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오후 2시 12분 32초, 넌 죽음을 맞았다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로 소중하고도 아까운 생명들이 스러져 갔습니다. 

2월 17일 밤 경주 마우나리조트 내 체육관 천장이 붕괴돼 그곳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중이던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백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것입니다.

약 15년 전에도 경기도 화성의 청소년수련원 씨랜드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들과

어린이집 교사 등 20여 명이 숨졌었는데, 그 씨랜드 숙소 역시 이번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처럼

약한 구조물로 지어진 가건물이어서 화재진압이 어려웠었다고 합니다.

 

언제나 이런 인재로 인한 재난사고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정말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그나마 코오롱그룹이 부산외대 사망자 유족들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부디 그렇지 않아도 억장이 무너져내려 있을 

유족들이 사소한 일로나마 분통을 터뜨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 글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소중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오후 2시 12분 32초, 넌 죽음을 맞았다>라는

제목으로 하늘나라에 가 있는 아들에게 쓴 편지입니다. 자녀들을 잃고 하늘이 무너진 듯한 심정으로

실의에 빠져 있으실 부모님들을 위해 발췌해서 올려봅니다. 

 

아사프에게

 

2003년 3월 5일 수요일, 다섯 명의 고등학생이 평소와 다름 없이 수업이 끝나자 학교를 나섰다.

여학생 셋과 남학생 둘이었지. 그 아이들은 가까운 버스 정거장으로 걸어갔어.

집에 가기 위해 37번 버스를 탈 생각이었지.

 

그애들이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37번 버스가 두 대 서 있었다.

앞에 있는 버스는 평소보다 일찍 끝난 근처의 다른 학교 학생들로 꽉차 있었어.

그래서 그애들은 그 버스를 타는 대신 두번째 버스로 갔지.

그애들 중 남학생 하나가 먼저 두번째 버스에 올랐다가 얼마 전 싸움을 해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아이가

버스 안에 있는 것을 보았지. 그애는 뒤돌아서서 버스에서 내리며 말했어.
“난 다음에 오는 버스 탈게.”

 

그애가 내린 뒤 다른 아이들은 버스에 올랐어. 버스가 출발하자 여학생들은

어디로 점심을 먹으러 갈까 이야기 나누다가 캐멀센터에 가기로 결정했어.

이윽고 캐멀센터 앞에 도착하자 여학생들은 버스에서 내리며 남학생 아사프에게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지.
아사프는 피곤해서 집에 가서 쉬겠다고 대답했어. 아사프의 여자친구 오르탈은 그에게 작별키스를 했고,

그는 오르탈에게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약속했지.

버스에 남은 아사프는 친구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에 뭘 할 생각이냐고 물었어.

다니엘과 잠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는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며 전화를 끊었지.

여느 10대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통화였어.


그로부터 몇 분 뒤, 버스가 두 개의 정류장을 더 지나고 난 오후 2시 12분 32초,
버스는 폭발했다.
캐멀 전 지역에서 그 폭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아사프, 곧 열일곱 살을 앞두고 있던 넌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았다.

 

아빠는 네가 죽고 나서야 너와 함께 하고 싶었던 일,

네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던가를 깨닫게 되었단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네가 성장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가까스로 받아들이고 있단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식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그리고 너에게 해주지 못한 일과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가슴속에만 담아두어서는

안 되었다는 것도 뒤늦게야 뼈저리게 알게 되었단다.

아빠는 너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고, 너희가 이 세상에서 보내게 되는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성장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싶구나.
인생은 단순한 경주가 아니야.

우리는 버스만이 아니라 자식들의 인생도 통제할 수가 없는 법이지.

 

너를 잃은 것을 그 어떤 불행에 견줄 수 있을까.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아빠는 마지막으로 본 네 모습을 매일 밤마다 떠올리고 있단다.
네가 살아 있었더라면 오늘 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 보는 시간들이

아빠를 괴로움에 빠뜨리고 있어.

하지만 아사프, 이제 아빠는 우리 가족의 빛과 행복을 살아 있는 네 형제들과

함께 나누려고 애쓰고 있단다. 그애들이 지금 아빠를 간신히 버티게 해주고 있으니까.

그애들이 내 곁을 지켜주고 있으니 아빠도 너에게 못다준 사랑까지 다 그애들에게 쏟을 생각이다. 

사랑한다, 아들.
욧시가

 

욧시 블론디(Yossi Blondi)는 2003년 3월 5일 오후 2시 12분 32초에 아들 아사프를 잃었다.

그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아들을 기억하고 있는 그의 사이트 www.blondi.co.il를 방문하면

그가 영원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을 도울 수 있다.

 

-타일러 헤이든 <먼저 가르쳐야 할 것들> 중에서

 

 

 

아사프의 아버지 욧시 블론디는 아들이 죽고 나서야 아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일,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던가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식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

아들에게 해주지 못한 일과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가슴속에만

담아두어서는 안 되었다는 것도 뒤늦게야 뼈저리게 깨닫고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삶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가족과 친구뿐입니다. 이들을 잃게 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은 항상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 뭔가를

더 해줄 생각만 하지만, 사실 어른들이 해주어야 할 가장 큰 일은 아이들을 불행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소중한 순간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과 기쁨을 주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공부와 성공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가르침을 먼저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뜻이 담긴 조안 던컨 올리버의 <먼저 가르쳐야 할 것들>이라는 시도 함께 올려봅니다.

 

나는 내 아이에게
나무를 껴안고 동물과 대화하는 법을
먼저 가르치리라.
숫자계산이나 맞춤법보다는
첫 목련의 기쁨과 나비의 이름들을
먼저 가르치리라.

 

나는 내 아이에게
성경이나 불경보다는
자연의 책에서 더 많이 배우게 하리라.
한 마리 자벌레의 설교에 더 귀기울이게 하리라.
지식에 기대기 전에
맨발로 흙을 딛고 사는 법을 알게 되리라.

 

아, 나는 인위적인 세상에서 배운 어떤 것도
내 아이에게 가르치지 않으리라.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를 내 아이가 아닌
더 큰 자연의 아이라 생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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