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옆 북카페 대오서점과 서촌꽃다방, 서촌산책
어제는 모임이 있어서 경복궁 근처에 있는 참치집에서 점심을 먹고 서촌나들이를 했습니다. 그 동안 북촌이 뜨고 그곳으로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너무 잦아 번잡해지자 요즘은 좀더 서민들 삶의 모습이 어려 있어서 옛 정취가 더 짙은 서촌 쪽으로 옮겨간 듯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아마 봄을 맞아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촌의 대표적 명소로 유명한 대오서점에도 가고, 박노수 화백 작고 1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미술관에도 들러서 <수변산책>이라는 주제로 전시된 봄빛 물든 그림들도 보았습니다. 종로의 빌딩숲 속에서도 여전히 나지막한 지붕들을 맞대고 있는 집들이 즐비한 정겨운 골목들도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기저기 거닐어보았지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시간 속으로 거슬러 들어간 듯한 기분이었고, 여기서 한 걸음만 벗어나면 바쁘고 분주한 도시 한복판이었지만, 이곳에서만은 쉼없이 흐르는 시간도 잠시나마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서 아쉬운 대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대오서점 관련 사진만 올려봅니다.
경복궁옆 북카페 대오서점과 서촌꽃다방, 서촌산책
대오서점이 문을 연 것은 1951년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지요. 대오라는 이름은 서점주인인 조대식 씨와 아내분인 권오남 씨의 이름 중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은 거라고 합니다. 간판에서 ‘서점’ 부분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잇지만, 그 나름의 운치가 짙게 느껴집니다.
경복궁옆 북카페 대오서점과 서촌꽃다방, 서촌산책
중학생 교모를 쓰고 교복을 입은 흰 수염의 학생(?)인지 할아버지(?)가 대오서점 앞을 지키고 앉아서 그 앞을 오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이!" 하고 인사를 건네고 있네요.
주변에 매동초등학교와 청운초등학교, 청운중학교와 경기상고 등이 몰려 있어서 이 서점은 늘 싼값에 헌책을 사거나 책을 팔려는 학생들로 붐볐다고 합니다. 그때가 전성기였던 셈이지요.
서점이 인기를 끌면서 창고를 개조해 만든 헌책방에 책을 쌓아둘 공간이 없어지자 부부는 좁은 한옥 현관에 책장을 짜넣었고, 그러고도 부족하자 살림을 살던 한옥 안의 빈 공간마다 책장을 짜넣고 선반을 만든 뒤 헌책을 쌓아두었다고 합니다. 이 ‘ㄷ’자형 한옥 안마당 벽에도 천장까지 빼곡이 책이 쌓인 책장들이 놓여 있습니다.
드라마 [상어]의 스틸컷이 걸려 있습니다. 상어를 촬영할 때 이수(김남길)와 해우(손예진)의 학창시절 첫 장면을 여기서 찍었고, 가수 이승기의 ‘나에게 초대’ 뮤직비디오에서도 서촌을 산책하던 중 들른 헌책방이 이 대오서점이었다고 합니다.
주인아저씨가 돌아가신 후 아내분이 서점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따님이 가게를 이어받아 북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북카페로 고치면서 옛날 책방이었던 곳과 살림방이었던 곳에 오래된 테이블들을 놓았다고 하네요. 커피는 뜨겁고 맛있었습니다. 빵도 맛있다고 하던데, 저는 배가 불러서 못 먹었습니다.
지금도 옛날 교과서, 1970, 80년대 가요집 등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허름한 곳임에도 추억이 깃든 공간이라며 카메라에 담아가는 게 고마워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데, 주인인 따님이 얼마 후 날이 풀리는 대로 안마당에서 연주회를 열 것이라며 꼭 다시 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서점 바로 옆에 있는 서촌꽃다방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차를 파는 곳이 아니라 꽃집입니다. 서점에서는 책이 아닌 커피를 팔고, 꽃다방에서는 커피가 아닌 꽃을 팔고 있는 셈이네요.
박노수 화백의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찻집 서촌산책입니다. 하도 예뻐서 한 컷 담아보았습니다. 몇 시간 남짓이지만 오랜만에 여유로움을 느껴본 한때였습니다.
이상, 경복궁옆 북카페 대오서점과 서촌꽃다방, 서촌산책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