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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서치 존 조 미셀 라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부모의 사랑

서치 존 조 미셀 라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부모의 사랑

 

서치 존 조 미셀 라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부모의 사랑

 

어느 늦은 밤 데이빗(존 조)은 깊이 잠들어 있다가 딸 마고(미셸 라)가 걸어온 전화를 받지 못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등교한 줄 알았던 딸과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불안해진 그는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다.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한 가운데 실종된 날 밤 마고가 향하던 곳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낸 곳은 다름 아닌 딸 마고의 노트북이다. 데이빗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에서 현실에서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딸의 행방을 찾아나가는데, 뜻밖에도 신분증을 위조한 사실이며 그 동안 피아노학원에 계속 가는 척하면서 모은 레슨비 2,500달러를 어디론가 송금한 일 등 전혀 평소의 딸이 벌인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황들이 포착돼 데이빗을 아연케 한된다.  

 

 참신하고 독특하고 독창적인 연출

 

서치 존 조 미셀 라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부모의 사랑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영화 [서치](Searching)는 이렇듯 느닷없이 사라진 딸 마고를 추적하는 아빠 데이빗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데이빗이 실종된 딸의 흔적을 추리해 나가는 모든 과정이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 출신 감독답게  OS 운영체제와 모바일, CCTV 화면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참신하고 독특하고 독창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배우들을 비롯하여 맥북의 작고 제한된 화면이 자칫 관객들의 흥미를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감독은 이를 깨끗이 불식시켰다. 그가 누구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이러한 새로운 장르를 성공시킨 데에는 1991년생, 현재 만 27세, 우리나라 나이로 쳐도 28세라는 젊은 나이도 크게 한몫했으리라고 여겨진다. 페이스북부터 텀블러(tumblr), 1인 미디어 방송, 영상통화 같은 현대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축복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잘못 사용하면 자칫 재앙이 될 수도 있지만.) 

 

 검색하면 다 나와!

 

존 조(마고의 아빠 데이빗 역)

 

벌써 10여 년 전 일이지만, 개그콘서트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코너에서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유행어가 나와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적이 있었다. 그 코너를 보면서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사실'이 진짜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좀 충격을 받기도 했었다. 어떤 문제를 일으키거나 범죄를 저저른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까, 개인의 행적에 대해 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그야말로 조사하면 뭐든 다 나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스스로 알고 있는 자신의 정보보다 조사해서 밝혀진 정보가 그 양도 더 많고 더욱 정확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조사하면 다 나와!"라던 그 유행어처럼 이 영화 [서치]에서는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다 나오니 "검색하면 다 나와!"라는 말을 유행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니, 요즘 같은 세상에 검색하면 다 나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이 영화가 딸의 실종사건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검색(Searching)으로만 만들어졌다는 참신함이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다. 

 

 할리우드 한국계 배우로 올 캐스팅

 

미셸 라(데이빗의 딸 마고 역)

 

[서치]는 존 조, 미셸 라, 사라 손, 조셉 리 등 모두 한국계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점도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딸의 노트북에서 단서를 모으는 아빠 데이빗 역은 ‘스타트렉’ 시리즈로 국내외 관객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존 조 가 맡았고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홀연히 사라져버린 딸 마고 역은 미셸 라,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 파멜라 역은 사라 손이 맡았다. 그리고 데이빗의 동생이자 마고의 다정한 삼촌 피터 역은 조셉 리가 맡았다. 한 작품 안에 이토록 많은 한국계 배우들이 출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후문이다. 

 

사라 손(마고의 엄마 파멜라 역)

 

조셉 리(마고의 삼촌 피터 역) 

 

아니쉬 차간티 감독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존 조를 캐스팅한 후 그에 맞춰 다른 배우들도 한국인 설정으로 바꿨는데, "존 조와 함께하려고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가 주인공이니 당연히 한국계 미국인 가정이 등장해야 했다. 예전에 IT 기업이 많은 곳에 살았고, 우리 가족과 친하게 지낸 한국 가족들도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캐스팅되기도 쉽지 않은데, 가족 전체가 화목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보통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영화에 나오면 가족으로부터 멀리 떠나는 설정이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가족으로서 그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은 게 자랑스러웠다. 촬영하면서도 가장 좋은 부분이었고,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될 때도 그 점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부모의 사랑 - 부성애와 모성애

 

 

이처럼 [서치]는 컴퓨터 화면으로만 구성된 새로운 촬영기법을 선보이고 또 SNS를 통한 현대적 방법으로 딸의 실종을 추적해 나간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아무리 타인의 (그것이 부모일지라도) 간섭과 통제를 거부하는 개인주의로 바뀌고, 실종된 사람을 찾는 방법도 이렇듯 현대적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그 중심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부모의 사랑이 엄연히 존재해 있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주고 있다. 실종된 딸을 찾아나서는 애끓는 부모의 사랑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닌 소중한 가치라는 깨달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참으로 훌륭한 아빠 데이빗은 딸이 가출했다는 말도 받아들이지 않고, 또 실종됐다는 것도 믿지 않고, 심지어 딸을 살해한 범인임을 주장하며 자수를 한 사람이 나타나도 믿지 않고 스스로 딸을 찾아나선다. 물론 그 믿음은 그가 제멋대로 쌓아올린 모래성 같은 믿음이 아니다. 어린시절부터 딸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딸에 대한 더없는 사랑과 신뢰를 가지고 있던 아빠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감히 부성애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만한 데이빗이다. 

 

 

이 영화에는 또한 모성애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만한 엄마도 나오는데, 다만, 그 사랑이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나간 점이 몹시 안타깝다. 

 

하나뿐인 딸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10년간 전국을 찾아 헤매다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를 만나 함께 딸을 찾는 여정에 나선 이성민 주연의 [로봇, 소리]도 생각나게 하고, 또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이 저지른 살인을 덮기 위해 살인과 방화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른 아이가 자기 아들 대신 죄를 덮어쓴 것을 알고도 밝히지 않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악랄한 모성의 끝을 보여준 김혜자 원빈 주연의 [마더]도 떠오르게 했던 [서치]다. 

 

이상, 서치 존 조 미셀 라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부모의 사랑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