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기억증후군..기억력의 비밀 10가지
얼마 전 시작한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는 지나칠 만큼 모든 것을 세밀하게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아들 서진우(유승호)와 반대로 자꾸만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전광렬)가 겪는 일을 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 본 것은 아니고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낯선 용어에 흥미가 끌려서 띄엄띄엄 보긴 했지만,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같은 현상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모든 기억을 하나도 잊지 못한 채 끌어안고 살아가는 일 또한 만만치 않게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력은 좋으면 좋을수록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될 터여서 누구든 기억력이 뛰어나기를 바라게 마련이지만, 불행한 기억마저 단 한 조각도 떨쳐버릴 수 없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보니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기억력에도 적용되는구나 싶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렇긴 해도 이런 과잉기억증후군이 아니라면 누구나 뛰어난 기억력을 갖기를 바랄 게 분명합니다. 먼저 과잉기억증후군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고, 여러 가지 불안과 고민을 겪는 현대인들을 위해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창하는 두뇌집단 라이프 엑스퍼트의 [기억의 기술] 중 기억력의 비밀 10가지도 정리해 보았습니다. 잠들어 있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잉기억증후군..기억력의 비밀 10가지
■ 과잉기억증후군
초(超)기억증후군이라고도 부르는 과잉기억증후군 (Hyperthymesia)은 그리스 용어에서 파생된 Hyper(과도한)와 Thymesis(기억)이란 의미의 합성어로 자신의 삶에서 겪은 모든 사건과 경험을 통째로 기억하는 자서전적 기억증후군을 말한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 명 정도이며,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대뇌피질의 일부분이 여느사람들과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과잉기억증후군으로 판정받은 사람은 미국의 질 플라이스라는 여성인데 그녀는 14세 이후의 일을 완벽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한편 과잉기억증후군인 사람들의 기억력은 서번트증후군인 사람들의 기억력과는 성격이 다르다. 즉 책을 통째로 외우는 서번트증후군의 기억력은 일종의 스캐너인 반면 과잉기억증후군인 사람들은 일상의 에피소드를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 [레인맨]의 실제 모델이었던 천재 킴 픽은 1만 2천여 권의 책을 암기하고, 자폐증을 앓고 있는 영국 화가 테판 윌트샤이어는 놀라운 기억력으로 도시와 건축물의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며, 세계적인 명지휘자 로린 마젤도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기억력은 포토그래픽 메모리(Photographic Memory)라고도 부른다. 눈으로 본 것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머릿속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암기력이며,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과는 차이가 있다.
■ 기억력의 비밀 10가지
자꾸 잊어버리는 실수가 거듭되면 "나이를 먹어서 건망증이나 치매에 걸렸나?"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보통 그 원인은 강한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다. 청년/중년세대라도 큰 스트레스나 심한 불안상태에 놓이면 '기억의 입구'라고 불리는 해마의 신경세포가 점점 사멸해서 해마 자체가 줄어들어버린다. 강한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시상하부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나오고 이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손(cortisone)이라는 물질을 분비시키는데, 이 코르티손이 해마에는 요주의물질이다.
예를 들어 아내나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느닷없이 정신을 놓아버리는 것도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인생 최대의 스트레스에 의해 해마가 손상된 데서 오는 현상인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시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 기억력 감퇴와 인지능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린시절 부모를 잃었거나 학대, 무관심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은 사람은 중년이 되었을 때 노인들에게서 흔히 목격되는 기억력 감퇴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망증이 심해졌어", "기억력이 떨어졌어"와 같은 부정적인 자기암시를 계속하면 젊은이라도 기억력이 쇠퇴해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뇌에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하루에 수만 개씩 죽어가고 있는데, 특히 나이가 들수록 뇌의 신경세포가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 속에서도 기억과 학습에 관련된 해마의 신경세포는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나이가 들어서도 일은 물론이고 취미에 몰두하거나 어학을 익히는 등 머리를 쓸수록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머리를 쓰지 않으면 신경세포는 갈수록 줄어들고, 더욱이 부정적인 자기암시를 계속하면 신경세포가 점점 더 감소하며 기억력도 쇠퇴해 간다. 30대에 부정적인 자기암시를 계속한다면 40세가 되었을 때 기억력이 크게 떨어진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나이에 구애받지 말고 뭔가에 도전해서 기억력을 향상시키자.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신감과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뇌가 축소되면서 기억력, 학습능력 같은 뇌기능도 저하된다고 한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소니아 루피엥 박사는 노인 92명을 대상으로 15년에 걸쳐 뇌 조영과 뇌기능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들이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에 비해 뇌의 크기가 약 20퍼센트 작고 기억과 학습기능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이라도 심리치료를 통해서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도록 가르치면 뇌기능 저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을 찾아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칭찬을 받으면 기억력이 높아진다
