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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약자의 생존법 미인계와 삼십육계

 

약자의 생존법 미인계와 삼십육계 

 

 

 

새로 시작한 SBS 드라마 [대박]에서 이인좌(전광렬)는 숙종(최민수)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복순(윤진서)이라는 무수리 출신의 여인을 곁에 두도록 만듭니다. 이른바 <미인계> 전략입니다. 미인계란 아름다운 여자를 보내 적장의 마음을 해이하게 만들어서 군대의 규율을 흩뜨리고 전력을 약화시키는 묘책입니다. 월나라 왕 구천이 서시(西施)라는 미인을 오나라 왕 부차에게 보내 그가 서시에게 빠져 국사를 돌보지 않는 틈을 타서 패배를 승리로 이끈 데서 나온 말입니다. 

 

미인계는 병법의 하나인 삼십육계 전략 중 31계 전략입니다. "삼심육계 줄행랑"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도저히 이기지 못할 성싶으면 일단 도망치고 보는 게 가장 좋은 묘책이듯이 미인계도 전형적인 약자의 생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의 다양한 필승법을 들려주고 있는 [안계환의 인문병법]에도 미인계로 적장을 물리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와 삼십육계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삼십육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더 상세하게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약자의 생존법 미인계와 삼십육계입니다. [안계환의 인문병법]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인문병법 약자의 생존법 미인계와 삼십육계 - 이인좌가 숙종을 유혹하라고 들여보낸 첩자 복순(윤진서

 

 강한 적장을 공략하는 법 - 미인계를 활용하라

지략 36계 병법의 제31계는 미인계다. 흔히 남자는 세계를 지배하고 여자는 그 남자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영웅은 언제나 미인을 탐하기에 그 영웅을 지배하는 미인을 활용해서 적을 무찌르는 방법이 있다. 중국 역사에는 폭군 옆에 반드시 나라를 기울게 만든 여인이 있었다. 하나라 마지막 왕 걸왕에게는 요녀 말희가 있었고 은나라 주왕에게는 달기, 주나라 유왕에게는 후궁 포사가 있었다. 당나라 전성기를 이끌었던 현종 옆에는 미인의 대명사 양귀비가 있었다.

 

현종은 열여덟째 아들 수왕 이모(李瑁)의 비였던 여자가 마음에 들자 데려다가 자신의 비로 만들었다. 젊어서 탁월한 정치를 펼치던 현종이 나이들어 양귀비에 빠져들자 정치는 혼란해졌다. 이후 안녹산과 사사명이 난리를 일으켜 국토가 황폐화되니 당나라는 이후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후대 사람들은 아들의 비였던 여자를 총애한 현종을 비난하지만 유목민 후예였던 당나라 황제들은 이런 일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포사와 양귀비   

 

그런데 역사에 기록된 이런 여인들은 철저하게 역사가의 붓끝에 놀아난 희생자 아닐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말처럼 후대의 사가들은 전대의 제왕들을 나쁘게 묘사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황제 권위란 덕으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데 여인들로 인해 하늘의 덕을 잃었고, 따라서 새로운 제왕에게 덕이 옮겨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처럼 양귀비나 포사 같은 여인에게 나라를 망치는 데 일조했다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억울하지만, 영웅이 미인에 약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약한 세력이 강한 세력의 장군을 미인계를 구사해 멸망하게 이르렀던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미인계는 미인을 마치 미끼처럼 활용해 적장을 유인할 때 사용하는 계책이다. 병법서 <육도>의 <문벌>(文伐,모략전술) 편에 가장 적합한 대목이 있다.

 

“적국의 군주에게 음탕한 짓을 즐기도록 부추기고 아름다운 미녀와 보물을 헌상하여 정치를 잊게 만든다. 비굴한 말솜씨와 공손한 태도로 그의 말을 경청하며 맞장구를 쳐준다. 그렇게 하면 장수는 싸울 뜻을 접고 스스로 간사함에 빠져든다.”

