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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 리뷰 골든 슬럼버 궁합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 7년의 밤

 

영화 리뷰 골든 슬럼버 궁합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 7년의 밤 

 

 

[골든 슬럼버 궁합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 7년의 밤] 등 5편의 영화 리뷰입니다. [골든 슬럼버]의 강동원, [궁합]의 심은경과 이승기,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손예진과 소지섭, [7년의 밤]의 장동건과 류승룡 등 한 편 한 편 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들입니다.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이지만, 주제와 스토리도 다양해서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 다른 백인백색의 삶을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골든 슬럼버 2018년 2월 14일 개봉 / 강동원 김의성 한효주 / 노동석 감독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건우(강동원)라는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다. 거대한 권력에 의해 평범한 소시민의 삶이 어떻게 조작되고, 또 한 사람을 둘러싼 이미지가 어떻게 완벽하게 가짜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덕분에 이미지의 위력, 특히 가짜 이미지의 위력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려운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성실하고 정 많은 건우는 어느 날 이런 착한 심성을 역으로 이용한 조직의 손쉬운 타깃이 되어 대통령 유력 후보의 암살 용의자가 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무력하게 쫓길 뿐이었던 건우는 점차 자신을, 그리고 친구들을 위해 서서히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없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주변사람들은 하나둘씩 건우에게 등을 돌리지만, 그 와중에도 끝까지 그를 믿고 지켜주는 오랜 친구 선영(한효주) 등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옅어져 가는 각박한 시대에 우리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원작은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장편소설 [골든 슬럼버]이며, 비틀즈의 명곡 <골든 슬럼버>의 선율이 도입부부터 흐른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도 '황금빛 졸음'(Golden Slumber)이라고 직역되는 영화 제목도, 비틀즈의 <골든 슬럼버>라는 곡이 영화에 쓰여진 이유도 좀 아리송하다. 게다가 언제나 훈남의 이미지가 철철 흘러넘치는 강동원의 잘생긴 얼굴도 이 영화에서는 왠지 찌질하고 못나보인다. 어쩌면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알지 못할 세력에게 쫓겨야 하는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 역을 그만큼 잘 해낸 것일까?

 

함께 쫓기는 상황에서 전직 요원 민씨(김의성)가 건우를 향해 아무 말이나 덥석덥석 믿지 말라고 하자 "그래서 행복한가요? 손해 좀 보고 살면 안 되나요"라고 외치듯 되묻던 건우의 말이 이 영화의 주제인 것 같은데, 맞나 모르겠다. 아무런 강약도 없이 그저 나열 일색이기만 한 장면 장면들이 무척이나 지루하게 흘러가서 점심식사 이후에 보면 말 그대로 황금빛 졸음, 나른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오수(午睡)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궁합 2018년 2월 28일 개봉 / 심은경 이승기 김상경 / 홍창표 감독

 

극심한 흉년이 지속되던 조선시대, 송화옹주(심은경)의 혼사만이 가뭄을 해소할 것이라고 믿는 왕(김상경)은 대대적인 부마 간택을 실시하고,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은 부마 후보들과 송화옹주의 궁합풀이를 맡게 된다.

 

한편 사나운 팔자로 소문나 과거 혼담을 거절당한 적이 있는 송화옹주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부마 후보들의 사주단자를 훔쳐 궐 밖으로 나가 후보들을 차례로 염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송화옹주가 사주단자를 훔친 궁녀라고 오해한 서도윤이 사주단자를 되찾기 위해 그녀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면서 좌충우돌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예나 지금이나 궁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사그라들 줄을 모르는 것 같다. 하긴 평생의 짝을 만나는 일인데, 사실이기만 하다면 궁합을 안 믿을 사람은 없으리라. 그렇다 해도 그 옛시절에 자신과 혼인할 부마 후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궐을 나서는 송화옹주의 배짱이 참으로 놀랍다.

 

거기다가 마음에 드는 신랑감을 만나자 왕인 아버지에게 "인생에 사랑 말고 더 중요한 것이 뭐 있겠습니까?"라며 사랑을 찾아 스스로 궐 밖으로 나오는 용기 또한 놀랍기 그지 없다. 그런 용기에 남녀를 가릴 바는 아니지만, 그 시대에, 남자도 아닌 여자가 누구도 누리기 힘든 부귀영화를 가차없이 내던져버리고 사랑을 선택했으니 아마 오래도록 잘 살았을 거라고 믿어본다.

