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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견

 

 

확증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견

 

 

확증편향이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오류를 말한다. 확증편향에 지나칠 만큼 병적으로 사로잡혀 있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여느사람들도 평소 이런 오류를 범하곤 한다.

 

예를 들어 영화나 시청할 드라마를 선택할 때 혹은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할 때 흔히 댓글을 읽어보게 되는데, 수많은 평가 중 자기 입맛에 맞는 댓글을 보고 결정하게 되는 경우다. 즉 어떤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일 때 보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면 볼 만하다며 강추를 하는 댓글에 더 눈길이 가고, 반대로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면 볼 것 없다, 실망이다..라는 댓글이 눈에 쏙 들어오는 식이다. 즉 많은 선택사항을 참조해 보고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와 유사한 댓글을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심리상태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른다.

 

확증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견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믿음에 부합되는 정보는 재빨리 받아들이지만, 이와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해 버리거나 자신의 믿음을 보강하는 정보로 해석하는 심리적 편견의 하나로, 영국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이 제시한 개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오류인 것이다. 이런 오류로 인해 인간은 일단 하나의 결정을 내리면 다른 좋은 선택지가 나타나도 절대로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이른바 똥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확증편향이 위험한 것은 리더나 상사, 전문가 등 소위 윗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이나 권위, 혹은 전문가적 지식을 무기삼아 자신의 왜곡되고 편협한 생각을 밀어붙이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에 가엾은 을들의 맞장구까지 곁들여지면 '벌거벗은 임금님'이 탄생하게 되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한국경제 오형규 논설위원은 자신의 저서인 [자장면 경제학]에서 확증편향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특히 과거에 그 경험을 위해 지불한 비용이 크면 클수록 확증편향도 강해진다고 말한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sunk cost), 즉 과거에 지불해서 되찾을 수 없게 된 비용이 현재의 선택에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인간에겐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서 어떤 결정을 하고 나면, 성공 가능성에 관계 없이 과거의 결정을 계속 밀고 나가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이나 경험한 일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떤 나라나 명소를 가본 사람은 그 장소나 명소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반면, 가보지 않은 사람은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강조했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확증편향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닌가 싶다. 

 

확증편향은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유용한 분석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미 들어본 것에 끌리는 경향이 있는데, 대표적 사례가 광고와 브랜드다. 기업들은 잘 팔리는 제품이라도 지속적으로 광고를 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탄산음료임에도 끊임없이 새롭고 흥미로운 광고를 만들어내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이미 들어본 것>으로 각인되고, <잘 아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맛이 뛰어나서 코카콜라를  선택한다기보다는 눈과 귀에 익숙하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법정스님은 사랑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의 연속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하 바 있다. 상대방과 상관 없이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믿고 싶은 대로 믿기> 때문에 사랑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의의 오해>라고나 해야 할까. 그런 차원에서 보면, 사람들간의 오해도 때로는 필요할 것 같다.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나를 인정한다고 믿는 긍정적인 마음이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한 법이다. 나중에 사랑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자 오해였다고 울고 불고 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과 귀가 필요하며, 나아가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될 것을 오직 과거에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집이나 편협된 시각을 버려야만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 확증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견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