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부모의 아바타가 아니다
요즘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화제여서 지금까지 방영된 부분을 몰아보았다. 학력이며 경제력이며 명예며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다 갖춘 부모들이 자신들처럼 자식을 키우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올인하는 모습이 상상 이상이어서 놀라웠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문제는 그 사랑이 자식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전달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부모에 대한 원망과 적개심을 키우고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식에 대한 사랑은 넘치지만 존중하는 마음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자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장차 자라서 뭘 하고 싶은지 단 한 번도 물어본 적 없이 오직 부모의 계획하에 로봇처럼 움직이게 하면서 그것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식은 결코 부모의 아바타가 아닌데 말이다.
자식은 부모의 아바타가 아니다
■ 존중해 주세요, 가까워도 남이잖아요
고객경영연구소/가정행복연구소 이성동 소장과 한국건강가정진흥협회 김승회 대표가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원천인 <존중>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 펴낸 신간 [너도 옳고 나도 옳다 다만 다를 뿐]에도 이런 아버지의 사례가 나온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S사에서 해외 법인장을 지낸 서종호씨(가명, 59세)인데, 아들이 H대 컴퓨터공학과에 다니다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아버지에게 알리지도 않고 연극영화과로 전과를 한 바람에 분노한 일이다. 더우기 어머니와 누나는 알고 있는데 자신만 몰랐던 것에 더 큰 충격과 분노, 배신감과 소외감마저 느끼는 서종호씨다.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에게 그 말을 할 수 없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평소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강해 아버지가 결정한 일은 무조건 따라야 했고, 아들에 대한 집착 또한 강해서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자신처럼 임원이 되고 CEO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밀어붙여왔기 때문에 차마 의논조차 할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이런 서종호씨에게 아들에 대한 사랑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니, 그 사랑은 넘칠 만큼 많다. 그러나 아들을 사랑하는 것만큼 존중하지는 않는 게 분명하다. 평소 아들을 존중해 왔다면 아들이 아버지 몰래 그런 일을 할 리 없기 때문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아바타가 아니다. 제아무리 아들을 사랑한다 해도 존중이 없는 사랑은 집착일 뿐이다.
자식은 부모의 아바타가 아니다
■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천은 바로‘존중’이다
하버드대 ‘성장발달연구’의 최종 주관자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라고 말했다. 성공도 실패도, 행복도 불행도 모두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카네기공대의 연구결과도 성공조건의 85퍼센트는 인간관계를 잘 맺는 데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흔히 공감, 소통, 배려, 사랑, 우정, 신뢰 등을 꼽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존중’이다. 왜 존중이 공감이나 소통, 배려, 사랑, 우정, 신뢰보다 중요할까?
그것은 존중 없는 공감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이고, 존중 없는 소통은 속빈 강정이며, 존중 없는 배려는 체면치레이자 생색내기이고, 존중 없는 사랑은 일방적인 집착이기 때문이다. 또 존중 없는 우정은 빛좋은 개살구이고, 존중 없는 신뢰는 뿌리 없는 꽃과 열매와 같기 때문이다. 즉 공감, 소통, 배려, 사랑, 우정, 신뢰라는 인간관계의 중요한 원천도 존중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공중누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존중은 '상대와 나의 다음'을 인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존중하고 존중받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잔소리, 폭언으로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또한 타인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거나 무관심한 상태로 사는 것, 타인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도 않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도 않는 삶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주관이나 가치관, 취향대로 살아가려 하면서 타인의 주관과 가치관, 취향은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중은 ‘상대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존중의 첫걸음은 은 “너도 옳고 나도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서로의 관점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순리에 따라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이 강물이지만, 강물이 반드시 순리대로만 흐르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막혀도 돌아가지 않고, 갇힌 만큼 나눠주지도 않으며 받은 만큼 채워주지도 않는다. 최악의 경우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기도 한다.
부모와 자녀간, 배우자, 직장 상사, 친구나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는 강물처럼 되기 십상이다. 이런 강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의 생각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너도 옳고 나도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 존중의 첫걸음이다.
■ 몸이 익혀야 한다
요즘 행복의 교과서처럼 소개되곤 하는 덴마크의 행복 원인에 대해 잘 갖춰진 사회복지제도와 ‘휘게’(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를 중시하는 고유문화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원천이 있다. 바로 ‘교육’이다. 그들은 정규수업 과정에서 친구들의 감정을 익히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타인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관계의 기술'을 배운다. 존중 없는 배려나 공감, 소통, 배려, 사랑, 우정,신뢰는 결코 행복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도 가정이나 학교, 직장에서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자녀든 배우자든, 부모형제든 친구든, 제자든 상사든, 부하직원이든 상대의 생각과 말, 행동, 습관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를 배워야 한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 행동의 40퍼센트는 뇌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습관의 산물이라고 한다. 따라서 몸이 익힐 때까지 상대를 인정하는 습관이 몸에 밸 때까지 익혀야 한다. 그 길만이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로부터 존중받는 지름길이다.
■ 존중이 깊어지면 존경의 싹이 돋는다
존중이 없는 관계에서는 불평불만, 불신, 무시, 학대, 폭언, 폭력, 분노가 나타난다. 그로 인해 서로 갈등하며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 게다가 이런 갈등과 상처는 주로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그 어떤 관계든 존중 없는 사랑이나 배려는 진정성이 없다고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다. 상대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 줘야 하는데 무시하거나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중이 깊어지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그릇에 존중하는 마음을 넘어 존경의 싹이 돋아나게 만들 수 있다. 마지막 전철을 놓쳐도 집에 갈 대안은 있다. 심야버스를 타든지 아니면 택시를 타면 된다. 이도저도 안 되면 걸어서라도 가면 된다. 하지만 사람을 놓치면 대안이 없다. 이 세상 어디서도 다시 만나기 힘들다. 70억 인구 중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꽉 붙잡을 수 있는 솔루션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그 사람을 존중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는 것이다.
이상, 자식은 부모의 아바타가 아니다입니다. 도움이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