿐인 괴생명체가 엘라이자의 눈엔 마음을 나누고 돕고 싶은 사랑의 상대로 보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으리라. 셰이프 오브 워터, 셰이프 오브 러브다.

 

 

사실 괴물은 실험실의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아닐까? 실제로 비뚤어지고 독선적이고 독설꾼인데다 갑질도 만만치 않은 그의 잘생겼다면 잘생겼달 수 있는 얼굴은 영화를 봐나가는 동안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듯했다. 

 

외모는 괴물 같아도 마음이 선한 사람과 외모는 아름다워도 마음은 괴물 같은 사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사람을 골라야 할까? 결코 대답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외모는 눈에 보여도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까. 마음의 눈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니까. 다만 확실한 것은, 외모는 아름답지만 마음이 괴물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은 지옥이 되리라는 것뿐.

 

 

내 사랑 샐리 호킨스 / 에단 호크

 

세상에서 가장 작은집에서 만난 에버렛(에단 호크)과 모드(샐리 호킨스). 혼자인 게 익숙했던 이들은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깊은 사랑을 하게 되고 서로의 사랑을 풍경처럼 담는다. 샐리 호킨스는 실제로 그림 수업을 받으며 모드가 환생한 듯 완벽한 연기를 펼쳐보인다.  

 

그녀가 맡은 모드는 몸은 불편하지만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로 가족들의 구속과도 같은 보살핌을 벗어나 에버렛의 가정부로 일하게 되면서 그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다.  

 

 

처음 만났을 땐 겨자씨만했던 에버렛의 사랑은 어느덧 자라 큰 나무가 되었지만, 이제 그 사랑을 쏟을 모드는 그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게..있을 때 좀 잘하지.

 

"왜 당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라는 에버릿의 고백은 그가 그 동안 모드에게 잘못한 모든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회환에 찬 말이다. 그러게..있을 때 잘해 줬으면 좀 좋아..

 

지난 설움을 모두 잊고 사랑받았다는 기쁘고 행복한 기억만으로 생을 마감하는 모드를 어찌 불행한 여인이라 할 수 있을까? 좀 민망하긴 해도 <내 사랑>이라고 부를 만하다. 사실 이 영화의 원제는 Maudie다. 이 제목을 <내 사랑>으로 붙여놓고 모드가 온갖 구박을 다 받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잠시 어떻게 이런 제목을 붙일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했었다.   

 

 

집안 손닿는 데 어디든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통해 세상과 교류했던 모드, 거칠고 무뚝뚝하고 동정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보이는 에버릿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진심을 알아보고 그 곁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맑은 영혼을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그 모드 역을 샐리 호킨스는 씽크로율 거의 백 프로로 완벅하게 보여준다.

 

그나저나 <비포 시리즈>의 훈남 에단 호크는 생선장수도 되는구나. 멋대가리없었던 그는 투박하지만 진정어린 사람의 로맨스 가이가 되어 모드의 마지막 길을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이제 홀로 남았어도 모드와의 기억으로 예전처럼 얼음장 같은 마음으로는 살지 않겠지.

 

다음은 [내 사랑]의 실제 주인공인 캐나다의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이다. 나이브 화가란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미학적 원칙에서 벗어난 형식을 창조해 내는 미술가라고 한다. 

 

모드 루이스

 

모드 루이스는 태어났을 당시엔 여느아이와 별차이가 없었지만 8세부터 턱의 발달이 멈추면서 성장이 느려졌다. 어머니는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시켰고, 어릴 때부터 창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관찰하며 사는 남다른 시절을 보냈다.

 

그 후 2년에 이어 부모를 떠나보낸 모드는 딕비의 고모 집으로 갔고,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은 신문광고를 본 곳도 그곳에서였다. 그녀가 본 광고는 에버렛 루이스라는 남자가 자기 집을 돌봐줄 가정부를 구한다는 것이었고, 운명처럼 만난 에버렛과 34세에 결혼했다. 모드는 에버렛과 함께 걸은 사랑의 여정을 작은 집에 그림으로 그려넣었고, 부부가 살았던 작은 집은 현재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복원돼 캐나다 노바스코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모드의 작품세계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솔직함이 묻어났고,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화폭에 쏟아낸 내면의 기쁨만큼은 누구보다도 생기발랄하고 선명했다. 모드는 훗날 “어차피 여행은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손에 붓이 쥐어져 있고 눈앞에 창문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고 회고했으며,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매력을 지닌 많은 작품을 탄생시켜 많은 전문가와 미술애호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상, 샐리 호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내 사랑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