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와 이제훈 열연의 휴먼감동 스토리
하도 영화나 드라마 혹은 현실에서 막장스토리가 판을 치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끝날 때까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놈들의 위안부로 끌려가 성노예로 살면서 그 치욕과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했던, 그러나 죽고 싶어도 죽을 운조차 타고나지 못했던 나옥분 할머니(나문희)의 지울 길 없는 상처를 되짚어봐야만 하는 것으로도 마음이 저려오는데, 행여 옥분 할머니가 그 동안 꽁꽁 숨겨온 과거의 비밀을 알게 된 주변사람들이 그 뼈아픈 상처에 소금이라도 뿌린다면 그 고통과 분노를 어찌 감당할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지극히 상식적인 보통사람들이어서 쓸데없는 신경 소모는 하지 않을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는 안도감을 준 것이 그토록 고마웠던 것을 보면, 역으로 요즘 얼마나 각박하고 살벌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더 뚜렷이 느끼게 해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와 이제훈 열연의 휴먼감동 스토리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생각난다 그 오솔길 같은 노래제목과 노래가사말로 우습지도 않은(?) 아재개그도 등장시키고, 별달리 주목할 만한 스토리도 없이 지루하게만 흘러가던 영화는 계속 이런 식으로 가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쯤부터 알게 모르게 반전을 보이면서 억지눈물이 아닌 진짜 눈물을 불러오는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준다.
나문희와 이제훈이라니, 처음에는 참으로 의외의 조합이라는 느낌이 앞섰고 또 두 사람의 조합이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나문희와 이제훈이 아니었다면 이런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멋진 케미를 펼쳐 보여주었다. 아마도 그 동안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 [쎄시봉] 등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공감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김현석 감독이기에 그런 캐스팅이 가능했을 것 같다.
스토리를 간략히 소개하면, 온 동네를 휘저으며 20여 년간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 할머니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나타나 팽팽하게 맞선다. 그런데 민원 접수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던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해하던 옥분 할머니는 우연히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본 후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귀찮으리만큼 졸라댄다.
계속 갖가지 핑계를 대며 옥분 할머니를 피해오던 민재는 할머니가 동생을 따뜻하게 보살펴준 것을 알고 고마운 마음에 영어를 가르쳐주기로 결심한다. 이어서 두 사람의 영어수업이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될수록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간다.
그러던 중 옥분 할머니가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이유가 늘 궁금했던 민재는 할머니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 시점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2007년 미 하원의회 공개청문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UN은 일본에 진상 규명, 사죄와 배상, 책임자 처벌 등을 권고했지만 일본은 권고를 무시하고 사실 자체를 왜곡했다. 이에 미국의 한국, 중국 교포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했고, 1997년 일본계 미국인 마이클 혼다 하원의원을 필두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 하원의원들이 일본 정부에 사죄를 요구하는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을 의회에 제출했다. 결의안 제출로부터 만장일치로 통과하기까지 장장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는데, 이때 미 하원의원들의 결정을 완전히 굳히게 한 계기는 2007년 2월 15일 미국 하원의회 공개청문회에서 있었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이었다(2007년 6월 26일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채택).
against Humanity, 사과할 줄도 모르고, 용서를 빌 줄도 모르는 일본인들의 뻔뻔함과 몰염치와 몰상식함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일본놈들이야 자신들이 지은 죄를 눈가리고 아웅하기 위해 그런 비열하기 짝이 없는 언행을 보여준다 해도, 나라를 빼앗긴 가엾은 식민지 국민이라는 이유로 일본놈들에게 끌려가 치도곤을 당했던 그 어린 소녀들의 억울한 눈물을 왜 조국은 그토록 외면해 왔던 것일까?
아니, 국가는 또 우왕좌왕하며 제 살 길 찾느라 개개인의 아픔을 어루만지기에 미흡했다 하더라도, 그 소녀들의 가족, 친지, 이웃은 왜 그녀들을 차갑게 외면하며 그렇지 않아도 고통으로 얼룩진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것일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자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았던 것 또한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그 때문에 일본군에게 짓밟히고, 나아가 조국에 짓밟히는 세월을 살아낼 수밖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중삼중의 고통이 더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환향녀(還鄕女)라는 말의 의미를 처음 알았을 때의 충격도 떠오르고 말이다. 정작 감싸고 보듬어줘야 할 사람들이 더 손가락질을 하고 돌팔매를 날렸으니,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으리라.
어떤 역을 맡든 맛깔나고 멋드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최고의 국민배우 나문희님과 마치 하얀 도화지처럼 어떤 채색도 가능할 것 같은 이제훈이 빚어내는 따스한 인간미가 어느덧 '비정상의 정상화'가 되어버린 듯한 요즘 세상에 상식이란 게 무엇이고, 이웃간의 인정이란 게 무엇이며, 사람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일깨워준 사람 냄새 그득한 영화였다.
이상,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와 이제훈 열연의 휴먼감동 스토리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