 

 

 리틀 포레스트 2018년 2월 28일 개봉 /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 임순례 감독

 

김태리를 보면 느껴지는 청량함과 [리틀 포레스트]는 너무나도 닮아보였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자연을 찾는 이유, 그리고 그 자연에서 실제로 재충전의 힘을 얻게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였다. 할 수만 있다면 하루 24시간, 1년 열두 달, 사시사철을 리틀 포레스트의 여주인공 혜원(김태리)처럼 사는 게 지극히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했다. 또 삶에서 <먹는 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경건한 일인가 하는 작은 깨달음도 다가왔다. 

 

시험, 연애, 취업,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은숙(진기주)을 만난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은숙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혜원은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면서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혜원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새로이 내디딜 큰 힘을 얻는다. 

 

딸 혜원에게 맛있는 음식과 추억을 남기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훌쩍 떠나버린 엄마 역을 맡은 문소리의 캐릭터가 참 독특했다. 보통 엄마라고 하면 떠오르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모성애를 버리고, 부모자식의 관계라기보다는 마치 인생의 선후배 관계인 것처럼 자신이 앞서간 길을 하나하나 알려주며 뒤쫓아오도록 만드는 새로운 유형의 모성애를 보여준 문소리다.

 

최근 자식들에게 너무 집착이 심해서 빚어지는 많은 불상사들도 문소리 같은 부모를 만난다면 더 이상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앞서가되, 이따금 뒤돌아서서 지켜봐주고,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되도록 줄이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인생 선배이자 부모인 사람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겠구나 싶었다. 이 영화는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일본의 인기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18년 3월 14일 개봉 / 소지섭 손예진 / 이장훈 감독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했고 그녀를 잃은 후 단 한 순간도 사랑하기를 멈춰본 적 없는 우진의 곁에 기억을 잃은 모습으로나마 나타나자 우진은 하루하루를 꿈 같은 행복 속에서 살아간다.

 

우진이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되짚으며 점점 더 서로가 애틋해지는 두 사람은 함께했던 긴 시간만큼 깊었던 사랑과 자석에 이끌리듯 제자리를 찾아가지만, 수아의 기억이 온전히 되돌아온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따라야 하기에 슬픔과 안타까움이 크다.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본 느낌이었다. 잔인하고 잔혹한 스릴러나 액션물이 판을 치는 속에서 이렇듯 감성 돋는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본다면 (자주 볼 수 있게 될지 어떨지는 몰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애틋한 감성을 잃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손예진의 고운 미모가 돋보였고, 소지섭이 무뚝뚝하면서도 덩치 큰 순둥이 역을 잘 해주어서 두 사람이 함께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7년의 밤 2018년 3월 28일 개봉 / 장동건 류승룡 / 추창민 감독  

 

[7년의 밤]은 최근 [슈츠]라는 드라마에도 출연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장동건이 연기파 배우 류승룡과 함께 출연한 영화다. 장동건은 영화에서 시종일관 음습하고 살벌하다 못해 악마 같은 표정으로 딸을 잃은 아빠의 모습을 잘 표현해 주었는데,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이 마치 드라큘라 백작이 되살아나기라도 한 듯했다.

 

인적이 드문 세령마을의 댐 관리팀장으로 부임한 최현수(류승룡)은 가족이 지낼 사택을 보러 가는 날, 안개가 짙게 깔린 세령마을 입구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갑자기 뛰어나온 여자아이를 쳐 교통사고를 낸다. 너무 놀란 현수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호수에 아이를 유기한다.

 

한편 아이의 실종으로 마을은 발칵 뒤집혀 수색작업이 시작되고,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딸을 보자 광기어린 분노에 사로잡힌 마을 대지주이자 아이의 아버지인 오영제(장동건)은 이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직접 범인을 찾기 위해 증거를 모으기 시작한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영화로 재탄생시킨 것인데, 살해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오영제 역을 맡은 장동건의 연기 변신이 신선하다. 특히 장동건은 광기어린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물로 거듭나기 위해 머리를 밀고, 나이가 들어보이도록 분장을 하는 등 극단적인 비주얼 변화를 시도하며 극악무도한 오영제를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그 애쓴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부족할 것 없이 다 가진 마을 대지주가 대체 왜 그토록 그악스럽게 느껴질 만큼 복수심에 불타올라야 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감히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데 대한 분노였을 테지만, 자식은 부자와 가난한 자, 지위가 높은 자와 낮은 자, 권력을 쥔 자와 아닌 자의 구별 없이 누구에게나 더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눈앞을 가린 탓이리라. 

 

이상, 영화 리뷰 골든 슬럼버 궁합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 7년의 밤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