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로 보는 세상

인천상륙작전 역사를 바꾼 이정재(장학수)의 X-Ray 대북 첩보작전

 

인천상륙작전 역사를 바꾼 이정재(장학수)의 X-Ray 대북 첩보작전  

 

 

인천상륙작전 하면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 맥아더 장군이다. 그 맥아더 장군 역을 테이큰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맡고, 비교적 선이 굵은 연기를 하는 이정재 이범수가 출연한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이 개봉된다고 해서 스케일이 좀 큰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리라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개봉을 앞두고 단순한 국뽕영화일 뿐이라느니, 지나친 선과 악의 대립, 즉 남한은 무조건 선이고 북한은 무조건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이분법적 시각이라느니, 리암 니슨은 왜 출연한 건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혹평이 쏟아져 일찌감치 기대를 접었다. 그런 말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어도, 지나치게 기대했다가 실망이 클까봐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한 한 획이 되었던 [인천상륙작전]을 안 보고 지나갈 수는 없기에 개봉일에 맞춰 보러 갔다. 실제로 진작에 쏟아져 나온 혹평들이 다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엉성하고 겉도는 느낌이었다. 116분이면 요즘 영화치고 그리 긴 런닝타임이 아닌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영화에 녹아든 연기를 하기보다는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을 하는 것 같았다. 외국 유명배우를 출연시키고,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제목만 붙이면 흥미 요소도 있고 애국심에 호소할 수도 있으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던 것일까? 사실 영화 제목인 <인천상륙작전>도 포커스를 살짝 빗나간 느낌이었다. 그보다는 영화의 주흐름을 이끌어간 <X-Ray작전>이라는 명칭이 들어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인천상륙작전 역사를 바꾼 이정재(장학수)의 X-Ray 대북 첩보작전

 

리암 니슨이 출연해서 효과를 본 것은 국제연합군 최고사령관 맥아더 장군과의 씽크로율이 거의 완벽했다는 데 있을 것 같다. 하긴 거금을 들여 투입된 리암 니슨이 짬짬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기대했던 효과는 충분히 거두었을지 모르겠다. 다만 그가 등장하는 순간에 주변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허한 멘트를 남발하곤 했던 것은 억지스럽기 짝이 없어 분위기를 북돋우기는커녕 찬물을 끼얹은 듯 싸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아무리 멋진 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면 허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장면들이었다.

   

 

맥아더의 지시로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와 대립각을 세우는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은 이범수의 연기는 부족하다기보다는 좀 과한 듯싶었다. 그래서인지 이정재와 맞설 때도 그렇고, 북한군 부하들과 함께 있을 때도 그렇고, 이범수만 등장했다 하면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모습이 합창에서 튕겨져 나오는 목소리처럼 거슬렸다.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외모는 장학수 등 우리편 국군들을 꾀죄죄하니 북한군 같아 보이게 만들었는데,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보더라도 다른 북한군들도 너무 영양이 좋아보여서 이질감이 들었다. 

 

후기를 들어보니 이범수는 일부러 탐욕으로 똘똘 뭉친 림계진을 표현하기 위해 더 살을 찌웠다고 하는데, 탐욕스럽기보다는 돈과 권력을 다 거머쥔 채 저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자의 여유가 느껴졌을 뿐이다. 게다가 실제상황에서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지옥에서 뛰쳐나온 물귀신처럼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질기게 이정재를 따라붙는 것이 지겨웠다. 더욱이 네가 죽느냐, 내가 죽느냐 하는 죽음의 총구를 겨눈 위기일발의 순간에도 공산주의의 이념이나 늘어놓고 있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이 밖에도 이런 고리타분한 신파들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뒤통수에 총구가 겨눠진 상황에서도 징징 울거나 감정에 복받쳐 평소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거나, 상대방과 긴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총이 겨눠진 상태라면 입도 뻥끗 못하거나 아니면 "살려달라"는 말을 하는 정도가 고작일 텐데 말이다. 아무리 영화라 해도, 출연한 배우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은 좀 피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재(장학수)를 도와 인천상륙작전의 첩보임무를 수행하는 켈로부대 인천지역 대장 서진철 역을 맡은 정준호는 존재감이 좀 미약한 듯했지만 딱 자신이 해내야 하는 만큼의 역할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잘 해낸 것 같다. 악역을 자주 맡아 어느덧 악역 전문배우로 돼버린 듯한 김병옥은 이 영화에서는 켈로부대 대원 최석중 역을 맡아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데, 왠지 국군보다는 북한군 역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슬몃 미소가 지어졌다. 