 

서시와 초선 

 

이러한 미인계 전략을 써서 적을 혼란시킨 원조는 춘추시대 월나라 군주인 구천과 전략가 범려다. 범려는 서시라는 절세 미녀를 발탁해서 적국이었던 오나라 부차에게 보내 나라를 멸망케 했다. 후대의 <삼국지연의>에서는 왕윤이 미녀 초선을 동탁에게 보내 여포와 사이를 이간질시킨 후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죽이도록 해서 세력을 잡았다.

 

중국 역사에 나타나는 미인계 전략은 대체로 비슷하다. 미색을 발탁하고 적에게 보낸다. 여인은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적장을 유혹하고 무사안일과 향락에 빠지게 만든다. 그 후 기회를 봐서 군사를 동원해 급습을 가해 거꾸러뜨리는 방식이다. 이때 조국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가련한 여인의 희생은 필수다.

 

델릴라와 유디트


그런데 서양의 미인계 전략은 동양과 조금 다르다. 중국에서는 여인의 미모를 활용해 적군 장수를 방심하게 만드는 소극적 행동을 펴는 데 비해 서양에서는 여인들이 적극적인 행동을 한다. 여인이 자발적으로 적장에게 접근하고 때로는 직접 상대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서양에서 미인계의 원조는 삼손과 델릴라 이야기에 나오는 델릴라다. 구약성서 판관기에는 삼손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묘사되어 있다. 삼손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긴 머리카락이 큰 힘을 쓰는 영웅이다. 그는 기원전 11세기경 하느님의 선택을 받아 괴력을 지니고 태어났다. 당시는 블레셋인이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을 때였다. 지배층이었던 블레셋 여자와 결혼을 했으나 그녀가 그를 떠나자 블레셋인 1천여 명을 죽였다. 그 후 삼손은 블레셋 사람들의 지배하에서 사사(士師)로서 20년간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세월이 지나 블레셋인들은 삼손을 처치하고 싶었으나 그가 가진 괴력 때문에 어쩌지 못했다. 그때 삼손은 소렉 골짜기에 사는 한 여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가 바로 델릴라였다. 이를 기회로 블레셋인들은 그녀를 돈으로 매수해 삼손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보도록 유혹했다. 델릴라는 삼손에게 여러 번 그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물었고, 그때마다 거짓으로 알려주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끈질기게 묻는 델릴라에 굴복하여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하나님께 구별되도록 태어났는데 그 힘의 원천은 바로 한 번도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이라오”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들은 델릴라는 삼손이 잠든 사이에 하인을 시켜 머리카락을 자르게 했다. 그러자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힘은 사라졌고, 이때 쳐들어온 블레셋 사람들은 그의 눈을 뽑고 청동사슬로 묶어 감옥에 가두었다.

 

델릴라와 유디트

 

델릴라보다 더 적극적 역할을 하는 미인은 유디트다. 구약성경 외전에 따르면, 그녀는 베툴리아 지역에 살던 아름다운 과부였다. 이때 지역 패권국가인 아시리아 장군 홀로페르네스가 베툴리아를 포위했고, 이곳 유대인들은 전쟁을 포기하고 투항하려 했다. 이때 유디트는 적진해 잠입해 아름답고 지혜로운 매력으로 홀로페르네스 장군을 유혹했고 방심하도록 만들었다. 밤이 깊자 장군은 술에 취해 잠들었고, 유디트는 하녀와 함께 잠든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어 베툴리아로 돌아왔다. 장군을 잃은 아시리아 군대는 철수했고 유대인들은 목숨을 구했다. 이후 그녀는 유대인들에게 영웅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런 영웅적 행위를 한 그녀에 관해 후대 기독교 화가들이 그림 주제로 삼기를 즐겨했다. 피렌체 화가 보티첼리는 적장의 머리를 들고 베툴리아로 돌아가는 유디트의 당당한 모습을 그렸고, 베네치아 화가 조르조네는 하녀 없이 혼자 적장의 머리를 밟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가장 많이 알려진 카라바치오의 그림은 상당히 끔찍한 모습으로 유디트를 그리고 있다. 수많은 성당의 벽화에도 홀로페르네스를 죽이는 유디트가 그려져 있을 만큼 유럽 기독교인이 유디트의 활약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 병법 삼십육계

 

만들어진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고대 병법의 핵심을 모은 책으로, 지도자의 필독서로 여겨져 왔다. 삼십육계는 병법 가운데서 최상이지만 ‘도망치는 것이 최상의 묘책’이라고 한다. 

