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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 리뷰 강철비 1987 그것만이 내 세상 염력 흥부

 

영화 리뷰 강철비 1987 그것만이 내 세상 염력 흥부  

 

 

지난해 말과 올초에 개봉했던 영화 [강철비 1987 그것만이 내 세상 염력 흥부] 리뷰입니다. 그 동안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많아서 영화를 보고도 리뷰를 쓰지 않았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덧 기억에서도 차츰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편 한 편 다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영화 소개글을 바탕으로 먼저 [강철비 1987 그것만이 내 세상 염력 흥부] 5편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았습니다.

 

머릿속으로 기억해 두는 것과 글로 써서 남기는 것은 확실히 큰 차이가 있네요. 글로 쓰는 것은 기억을 명료하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으니까요. 아직 리뷰로 남기지 못한 다른 영화들도 시간이 나는 대로 포스팅해 두어야겠습니다.     

 

 강철비 - 2017년 12월 1일 개봉 / 정우성 곽도원 / 양우석 감독

 

불과 반년 전에 개봉했던 [강철비]인데, 최근 급진전한 남북 평화모드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 영화를 봤던 지난 12월만 해도 우리나라가 북한과 지금처럼 해빙모드를 갖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지난 4월에는 북한 폭격설까지 나돌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감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더욱 관계가 개선되어 늘 일촉즉발의 위기 앞에서 전전전긍긍하며 북한과의 대치했던 일들이 마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들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자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다.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이때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 긴밀한 접근을 시도한다.

 

웹툰작가로도 활약했던 양우석 감독은 2011년 영화 [강철비]의 근간이 된 웹툰 [스틸레인]을 통해 북한 김정일의 사망을 예측해 큰 충격을 전하며 조회수 천만을 돌파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10여 년에 걸친 꾸준한 자료조사와 축적된 정치적/군사적 배경을 지식으로 한국영화 최초 핵전쟁을 다룬 [강철비]를 탄생시켰다.

 

"분단국가의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의 의해 더 고통받는다"는 뼈아픈 한마디가 압권이다. 그 동안 툭하면 안보팔이로 정권을 유지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지만, 아마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그들에게 이 말이 제대로 전달되었을 리 없을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적과의 동침을 했던 정우성과 곽도원이 서로를 믿고 인간적 의리를 지키고자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영화 리뷰 강철비 1987 그것만이 내 세상 염력 흥부

 

 1987 - 2017년 12월 27일 개봉 /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 장준환 감독

 

거대한 골리앗 혹은 거침없는 불도저처럼 여겨지는 대공수사처장 김윤석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빨갱이'라는 말이 새삼 너무나도 섬뜩했다. 그래서 '빨갱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보니,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표현이라고 나와 있다. 얼마 전에는 야당 대표가 빨갱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가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후벼파는 듯한 고통을 주었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는데, 빨갱이라는 말의 검은 위력은 지금도 현재진행중인 듯하다.

 

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22세의 대학생 박종철이 사망한다. 경찰은 박처장(김윤석)의 주도하에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을 화장할 것을 요청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검사(하정우)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경찰은 단순쇼크사인 것처럼 거짓발표를 이어가지만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사건을 취재하던 윤기자(이희준)는 ‘물고문을 당하던 중 질식사했다고 보도한다.
 

장준환 감독은 이렇듯 한 대학생의 죽음이 6월의 광장으로 이어지기까지 가슴 뛰는 6개월의 시간을 영화 [1987]로 그려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권력 수뇌부, 이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행동은 광장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되고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낸다.

 

늦든 빠르든 진실은 언젠가는 기어이 밝혀지고 만다는 것, 권력이 주어지면 이내 악마로 변하는 사람들도 밟히면 밟힐수록 더 강해지는 우리의 민족성 앞에서는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이 머리를 두드린다. 

 

또 빨갱이는 물론 빨갱이를 두둔하는 사람도 무조건 죽여버리겠다고 이를 갈던 김윤석이 "지옥이 뭔가? 내 식구들이 죽어나가도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거, 소래기 한 번 지르지 못하는 것, 이것이 지옥이지.."라고 한 말은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말인즉슨 너무나도 옳은 말이지만, 그 말이 같은 동족인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붙잡아들여 두들겨패고 심한 고문을 서슴지 않던 그의 입에서 나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만이 내 세상 - 2018년 1월 17일 개봉 / 이병헌 윤여정 박정민 / 최성현 감독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에서 실존인물인 유태계 폴란드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은 인간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굴욕과 수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초췌하고 초라한 모습으로나마 피아노 앞에 앉아 더없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던 장면은 두고 두고 잊을 수가 없다. 이 피아노 앞에서 일어나는 다음 순간 순간 거대한 쓰나미 같은 죽음이 덮친다 한들 피아노와 함께하는 충만한 행복은 결코 놓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 스필만의 표정이 이 영화의 백미다.

