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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 정의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유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 정의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유

 

 

그 동안 영국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진 명탐정 에르큘 포아로의 모습은 키가 좀 작은 듯하고 옆으로 살짝 퍼진 오동통한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에서의 에르큘 포아로는 키도 크고 적당히 보기 좋은 몸집의 멋진 신사였다.

 

이 영화의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가 바로 포와로 역을 맡았는데, 특히 양옆으로 잘 다듬어 슬쩍 끝을 올린 콧수염은 한껏 멋을 부릴 대로 부린 모습이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영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멋진 콧수염’이라고 묘사한 이 콧수염을 만들기 위해 케네스 브래너와 제작진은 무려 9개월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 정의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유

 

1974년에 만들어진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에서 에르큘 포와로 역을 맡았던 앨버트 피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버트 피니가 더 포와로다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미 추리소설을 통해 스토리를 다 알고 있고, 1974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있어서 반전을 기대한다거나 하는 기대감이 없어서였는지 화려한 영상미와 달리 전개는 지극히 평면적이어서 좀 지루했고, 관객 각자의 상상이나 연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포와로의 설명으로 하나하나 알리바이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태여서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좀 아쉬웠다.

 

 

스토리를 간략히 소개하면, 세계적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사건 의뢰를 받고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인 오리엔트특급열차에 탑승한다.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기차 안에서 벌어진 밀실살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 포와로는 현장에 남겨진 단서와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궁에 빠진 사건 속 진실을 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한다.

 

선교사 필라 에스트라바도스 역을 맡은 페넬로페 크루즈는 특유의 고혹적인 분위기로 극의 긴장감을 더하고, 영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주디 덴치는 라고미로프 공작부인 역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로 우아하고 기품있는 귀족 연기를 선보인다. 늘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조니 뎁은 비열한 사업가 라쳇 역을 맡아 열연하고, 미셸 파이퍼는 허바드 부인 역을 맡아 우아한 모습부터 예민한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나아가 스토리와 어울리는 초호화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실제 크기와 동일한 규모로 제작되고 고급스러운 열차의 내부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한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현빈 주연의 영화 [꾼]에서도 억울한 사기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좌절에 빠진 사람의 가족이나 친지들이 힘을 합쳐 보기 좋게 상대를 무너뜨리는 사기행각을 보여주는 것처럼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의 특급열차에 올라탄 사람들도 서로 아무런 연관성 없이 모여든 듯하지만 사실은 살해당한 사람에게 저마다의 크고 작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전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 곧잘 활용되는 소재다. 

 

얼마나 고약하고 끔찍한 인생을 살아왔으면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도 아니고, 무려 13명의 사람이 합심해서 벌이는 살인사건의 희생자로 삶을 마감하게 될까? 제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마음을 짓밟는 일쯤 아무렇지 않게 한 사람의 참으로 비참한 말로다. 그리고 갖가지 방법으로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그 어디에도 억울함을 호소할 길 없던 사람들이 피치 못해 쥐어짜낸 마지막 수단이다. 그렇기에 삶에서 누구보다도 균형을 중시하고, 정의를 지키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살아가는 포아로이지만, "정의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유"라며 억울함으로 큰 상처를 입은 그 13명의 범인을 단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리라.  

 

이상,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 정의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