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에서 배우는 최고의 인생 지혜 7가지
난세 중의 난세였던 춘추전국시대의 치세 철학이 담긴 한비자는 '제왕학의 교과서"로 일컬어지는 책입니다. 한비자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하면서 나라의 정치질서는 절대 전제군주의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서만 유지된다는 이론을 담고 있는데, 수많은 동양고전 중에서도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후학들이 가필한 것까지 합해 55편 1만 자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오직 한 부류의 사나이, 바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제왕을 겨냥해서 쓴 한비자는 오늘날로 말하면 각계의 리더나 CEO, 즉 조직의 수장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가 그들만을 가리키는 말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제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가]의 저자 김태관은 자신의 왕국을 세우겠다는 야망을 품은 젊은이라면 약육강식의 밀림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최종 승자가 되는 길이 담겨 있는 [한비자]를 더욱 가까이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한비자에서 배우는 최고의 인생 지혜 7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한비자를 거울삼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가르침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비자에서 배우는 최고의 인생 지혜 7가지
1 마음속 키높이 구두를 버려라
한비자는 군주가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키가 커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군주가 현명하지 않아도 현명한 자를 거느리고, 지혜롭지 않아도 지혜로운 사람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것은 군주가 가진 권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키작은 나무도 키큰 나무 위에서 군림할 수 있다. 권세와 지위만 갖추고 있으면 세상사람들은 지렁이도 용처럼 받든다.
혹시 당신은 키가 작다든지, 얼굴이 남만 못하다든지, 집안이나 학벌이 남보다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레 주눅이 들어서 마음속에 원대한 포부를 품는 일마저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키높이 구두를 찾거나 성형을 해서라도 성공해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서라. 최고는 키높이 구두가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지혜가 만든다. 키가 작다는 것이 당신의 운명을 재단하는 결정적 잣대가 될 수는 없다.
2 마음속 상아 젓가락을 버려라
어느 나라가 망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상아 젓가락 때문이라는 거였다. 젓가락 하나로 나라를 들어먹었다니, 무슨 뜻일까? 한비자가 들려주는 사연은 이렇다. 은나라 주왕이 값비싼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었다. 천하를 소유한 임금이니 그 정도 호사는 누릴 만하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기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기자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그림이 펼쳐졌다.
상아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면 푸성귀 따위의 허술한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반드시 산해진미를 찾게 될 것이다. 산해진미를 질그릇이나 옹기에 담을 수는 없으니 금쟁반이나 옥그릇이 필요할 것이다. 금쟁반 옥그릇을 사용하는 사람이 꾀죄죄한 옷을 입을 수는 없으니 비단옷을 입을 테고, 비단옷을 입은 사람이 누추한 집에서 살 수는 없으니 고대광실 으리으리한 집을 찾게 될 것이다. 고대광실을 탐내는 왕에게 지금의 궁궐이 성에 찰 리 없으니 반드시 새로운 궁궐을 짓고 싶어할 테고, 그러면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야 하고 세금도 더 거둬야 한다.
왕의 사치를 위해 백성을 쥐어짠 나라들이 어떤 종말을 맞았는지는 물어보나마나다. 그리고 과연 기자의 예상대로 주왕은 타락의 길로 치달았다. '주지육림'이라는 기막힌 고사의 장본인이 된 것이다. 주왕은 끝내 몰락했다. 불행은 불행한 얼굴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망한 자가 들려주는 사연은 산 자에게 최대의 교훈이 된다. 최고의 인생을 얻기 위해서는 최악의 사례들에서 배울 줄 알아야 한다.
3 어진 것과 어리석은 것은 다르다
정나라에 진수와 유수라는 큰 개천이 있었다. 그런데 개천에 다리가 없어 오가는 사람들이 늘 바짓단을 걷고 맨발로 건너다녔다. 어느 날 재상인 자산(子産)이 지나가다가 그 광경을 보고 이를 딱히 여겨 자기 수레에 사람들을 태워 강을 건너게 해주었다. 요즘으로 치면 총리쯤 되는 공직자가 시골길을 가는 노인을 관용차로 태워다준 셈이다.
하지만 이런 미담에 대해 맹자는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가라면 수레에 태워줄 일이 아니라 다리를 놔주어야 한다"는 싸늘한 평가를 내렸다. 한비자도 "만일 왕이 온 백성이 굶주린다고 해서 손수 쌀가마니를 메고 가난한 집에 가져다준다면, 이는 미담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비록 사치를 한다 해도 백성을 위해 다리를 놓아줄 줄 아는 것이 진짜 정치라는 것이다.
혼자 최고가 되는 사람은 없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아랫사람 위에 선다는 뜻이다. 아랫사람들을 거느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한비자는 수많은 고사를 통해 일러주고 있다. 솔선수범만을 최대 미덕으로 아는 리더는 구성원들이 굶주리면 빵 몇 개를 사서 나눠주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지만, 그것으로 끝이라면 그의 명령을 구성원들이 얼마나 믿고 따르겠는가?
