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리더는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
리더가 바뀌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 변화를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리더에게는 많은 능력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인재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앉히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쓰면 나라가 제자리를 잡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국의 흥망 역시 경제적/정치적 원인도 있었지만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썼느냐 아니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조조, 손권, 유비는 용인술에 뛰어나 천하를 삼분할 수 있었지만 삼국 후반에는 능력없는 계승자들이 현명한 인재를 기용하지 못해 진나라에 의해 멸망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곽우가는 삼국의 영웅들을 비교분석해서 현대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리더십을 들려주고 있는데, 이 중 무능한 사람을 가까이에 두어 촉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유비의 아들 유선(劉禪)과 바른말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오나라를 멸망시킨 손권의 손자인 손호(孫皓)를 통해 알아본 [유능한 리더는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리더로서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능한 리더는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
■ 무능한 사람을 가까이 두어서는 안 된다 - 유선은 환관 황호를 총애해서 서촉을 잃었다
"현명한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한 것이 한나라가 흥한 이유입니다. 반면에 소인을 가까이 하고 현명한 신하를 멀리한 것은 후한이 망한 이유입니다. 아버님이 생존해 계실 때 저와 이 일을 이야기하실 때마다 환공과 영공에 대해 늘 통탄하셨습니다."
위 글은 제갈공명의 [전출사표(前出師表)]에 나오는 귀절로, 한나라가 흥망한 원인을 명확하게 짚어낸 것이다. 여기에는 후주 유선에 대한 제갈공명의 충성심이 간절하게 배어 있다. 하지만 유선은 제갈공명이 말했듯이 현명한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대로 소인을 가까이 하고 현명한 신하를 멀리헤서 촉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 소인을 가까이 하고 아첨하는 말을 믿으면 현명한 신하가 세상을 뒤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해도 소용이 없다.
유선(출처 중앙일보)
인재가 있어도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다
매우 어리석은 군주이자 불쌍할 정도로 착한 군주였던 유선은 아버지 유비가 당부한 대로 승상 제갈공명을 아버지처럼 받들었다. 사실 모든 권력이 제갈공명에게 있었기에 제갈공명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기도 했다. 하지만 제갈공명이 나라를 위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면서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돌아다닐 때 유선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편히 먹고 잘 자며 향락에 빠져 지냈다.
그래도 제갈공명이 곁에 있어줄 때는 현명한 신하들이 있어서 소인배들이 유선에게 가까이 올 수 없었다. 환관들도 유선이 제갈공명의 말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정치에 간섭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장완과 비위 등 현명한 재상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나고 특히 제갈공명이 죽은 후에는 상황이 급변해 환관 황호 같은 소인배들에게 둘러싸여 주색에 빠져 나라 일에도 신경쓰지 않았고 정치와 군대가 모두 엉망이 되었다.
인재가 떠난다
강유는 제갈공명의 병법을 깊이 이해한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제갈공명의 뜻을 받들어 중원을 아홉 번이나 정벌하러 갔다. 이런 강유가 비록 대승을 거두지는 못했어도 기산에서 피로 목욕을 할 정도로 위나라 명장 등애를 애먹이고 있을 때, 갑자기 유선에게서 빨리 군대를 철수시키라는 전갈을 받았다. 강유가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는데도 공이 없으니 명령을 내려 염우로 바꾸라는 황호의 말만 듣고 그런 전갈을 보낸 것이었다. 염우는 황호에게 아부해 우장군(右將軍)이라는 높은 관직을 얻은 인물이었다.
강유는 돌아와 유선에게 "황호는 간교하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니 이는 영제 때 십상시와 같은 존재입니다"라고 말했지만 유선은 "황호는 수염도 안 나는 환관이오. 설령 권력을 준다 해도 사용할 줄 모를 것이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강유는 황호를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해를 입을까 두려워 유선 곁을 떠났다. 이처럼 어리석은 군주가 정권을 잡으면 소인들이 권력을 독차지하고 대장들은 공을 세우기가 힘든 법이다.
