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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합리화 똑똑한 사람도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속는 이유

의도적 합리화 똑똑한 사람도 가짜 뉴스허위 정보에 속는 이유

 

자기합리화란 건강하지 못한 '의도적인 거짓말'로 창피스러움을 모면하고자 하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반응입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신포도 이야기'가 대표적 예입니다. 높이 달린 포도를 따먹어보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안 되자 "저건 신포도야. 따서 먹어봐야 시어서 못 먹을 게 분명해"라며 돌아서는 여우가 그런 예이지요.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이런저런 핑계를 늘어놓으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을 '의도적 합리화'(Motivated reasoning)라고 합니다. 이 의도적 합리화에 대해 [결정 마음먹은 대로 흔들림 없이)의 저자이자 '결정 전문가' 애니 듀크가 상세히 설명해 놓은 글이 있어서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기합리화의 늪에 빠져 바람직한 선택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의도적 합리화 똑똑한 사람도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속는 이유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가 통하는 이유

 

어떤 믿음이 자리를 잡으면 몰아내기가 힘들어진다. 그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가 되어 우리로 하여금 믿음을 확인시켜 줄 증거들을 찾아내게 하고, 그 증거의 정당성을 거의 의심하지 않게 만든다. 또 믿음과 모순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만든다. 이렇듯 비이성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패턴을 의도적 합리화라고 한다. 

 

의도적 합리화를 가장 명백하게 보여주는 예는 바로 가짜 뉴스허위 정보다. '가짜 뉴스'라는 개념, 즉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주입시킨 의도적인 거짓 이야기는 사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허위 정보는 특정 이야기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해 사실 요소를 일부 곁들인다는 점에서 가짜 뉴스와는 조금 다르다.

 

가짜 뉴스가 통하는 것은 이미 그 이야기와 일치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뉴스에서 제시된 증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위 정보는 더욱 강력하다. 거기에 포함된 확인 가능한 사실들이 그 정보가 검증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퍼져나가는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의도적 합리화 똑똑한 사람도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속는 이유

 

 의도적 합리화를 부추기는 인터넷, 소셜 미디어  

 

가짜 뉴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믿음은 바꾸기 어렵다. 가짜 뉴스의 효능은 그것이 표적으로 삼는 시청자(독자)들이 이미 가진 믿음을 더욱 단단히 자리잡게 하고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의도적 합리화가 마음껏 뛰놀고 자랄 수 있는 운동장과 같다.

 

인터넷에는 훨씬 다양한 정보의 원천과 견해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믿음을 확인시켜 주고 우리와 의견을 같이하는 정보에 마음이 끌리게 되어 있다. 마치 아이스크림가게에 가면 별의별 맛이 다 있지만 늘 먹던 메뉴만 고집하는 것과 같다. 이보다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소셜 미디어다. 많은 소셜 미디어 매체들이 우리가 이미 좋아하는 것들을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가 일라이 패리저는 [생각 조종자들]에서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 이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우리를 우리가 이미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계속 밀어붙이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검색하는 것, 읽는 것, 그리고 친구나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들이 검색하고 살펴보는 것들을 수집해서 우리가 선호할 만하다고 예측한 헤드라인과 링크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웹사이트들이 우리의 의도적 합리화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자신의 믿음과 다른 정보는 무시하거나 믿지 않는다

 

심지어 믿음과 어긋나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때에도 우리는 그것이 믿음을 방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자신을 좋게만 생각하고, 인생의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중이라고 느끼고 싶어한다. 스스로가 '틀렸다'는 생각은 그런 긍정적인 스토리에 들어맞지 않는다.

 

자신의 믿음을 100퍼센트 옳다, 혹은 100퍼센트 그르다고 여긴다면, 우리의 믿음을 반박하는 새로운 정보에 접했을 때 우리에게는 단 두 개의 선택지만 있을 뿐이다.

 

1) 우리 자신이 '100퍼센트 옳다'에서 '100퍼센트 틀리다'로 대대적인 의견 수정을 한다.

2) 새 정보를 무시하거나 믿지 않는다.

 

스스로 틀리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레 2)를 택한다. 우리의 생각과 다른 정보는 곧 우리 삶에 대한 공격이기에 그런 위협을 몰아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편향에 더 취약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똑똑한 사람일수록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를 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들은 정보가 어디서 나오는지 분석하고 이성적으로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똑똑하다는 것은 정보를 처리하고, 어떤 주장의 질과 그 출처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실력이 더 낫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똑똑한 사람들이 더 심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해 줄 이야기를 구성 하는 실력이 좋고, 데이터를 자신의 주장이나 시각에 부합되도록 짜맞출 수 있다. 의도적 합리화에 대한 예일대 로스쿨 교수 댄 케이헌의 연구도 똑똑한 사람이 편향에 더 잘 맞서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것에 더 취약할 수도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심지어는 숫자에 능할수록 그 숫자가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도록 곡해하는 일에도 능해진다고 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진실 추구를 목표로 할 때조차 자신의 믿음을 지키도록 만들어졌다. 이것은 똑똑하고 자신의 비합리성을 아는 것만으로는 편향된 합리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아니, 똑똑함은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까지 한다.

 

이상, 의도적 합리화 똑똑한 사람도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속는 이유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