 

제1부 승전계(勝戰計) 아군의 형세가 충분히 승리할 만한 조건을 갖췄을 때 말을 타고 적을 압도하는 작전

 

1계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넌다
2계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한다
3계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해친다
4계 이일대로(以逸待勞) 쉬면서 힘을 비축해 피로에 지친 적을 맞아 싸운다
5계 진화타겁(趁火打劫) 남의 집에 불이 난 틈을 타서 도둑질한다
6계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한다

 

제2부 적전계(敵戰計) 아군과 적군의 세력이 비슷할 때 기묘한 계략으로 적을 미혹해 승리를 이끄는 작전

 

7계 무중생유(無中生有)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8계 암도진창(暗渡陳倉) 기습과 정면공격을 함께 구사한다 
9계 격안관화(隔岸觀火) 강 건너 불보듯한다
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품다
11계 이대도강(李代桃僵)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말라죽는다
12계 순수견양(順手牽羊) 기회를 틈타 양을 슬쩍 끌고 간다

 

제3부 공전계(攻戰計) 자신을 알고 적을 안 다음 계책을 모의하여 적을 공격하는 전략

 

13계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베어 뱀을 놀라게 한다
14계 차시환혼(借屍還魂)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시체를 빌려 부활한다
15계 조호리산(調虎離山) 호랑이를 유인하여 산을 떠나게 한다
16계 욕금고종(欲擒故縱)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풀어준다
17계 포전인옥(抛磚引玉) 돌을 던져서 구슬을 얻는다
18계 금적금왕(擒賊擒王) 적을 잡을 때 우두머리부터 잡는다

 

제4부 혼전계(混戰計) 적이 혼란한 와중을 틈타 승기(勝機)를 잡는 전략

 

19계 부저추신(釜低抽薪) 솥 밑에서 장작을 꺼내 끓어오르는 것을 막는다
20계 혼수모어(混水摸魚) 물을 흐려놓고 고기를 잡는다
21계 금선탈각(金蟬脫殼)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감쪽같이 몸을 빼 도망간다
22계 관문착적(關門捉賊) 문을 닫아 걸고 도둑을 잡는다
23계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이웃나라를 공격한다
24계 가도벌괵(假途伐虢) 기회를 빌미로 세력을 확장시킨다

 

제5부 병전계(倂戰計) 상황의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우군을 배반, 이용하는 전략

 

25계 투량환주(偸梁換柱) 대들보를 훔쳐내고 기둥을 바꾼다
26계 지상매괴(指桑罵槐)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한다
27계 가치부전(假痴不癲) 어리석은 척하되 미친 척하지 마라
28계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으로 유인한 뒤 사다리를 치운다
29계 수상개화(樹上開花) 나무에 꽃이 피게 한다
30계 반객위주(反客爲主) 손님이 도리어 주인 노릇을 한다

 

제6부 패전계(敗戰計) 상황이 가장 불리할 때 열세를 우세로 바꿔 패배를 승리로 이끄는 전략

 

31계 미인계(美人計) 미녀를 이용하여 적을 유혹한다
32계 공성계(空城計) 빈 성으로 유인해 미궁에 빠뜨린다
33계 반간계(反間計) 적의 첩자를 역이용한다
34계 고육계(苦肉計) 자신을 희생해 적을 안심시킨다
35계 연환계(連環計) 여러 가지 계책을 연결시킨다
36계 주위상계(走爲上 計) 도망치는 것이 가장 뛰어난 전략이다

 

이상, 약자의 생존법 미인계와 삼십육계였습니다. 흥미롭게 읽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