 

그에 미칠 바는 아니어도 지난 1월에 개봉한 최성현 감독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박정민도 피아노 앞에서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영화 제목을 온몸으로 입증해 보여주는 몸짓이었다고나 할까.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오갈 데 없어진 한물간 복서 조하(이병헌)는 우연히 17년 만에 헤어진 엄마(윤여정)를 만나고,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따라간 집에서 듣도 보도 못한 동생 진태(박정민)와 마주한다.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진태를 보자 한숨부터 나오지만, 조하는 캐나다로 갈 경비를 마련할 때까지만 꾹 참기로 결심하고 동생과의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가족도, 돌봐주는 이도 없이 평생을 주먹과 맷집, 자존심으로 살아온 조하는 겉으로는 동생이 불편하고 귀찮다고 툴툴대지만, 알게 모르게 챙겨주고 신경써 주면서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져 간다. 어눌한 말투부터 끊임없이 움직이는 손동작 등 섬세한 연기로 진태의 캐릭터에 완벽 이입한 박정민은 피아노 연주도 직접 했다고 한다.

 

동생을 위해 한 일이 오히려 오해를 받아 번번이 엄마에게 지청구를 듣는 이병헌이 딱하고 안쓰러웠다. 하지만 연기력에 관한 한 두말하면 잔소리인 이병헌은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가벼운 코미디물에서도 맞춤옷을 입은 듯한 명품연기를 보여주었다.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장애를 가진 자식에게 더 애정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윤여정의 모성도 누구할 것 없이 힘겨운 사랑에는 손사래를 치는 요즘이기에 더욱 돋보였다. 

 

 

 염력 - 2018년 1월 31일 개봉 /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 연상호 감독

 

방학이 끝나가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말해도 될 만큼 황당무계한 전개가 펼쳐지는 영화 [염력]이었다. 아니, 요즘 아이들도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된 석헌(류승룡)이 보여주는 황당한 장면들이 계속되면 "에이, 재미없어. 장난하냐?"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싶다. 하지만 딸을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아버지의 간절하고 절박한 염원이 마침내 하늘에까지 닿아 딸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걸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비록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면도 있었다.

 

평범한 은행 경비원 석헌의 몸에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변화가 찾아온다.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놀라운 능력, 바로 염력이 생긴 것이다. 그 후 청년 사장 루미(심은경)와 이웃들이 위기에 처하자 석헌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그 대단한 염력을 발휘한다. 한편 루미는 10년 만에 나타난 아빠가 못마땅하지만, 모두가 감탄하는 아빠의 능력에 남몰래 자부심을 느끼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이 왜 이런 만화 같은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온갖 부당한 대우와 갑질에 시달리면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에겐 법도 멀고 주먹도 멀게 마련이다. 그러니 상상 속에서나마 초능력을 발휘하여 고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을 물리치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데는 아주 안성맞춤인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 흥부 2018년 2월 14일 개봉 / 정우 김주혁 정진영 / 조근현 감독


지난해 10월에 모든 팬들에게 끝모를 안타까움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버린 그리운 김주혁의 유작이다. 주로 1박 2일의 구탱이형 같은 캐릭터로 영화에 출현했지만 최근에는 악역에도 도전해 연기 변신을 꾀하던 그였기에 그의 죽음은 좋은 배우를 잃었다는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에 개봉한 [독전]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으로 깊은 아쉬움을 달래본다.

 

양반들의 권력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 가던 조선 헌종 14년,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정우)는 어릴적 홍경래의 난으로 헤어진 형 놀부(조항리, 정진영)를 찾기 위해 글로써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한다. 수소문 끝에 형의 소식을 알고 있다는 조혁(김주혁)을 만나게 된 흥부는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며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받는 조혁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한편, 백성을 생각하는 동생 조혁과 달리 권세에 눈이 먼 형 조항리의 야욕을 목격한 흥부는 전혀 다른 이 두 형제의 이야기가 담긴 [흥부전]을 쓰기로 결심한다.  

 

수십 가지의 판본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흥부전’은 세 가지 이야기가 결합된 형태가 가장 일반적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악하고 착한 형제가 등장하는 선악형제담, 동물이 사람에게서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한다는 동물보은담, 그리고 어떤 물건에서 한없이 재물이 쏟아져 나오는 무한재보담까지 담은 것이 그것이다.

 

조근현 감독의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는 이 작자미상의 소설 [흥부전]을 쓴 사람이 '흥부’라는 설정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날로 거세지는 양반 세력과 어리고 힘없는 왕, 점점 피폐해져 가는 백성, 그리고 이들 앞에 나타난 조선을 뒤흔들 필력을 가진 작가 흥부는 과연 글로써 도탄에 빠진 조선을 구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으니,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라고 믿어본다. 

 

이상, 영화 리뷰 강철비 1987 그것만이 내 세상 염력 흥부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