정신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칭찬의 효과에 대해 "사람은 쾌감을 행동의 원리로 삼는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뇌신경구조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뇌에 쾌감이 생기는 것은 뇌 속에 A10이라고 불리는 쾌감이 있기 때문인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칭찬을 받을 때, 또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이 정보가 A10신경으로 흘러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에 쾌감이 생기고 신경세포 사이의 정보전달이 활성화해서 의묙이 높아지게 된다. 게다가 쾌감신경 A10은 해마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쾌감은 뇌에 기억된다. 그리고 쾌감을 느낀 뇌는 다시 그것을 얻기 위해 똑같은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의욕이 점점 높아지고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상승하여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깊은 슬픔이나 분노, 기쁨, 놀라움 등 강한 감정을 동반한 기억일수록 뚜렷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당시의 상황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데, 이런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은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졌다. 쥐를 이용한 연구에 의하면 이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지 않으면 기억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억과 관련된 해마의 신경세포에서 아세틸콜린이 분비되고, 눈이나 귀로부터 들어온 데이터는 시냅스를 통해 신경세포 간에 전해짐으로써 해마에 기억되어 간다. 이때 감정이 강하게 자극받을수록 아세틸콜린의 분비량이 증가되고, 이에 따라 해마의 신경세포 간 전달이 활발해지면 뇌의 기억서랍 속에서도 최우선 자리로 운반되어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이다.
기억력을 위해서는 적당한 기분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계속 머릿속에 주입하기만 해서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기억의 효율이 순식간에 저하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분전환 방법은 저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괜찮다. 카페에서 만화를 읽는 것도 좋고, 발 마사지를 받는 것도 효과가 있다.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도 좋고 인기있는 소설을 읽어도 좋다, 또 조용히 차를 마시면서 명상을 하는 것도 좋고 공원 벤치에 앉아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사람이 뭔가에 몰두할 때는 대개 목표를 정하는데, 거기에서 느끼는 성취감이나 좌절감은 객관적인 숫자보다는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했는가 아닌가로 결정된다. 따라서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우면 좌절감만 커지고 의욕마저 잃어버리고 말 것이며, 목표가 너무 낮아도 긴장감이 없어서 의욕이 솟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조금 어려울 정도로 목표를 설정할 때 '의욕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어 착실하고 꾸준하게 노력을 계속할 수 있다. 즉 적절한 시선으로 미래를 보면서 학습이나 업무에 매진하는 것이 의욕은 물론 기억력을 높이는 비법이다.
긴장의 정도에 따라 기억력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시상하부에 있는 편도체와 관련이 있다. 사람의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는 즐겁다고 느끼거나 기쁘다고 생각할 때도 작용하지만, 반대로 불안이나 공포를 느낄 때도 작용한다. 즐겁다고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편도체가 작용하면 해마의 활동이 활성화된다. 예를 들면 "내일 면접이다"라는 불안이나 공포가 방아쇠가 되어 뇌가 활성화되고 기억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만, 긴장감에 짓눌려 불안이나 공포가 지나치게 커지면 완전히 상황에 뒤바뀌어 당황하게 되고 기억력도 저하된다. 즉 너무 압박을 주어도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벌을 만드는 것은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시험을 치르고 평균점수를 내는 것도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경쟁심이 공부에 열정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경쟁상대를 만들어 선의의 경쟁심을 적절히 자극하는 것은 기억력을 향상시켜 성적을 높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긍정적인 기분으로 뭔가에 도전할 때는 누구나 항상 즐겁고 기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럴 때 뇌에서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작용하는데, 이 편도체는 해마를 활발하게 해준다. 즉 긍정적인 기분으로 몰두하면 뇌가 더욱 활발히 활동해서 평소에는 무리라고 생각되는 부분까지 단번에 기억해 버리는 경이로운 기억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 당일에도 시험 시작 10분 전에 "이제 10분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아직 10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의 상태는 완전히 다르다. "아직 "10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면 똑같이 참고서를 보고 있어도 여유로운 만큼 더 확실하게 머리에 주입된다.
이상, 과잉기억증후군..기억력의 비밀 10가지였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