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 현빈과 유지태의 예측불가 팀플레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말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한 전설의 명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그가 뉴욕 메츠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때 신통치 않은 성적을 딛고 마침내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을 때 한 말로, 어디가 그 끝인지 예측하기가 어려울 만큼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매력적인 사기꾼 현빈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검사 유지태가 만나 예측불가의 팀플레이를 펼치는 영화 [꾼](장창원 감독) 또한 비록 사기행각이긴 하지만 가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스토리를 펼쳐나간다. 속고 속이고, 끊임없이 뒤통수를 치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잘 풀어나가서 어찌 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뻔한 스토리인데도 런닝타임 116분이 지루하진 않았다. 특히 쓸데없이 잔혹한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현빈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가 다음 장면에서는 또 어떤 반전과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갖게 해주어서 흥미있었다.
꾼 현빈과 유지태의 예측불가 팀플레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유지태는 요즘 방영하고 있는 [매드독]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 [꾼]에서도 줄곧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 주어서 마지막까지 흥미있게 볼 수 있었다. 드라마 [굿와이프]에서도 그랬듯이, 따뜻하고 선한 풍모와 왠지 신뢰감을 주는 외관을 넘어 악인의 면모를 얼핏얼핏 보여줄 때마다 희대의 악인 역을 맡아도 그 예측불허성으로 인해 놀라우리만큼 대단한 연기를 보여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빈과 유지태가 펼치는 팀플레이 속 사기꾼 중 한 사람인 배성우다. 처음엔 경찰로 나온다. 어쩐 일로 악역이 아닌 경찰 역을 맡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잠시 안도감이 느껴졌었는데, 만일 악역을 맡았다면 또 얼마나 무서운 모습을 보여줄지 은근히 두려웠던 것 같다.
[더 킹]과 [내부자들]에서도 악역을 맡았지만,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더 폰]에서의 무심하면서도 으스스한 살인자 역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가 경찰의 가면을 벗어던지는 순간, 그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이 우스워 남몰래 쓴미소를 지었다.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배우인 것만은 분명하다.
누설의 염려가 있으니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소개하자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이 돌연 사망했다는 뉴스가 발표되지만, 한편에서는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문과 함께 그를 비호했던 권력자들이 의도적으로 풀어준 거라는 추측이 나돌기 시작한다.
이에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으로 알려진 현빈은 사건 담당 검사 유지태에게 그를 잡자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유지태의 비공식 수사루트인 사기꾼 3인방 고석동(배성우)과 춘자(나나), 김과장(안세하)까지 합류된 팀은 잠적한 장두칠의 심복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하기 위한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한다.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사기를 당한 사람들을 위해 역시 같은 사기행각으로 앙갚음을 해주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묘미도 있어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내내 통쾌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니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현실에서는 끔찍한 사기를 당해도 앙갚음은커녕 죽음과도 맞바꿀 만큼의 좌절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내야만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것의 근원에는 인간의 탐욕이 자리잡고 있다. 즉 사기를 당하는 것은 이유 불문, 정상적이고 정당한 대가 이상을 바라는 데서 빚어지는 일이다. 욕심이 눈을 가리면 정작 봐야 할 것은 못 보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도 나오고, "한 번 속는것은 속이는 사람의 잘못이지만 두 번 속는 것은 속는 사람의 잘못이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리라.
다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없이 사는 사람들은 좀더 잘 살 먹고 잘 살아보기 위한 몸부림으로 불나방이 불을 향해 뛰어들 듯 제 것 아닌 돈에도 욕심을 부려본다지만, 부며 명예며 넘치도록 가진 사람들은 왜 헛된 탐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까 하는 것이다.
이상, 꾼 현빈과 유지태 예측불가 팀플레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