 

이 김병옥의 조카로 나오는 진세연(한채선) 인천지역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다가 자기 눈앞에서 죽어간 외삼촌의 죽음을 목격하고 종군 간호사를 자처하고 나서는데, 전쟁이라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도 왠지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아 서걱서걱 겉도는 기분이었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겠는 표정도 그렇고, 그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나 연기를 하고 있소"라는 느낌이 강해서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 모든 불만스러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은 소재가 된 것이 실화이고, 그 실화가 6.25전쟁을 마침내 승리로 이끈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역사를 바꾼 대북 첩보작전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첩보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실제로 자기 목숨을 아낌없이 바친 희생자들이 엄연히 존재했고, 기꺼이 조국을 위해 산화(散花)한 것이다. <산화>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어울릴 사람들이 있을까.

 

저마다의 사정과 이유가 있어서 모여든 사람이었지만, 그들이라고 왜 제 목숨 귀하고 소중한 것을 모를까. 하지만 조국이라는 더 큰 그림을 보고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살신성인한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그런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씌어져 나온 역사임은 변함없는 진실이라는 것을 한 번쯤이라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곱씹어볼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5000분의 1의 성공확률이었던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대북 첩보작전을 작전을 펼쳤던 고 임병래 중위와 홍시욱 하사를 비롯해 당시 작전을 수행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서 장학수 역을 맡아 열연한 이정재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역사를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나아가 "이 영화를 통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름 없는 영웅들의 희생이 알려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재한 감독 또한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흐름을 바꾼 세계사적인 사건으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건 숨겨진 영웅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들을 영화로 그린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뜻 깊은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EBS [역사채널e]에서는 이 영화의 소재가 된 X-Ray작전을 펼친 켈로부대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 부분을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올려본다. 기뢰 등 북한군 정보를 파악하여 연합군 사령관에 보고하는 X-Ray작전에 투입된 켈로(KLO)부대원은 인천상륙작전 D-1인 1950년 9월 14일 저녁 7시 15일 0시에 팔미도 등댓불을 밝히라는 임무를 전달받는다. 그날 저녁 8시 미군 3명과 한국군 3명의 부대원이 출동하고, 저녁 9시에서 10 사이에 치열한 격전을 벌인 끝에 등대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다.

 

6.25전쟁의 전세를 뒤엎은 세기의 도박으로 일컬어지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파견된 비밀부대 KLO는 Korea Liaison Office의 약자로, 정식 명칭은 <미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처>, 별칭은 <켈로부대>였다. 1948년 첩보수집 전담을 위해 창설된 맥아더 사령부 예하의 조직이 켈로부대는 한국전쟁 발발과 동시에 국내외 곳곳에서 비밀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팔미도의 등대를 밝히라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팔미도는 인천항 서방 13.5킬로미터에 있는 섬으로 인천만 전체와 주변 해상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러나 이 섬은 이미 북한국에게 점령당한 후였다. 부대원들은 어민으로 가장해 북한군이 도치에 깔아둔 기뢰를 찾아내는 동시에 군함이 인천만에 잘 진입할 수 있도록 해양의 상태 및 항로의 수심을 측정한 결과 50년 만에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날을 발견한다. 수로가 좁고 물 빠지는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 내에 대형함정의 이동이 어려워 적의 지휘부가 예상치 못한 이 날을 인천상륙작전의 D-day로 정한다.  

 
그런데 사력을 다해 등대를 탈환했음에도 그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는데, 안타깝게도 연료탱크와 등불 받침을 연결하는 중요부품이 보이지 않아 불을 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약 2시간에 걸쳐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사라진 부품은 끝내 찾을 수가 없었고, 어느덧 시간은 쉼없이 흘러 작전시간이 0시를 앞두게 되었다. 

 

 

작전이 실패했다고 생각한 대원들은 실의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작전 개시 1분 전, 손끝에 작은 금속 하나가 만져진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등대의 부품이었다. 1950년 0시 12분, 마침내 켜진 팔미도 빛을 신호로 맥아더 장군 휘하의 261척 함대의 인천상륙작전이 개시된다. 켈로부대가 밝힌 팔미도 빛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가능케 한 승리의 빛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의 진정한 의의는 낙동강 방어선에서 반격의 계기를 조성해 주었다는 것, 또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덕분에 인천의 항만시설과 서울에 이르는 병참시설을 북진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의의는 수도 탈환의 성공으로 국군과 유엔군의 사기를 크게 높였다는 데 있다. 

 

이상, 인천상륙작전 역사를 바꾼 이정재(장학수)의 X-Ray 대북 첩보작전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