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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보는 세상/일상다반사

온몸을 전율케 했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내한공연과 Dust in the wind

 

지난해 여름, 무척이나 무더웠던 날 저녁,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사라 브라이트만의 내한공연을 보러 갔었습니다.

다양한 매체로 사라 브라히트만의 곡을 들어왔지만, 그래도 이참에 공연의

현장감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고, 그것도 최대한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은

욕심에 눈물을 머금고! 거금을 투자해서 로얄석을 잡으리라 마음먹었었죠.

그런데 티켓 예매가 좀 늦었던 터라 남은 좌석이 무대를 바라보면서 왼쪽 앞 맨 끝자리였습니다.

 

그래도 좋아라 하고 한 편의 장대한 SF를 방불케 하는 공연을 보기 시작했는데,

계속 소름이 쫙쫙 돋더니 조금 더 있으니까 온몸이 덜덜 떨려왔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라 브라이트만이 들려주는 천상의 목소리 때문은 아니었고,
제 자리 바로 앞쪽에 설치해 놓은 초대형 에어컨이 뿜어내는 찬바람 때문이었지요.

그날 워낙 바깥날씨가 무더웠기에 아무리 에어컨을 빵빵하게 튼다 한들
뭐 대수랴 싶었던 생각은 큰 오산이었던 거죠.

 

그 때문이었는지 그 공연이 기존의 공연과 격을 달리하는 빛의 예술이었다느니,

무대 뒤편을 채운 초대형 LED 스크린에 우주를 녹여내며 관객들에게

황홀한 시간을 선사했다느니,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그 아름다운 공연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느니 하며 극찬을 하는 말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제겐 그저 추워도 너~~무 추워서 양쪽 팔을 번갈아 문질러서 따뜻한 기운을 만들고,

급기야는 손수건을 꺼내 목을 감쌌다가, 왼팔, 오른팔을 덮었다가 하면서

점점 더 뼛골까지! 스며들어오는 에어컨 바람과 싸우느라 좀 과장을 해서 말하면

그만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말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옷깃을 쏙쏙 파고드는 요즘의 꽃샘추위를 연상하면 될 듯하네요.

 

 

아무튼 무대 제작에 쓴 돈만 30억원이고 동원된 스태프도 200여 명, 가로 21미터, 세로 11미터에

무게만도 10톤에 이르는 대형 LED 스크린이 3D 영화를 방불케 하는 시각적인 효과를 연출했으며, 

스크린에 비친 거대한 달은 마치 실제 무대장치를 가져다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실감이 났고, 특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테마곡 'The Phantom of the Opera'는 관객들을

전율케 했다는 찬사를 들었던 그 공연은 제게 그야말로 온몸을 전율케 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단, 노래가 아닌 한여름의 얼음동굴 속 같은 추위로 전율케 한 것이지만요. 

 

게다가 그 나이에 그런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사라 브라이트만을 보면서도

에어컨이 뿜어내는 너무나도 차가운 냉기가 견디기 힘들 만큼 짜증이 나서 그랬는지 

"왜 시종일관 같은 톤으로만 노래를 부르는 거야? 고음만 들려주니까 지루하잖아!

뭐야! 이젠 나이도 제대로 들어보이고, 미모도 예전 같지 못하고, 좀 뚱뚱해지기까지 했잖아!

에이, 차라리 게스트로 나온 저 남자 노래가 더 낫네" 하며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다니는 잡념을 떨어내느라 고생깨나 했지요.

크로스 오버 테너 에르칸 아키(Erkan Aki)가 게스트 테너로 나와서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The Phantom of the Opera"와 "Canto della Terra"를 호소력 있게 불러주었거든요. 

또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모르고 그런 건지 마지막까지 한동안 우리나라를

열풍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넬라 판타지아를 불러주지 않았던 것도 좀 서운했구요. 

사라 브라이트만이 직접 무대에서 부르는 넬라 판타지아를 들어보고 싶었으니까요.

 

암튼 그래서 요즘은 그냥 편하게 따뜻한 곳에서 사라 브라이트만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는

짧고도 긴 이야기였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태국, 캐나다, 미국, 칠레, 브라질 등 월드투어를 마친 사라 브라이트만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오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지난해 무대는 자신의 여행지가 될

우주를 관객 눈앞에 재현해 보였던 셈이지요. 민간인으로서는 8번째이자 가수로는 최초의

우주여행객인 그녀의 모습을 2015년에는공연장이 아닌 우주에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곡들은 너무나도 귀에 익은 사라 브라이트만의 곡들입니다.

"Dust in the wind"를 다시 들어보고 싶었는데, 하나만으로는 좀 심심할 것 같아서

"Storia D`amore"와 "Time to Say Goodbye"도 함께 올려봅니다.

 

Dust in the wind 

 

Storia D`amore

 

Time to Say Goodbye

 

주말을 앞둔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다행히 내일부터는 꽃샘추위도 누그러진다고 하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