4 오직 한 목소리만 들리는 것을 피하라
왕이 신하를 다스리는 데 사용하는 일곱 가지 술책이 있다. 첫째는 많은 증거를 모아 대조하는 것, 둘째는 형벌을 내려 위험을 밝히는 것, 셋째는 포상을 해서 능력을 다하게 하는 것, 넷째는 신하의 말을 하나하나 듣고 실적을 묻는 것, 다섯째는 왕의 명령을 의심하는 신하를 꾸짖는 것, 여섯째는 왕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하고 질문하는 것, 일곱째는 일부러 반대되는 말을 하고 거꾸로 일을 행하여 신하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이 7가지는 왕이 신하는 다스릴 때 사용해야 할 술책이다. -내저설 상편
왕의 눈과 귀가 가려져 있으면 한 목소리만 들리고, 왕이 거기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나라의 미래는 벼랑끝이다. 하급의 군주는 주위에서 "그렇다, 그렇다" 하면 그런 줄로만 안다. 하지만 상급의 군주는 주위에서 일제히 "그렇다 그렇다" 하면 뭔가 수상하다는 사실을 안다. 즉 여러 사람이 앵무새처럼 한 목소리만 내면 인(人)의 장막을 의심하는 게 상급의 군주다.
칭찬만 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하지만, 칭찬만 들으려 하거나 칭찬하는 말만 들리는 사람도 위험하다. 비난만 하거나 비난만 들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당신에게 오직 한 목소리만 들려온다면 그것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라는 위험신호다. 모두가 좋다는 사람은 진짜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모두가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 또한 꼭 나쁘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5 형벌에는 신분과 귀천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
고관대작 중에는 온갖 불법과 편법을 저질러 나라를 어지럽히는 경우가 많다. 특권층일수록 법을 무시함으로써 자신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일수록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고 있어서 섣불리 처단했다가는 나랏일이 제멋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국정이 삐걱거리지 않도록 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사실 이것은 모든 군주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문제 중 하나다.
한비자는 "중대한 범죄는 늘 존귀한 대신들에 의해 저질러졌지만 법은 언제나 비천한 사람들만 처벌한다. 그래서 백성들은 더욱 절망하고 억울해한다"고 말했다. 억울한 백성들이 많아질수록 그 나라가 온전히 돌아갈 리 없다. 한비자는 법치가 이루어지려면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자부터 법 아래 두어야 한다고 보았다. 왕이 나랏일에 어두워 법도가 사라지면 관리들은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고, 관리가 권력을 장악하면 견제할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형벌에 신분과 귀천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형무등급의 원칙은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6 눈에 보이지 않는 칼이 더 무섭다
밑빠진 잔은 아무리 천금짜리 옥잔이라 해도 이미 잔이 아니다. 큰일일수록 비밀이 유지되어야 성공하는데, 왕의 입에서 말이 줄줄 새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대접받지 못한다. 입이 싸면 사람도 값싸지듯이 왕의 입이 가벼우면 나라마저 가벼워진다.
한비자는 주도편에서 군주의 통치술에 대해 "왕은 신하들의 행실을 보고도 보지 못한 듯, 들어도 듣지 못한 듯, 알아도 알지 못한 듯 운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주는 귀가 있어도 감추고 입이 있어도 닫아야 한다는 뜻으로, 왕이 함부로 본심을 드러내면 반드시 우환이 따른다는 경고다. 왕은 웃어도 소리가 없고, 울어도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한다. 왕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 투명인간처럼 있어도 보이지 않으면 신하들이 두려움에 떤다. 보이지 않는 칼이 더 무섭다. 내 칼을 감춤으로써 마음을 베는 것, 그쯤 되어야 황제의 법술(法術)이다.
7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한비자는 영원히 강한 나라도 없고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고 말한다. 이 당연한 말이 천하의 명언이 되어 두고 두고 전해진다는 것은 권력자들의 어리석음을 반증해 준다. 자신에게 레임덕은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위정자들이 그런 부류다. 자신의 제국이 영원하다고 믿는 황제야말로 제국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떠날 때 떠나지 못하면 재앙이 다가온다. 절제와 금욕이라는 제동장치를 잊은 탓에 권력의 최정상에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례를 우리는 오늘도 언론을 통해 자주 목격하고 있다.
히말라야 같은 고산 등정은 무사히 하산을 마쳐야 완등 기록을 인정받는다. 정상을 밟았더라도 추락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으면, 그것은 실패한 등정에 불과하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정상에 오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하산까지 무사히 마쳐야 성공한 권력이라고 평가받는다. 정상만을 목표로 삼는 사람들은 결코 권력이라는 산을 정복할 수 없다. 너도 나도 앞을 다투며 달려가는 길이라면, 그대는 발길을 멈춰라. 미련이 많을 때는 미련없이 돌아서라. 인생에는 달릴 때가 있고 멈출 때가 있다. 가장 떠나기 싫을 때가 실은 바로 떠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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