어리석은 사람만 남는다
유선이 이처럼 어리석고 황호가 전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니 촉나라를 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선은 등애 등이 많은 병력을 이끌고 촉나라를 쳐들어오던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황호와 함께 무당을 불러 점을 치고 있었다.
한편 유선 곁을 떠나 사령관의 신분으로 부대를 이끌고 전방에서 둔전(屯田)을 하고 있었던 강유는 다시 병사를 이끌고 나가 싸우면서 유선에게 여러 차례 진언하는 글을 보냈다. 하지만 황호는 모두 감추고 유선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등애는 힘들지 않게 촉나라를 손에 넣었고, 유선은 스스로 결박한 채 널을 싣는 수레를 타고 가서 항복했다.
■ 바른말 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 - 손호는 바른말하는 명장 육항을 파면시켰다
한 국가가 망할 때는 소인배들이 서로 정권을 차지하려고 싸우고 충신들은 재앙을 맞는다. 촉나라도 그랬고 오나라도 그랬다. 유선이 환관 황호를 총애한 것처럼 손호 역시 중상시 잠혼을 총애했다. 유선은 어리석어서 황호에게 놀아났고, 손호는 똑똑하고 결단력이 있었지만 사람됨이 흉포해 충신을 마구 살해해서 가까운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났고 잠혼 같은 간신들만 남았다. 잔악한 폭군과 악행을 일삼는 간신이 한무리가 되어 나라를 휘두르니 백성들이 얼마나 살기 힘들었겠는가.
손호
작은 충고를 무시하다가 큰 것을 잃는다
손호는 처음 왕위에 올랐을 때는 훌륭한 조칙을 많이 내리고 백성을 불쌍히 여겼으며, 창고를 열어 가난한 사람들으 먹여 살렷다. 또 아내가 없는 사람들에게 궁녀를 배필로 맺어주기도 하고 궁의 화원에 잡혀 있던 동물들도 모두 놓아주었다. 하지만 자신의 통치 지위가 공고해지고 어느 정도 정치에 자신이 붙자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렀으며 간언을 올리는 사람들을 걸핏하면 죽였는데, 10여 년 동안 죽인 충신의 수가 40여 명에 이를 정도였다.
위나라를 정벌하여 천하를 통일하려 할 때 술사 광상이 "폐하를 점쳐 보니 길조가 나왔으니 곧 낙양에 입성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정말로 믿고 위나라를 토벌하기로 결심하고 명장 육항에게 빨리 군사를 진군시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육항이 "지금은 토벌하기 힘든 상황이며 우선 나라 안을 다스리는 데 힘쓰시라"고 상소를 올리자 화가 난 손호는 육항의 벼슬을 강등시키고 좌장군 손익을 그 자리에 앉혔다. 손익은 별 능력이 없는 인물이라 적의 상대가 될 수 없었고, 결국 나라 안 정치는 소홀히 한 채 밖으로만 영토를 확장시키려 한 손호의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몸을 잡지 말고 마음을 사로잡아라
손권이 재위에 있을 때 나라가 부유하고 병사는 강하여 서로 합심했으며, 군대와 백성들은 하나가 되어 조조도 넘보지 못할 만큼 는 강철 같은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호가 재위에 오자 충신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백성들의 물건을 약탈하자 민심을 곧바로 떠나버렸고, 오나라 신하와 백성들은 폭군을 도와 악행을 일삼는 잠혼에 대한 원한이 뻣속까지 사무쳤다.
그 후 북쪽의 진나라 병사들이 접근해 오자 신하들은 모두 잠혼 탓으로 여겨 수백여 명이 궁에 들어가 잠혼을 찢어죽이고 그의 살점을 씹었다. 이렇듯 오나라 백성들이 왕을 버렸기에 진나라 장수 두예는 병사를 이끌고 단번에 오나라를 침범할 수 있었다. 오나라 군대와 백성들은 싸우지 않고 항복했으며, 홀로 남은 손호는 유선처럼 손을 뒤로 묶은 채 수레에 앉아 진나라에 투항했다.
이상, 유능한 리더는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였습니다. 도움이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