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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공조 유해진 현빈이 맛깔스럽게 빚어낸 진정한 공조

 

공조 유해진 현빈이 맛깔스럽게 빚어낸 진정한 공조

 

 

현빈, 유해진, 김주혁 주연의 [공조](김성훈 감독)는 일단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인성과 정우성의 [더 킹]과 개봉일이 같아서 뭘 먼저 볼까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요즘 세태에 더 어울리는 [더 킹]이 더 흥미로울 것 같은데다 예매율도 1위여서 먼저 예매를 했다. 솔직히 [공조]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예매를 하면서도 어떤 스토리인지도 굳이 알아보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영화가 시작되고 잠시 동안은 "웬 난데없는 북한형사? 식상하네.." 하고 좀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더 킹]에는 미안하지만, [더 킹]을 먼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만일 [공조]를 보고 [더 킹]을 봤다면 [더 킹]이 더 따분하게 느껴졌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 곧 재미있다는 입소문 때문에 조만간 [공조]가 뒷심을 발휘해 [더 킹]의 발뒤꿈치를 붙잡거나 추월할 거라고 예언(? ㅎㅎ) 아닌 예언을 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예매율 1위로 올라설지는 몰랐다. 스토리 자체야 뻔하다 할지라도 두 시간 남짓 영화를 보는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준 것이 주효한 듯하다.

 

공조 유해진 현빈이 맛깔스럽게 빚어낸 진정한 공조

 

홈피에 올라 있는 소개에 따르면, 비밀리에 제작된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하려는 내부조직에 의해 특수 정예부대 출신의 북한형사 림철령(현빈)은 작전 중 아내와 동료들을 잃고 만다. 그 동판을 탈취한 것은 범죄조직의 리더 차기성(김주혁)이다. 동판을 찾아야만 하는 북한은 남한으로 숨어든 차기성을 잡기 위해 역사상 최초의 남북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그 적임자로 아내와 동료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림철령을 서울로 파견한다. 

 

한편 북한의 속내가 의심스러운 남한은 먼저 차기성을 잡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고, 정직처분 중인 생계형 형사 강진태(유해진)에게 공조수사를 위장한 림철령의 밀착감시를 지시한다.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림철령과 임무를 막아야만 하는 강진태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한팀이 될 수 없는 남북형사의 예측불가 공조수사가 시작된다는 스토리리다.

 

 

예전 같으면 유해진이 북한형사, 현빈이 남한형사.. 이것이 전형적인 조합일 텐데, 요즘은 그 상투적인 틀이 깨져도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의 사고가 크게 확장된 것이 분명하다.

 

만일 검문이 있다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을 유해진의 외모로 남한형사 역을 이토록 맛깔스럽게, 또 인간미 넘치게 연기해 내다니, 세상이 달라진 것일까 아니면 유해진의 연기력 덕분일까? 아마 둘 다이겠지만, 그 동안 잘생기지 않은 외모 때문에 화면 주변에서만 슬쩍슬쩍 비치던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 한복판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것은 오로지 유해진의 넘쳐흐르는 개성과 폭발적인 연기력 덕분이리라.

 

 

달달한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어울리는 비주얼의 현빈이 이참에 제대로 보여준 강인한 남성미도 돋보였다. 자동차 추격씬, 격투기, 총격전 등 처음 해보는 액션연기일 텐데도 CG 없이 직접 촬영에 임한 덕분인지 자연스러운 연기가 보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 물에 적신 두루말이 휴지로 연장과 각목을 휘두르며 떼지어 덤벼드는 적들을 강렬하게 제압하는 장면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나중에 유해진이 따라 해보려고 하지만 휴지는 휴지일 뿐이어서 작은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북한 범죄조직의 리더 차기성 역을 맡은 김주혁은 모처럼 물 만난 고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 동안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의 배역을 주로 맡아왔고, 예능프로그램에서는 구탱이형으로 불리며 친근한 이웃집 형처럼 느껴졌던 그가 [공조]에서는 강렬하고 날카로운 눈빛부터가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악역을 선보인 것이다. 

 

신념을 가지고 나라에 충성했지만 배신을 당하고 아내까지 처형당한 분노를 안으로 삭이면서 나름대로 복수를 꾀하고자 하는 차기성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낸 김주혁의 변신, 무척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김주혁을 보면서 늘 뭔가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로 말끔히 해소된 기분이다. 

 

 

마치 로봇이나 살인병기처럼 무표정, 무감동으로 오직 목표물만 향해 내달리던 특수 정예부대 출신의 북한형사 현빈의 얼굴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슬쩍 슬쩍 인간임을 증명하는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것은 대책없으리만큼 인간미 넘치는 유해진과 그 가족들의 거칠면서도 따뜻한 관심과 사랑 덕분이다.

 

비록 신파적 스토리라 해도 역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하고도 귀중한 덕목이다. 그 점을 새삼 인식시키는 데 유해진만큼 제격인 배우가 있을까. 서로 극과 극의 세상을 살아온 현빈과 유해진, 이 두 사람의 진정한 공조가 가능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일 테고 말이다.  

 

이상, 공조 유해진 현빈이 맛깔스럽게 빚어낸 진정한 공조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