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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콤플렉스는 나의 힘] 콤플렉스, 그까이꺼!

 

여행을 함께 하는 것은, 그리고 밤을 함께 지새우는 것은 사람을

한층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게 분명하다.  
하긴 그냥 눈인사만 주고받은 사람과 차 한 잔이라도 같이한 사람이 다르고,
밥 한 번 먹은 사람은 더 다르다는 것, 그 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보통은 함께 여행을 가도 2인 1실을 쓰기가 십상인데,
지난해 겨울엔 펜션을 빌려 넓은 1층에서 중학교 때 동창 아홉 명이

다 같이 모여앉아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졸다가 했다.
2층에 방이 여러 개 있었지만, 저마다 풀어놓는 이야기가 도무지

끊이질 않다 보니 그냥 모두 함께 1층에서 밤을 새운 것이었다.

 

순수했던 10대 중반의 3년을 함께 보냈고, 그 후로도 계속 만남을 이어온데다,

비교적 솔직한 성격들이어서 제 속내를 굳이 감추려 들지 않는 친구들이었기에,
서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날 현실적인 삶의 다양한 고충들을 서로 질세라 늘어놓던 이야기의 끝이
'중딩 그 시절’로 돌아가자 저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키가 좀 작고 통통한 편이었던 한 친구가 키가 크고 날씬했던 다른 한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랐다고 털어놓자, 그 말을 들은 당사자는 키만 컸지

비쩍 마른 자신이 싫어서 키는 그리 크지 않아도 오동통한 그 친구가 부러웠다고 했다.

또 쌍커풀이 없는데도 눈이 커서 예뻤던 한 친구는 쌍커풀이 있는 다른 친구가
그렇게나 부러웠는데, 정작 그 당사자는 쌍커풀이 너무 굵게 진 자기 눈이 마음에

안 들어 쌍커풀 없이도 눈이 예뻤던 그 친구가 너무나도 부러웠다는 것이었다.

뜻밖의 이야기에 다들 놀라움에 찬 웃음을 와르르 터뜨렸다.

 

 

이렇게 외면적인 부분에 대해 주고받던 이야기는 밤이 깊어가자 

더 진지해져서 급기야 서로의 내면을 털어놓기에 이르렀다.
그 시절 한 친구는 도중에 갑자기 친하게 지내오던 친구들 무리에서 빠져나가

그닥 질이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난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바람에 선생님들께도

몹시 걱정을 끼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알고 보니 갑자기 집안사정이

몹시 어려워진데다, 그 여파로 성적도 뚝뚝 떨어지자 이쪽 친구들 사이에서는

왠지 기가 죽는 기분이 들어서였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 쪽으로 갔더니,

거기서는 자기를 그래도 꽤 괜찮은 아이로 여겨주는 것이 좋았다는 것이었다.  

 

또 한 친구는 새엄마가 들어왔는데, 다른 친구들은 “엄마, 엄마!” 하고 부르는데,

자기는 새엄마가 어려워서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부끄러워

그때부터 친구들이 집에 오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고 한다.
그 사정을 몰랐던 친구들은 별안간 까칠한 성격으로 변한 그 친구를 두고

사춘기를 너무 격하게 겪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던 듯하다.
그 친구는 그때 “나 또 엄마랑 싸우고 왔어. 속상하라고 일부러 아침밥도

안 먹고 왔어“라고 말하는 친구가 가장 부러웠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등하교시에 늘 자동차를 타고 오갔는데, 수업이 끝나면 끼리끼리 손잡고

재잘거리며 가는 그 길을 꼭 차를 타고 가는 그 친구를 보며 비아냥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알고 보니 그 친구 어머니가 위로 아이를 둘이나 잃는 바람에

자식을 과잉보호하게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거였다.
그것을 모르고 감기만 걸린 듯싶어도 선생님이 그 친구 엄마에게 연락을 해야 하고,

그러면 그 엄마가 득달같이 달려와 그 친구를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허겁지겁 병원으로 데려가곤 하는 것을 눈꼴시어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에 비해 성적이 그닥 좋은 편이 아니어서

늘 꿀리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명랑하고 쾌활한 그 친구의 성격을 다들 좋아했기에 
그 친구가 그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며 다들 한바탕 웃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시절 가장 힘들었던 친구가 지금 대외적으로 가장 잘나가고 있고,
또 누구보다 재미난 삶을 살아온 듯 이야깃거리도 가장 많더라는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 별일없이 그저 순탄하게 살아온 친구는 할 이야기가 별로 없는 듯했다.

 

게다가 더 재미있는 것은 집안형편이 어려워 잠시 빗나갔다는 친구는 지금 은행 쪽에서

일하고 있고, 공부가 딸린다고 주눅들었다던 친구는 유학을 다녀와 교수가 되어 있고,

새엄마가 들어온 후로는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었다는 그 친구는 상담일이며

장애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들 자신의 약점으로 여기고 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리라.

토머스 칼라일은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한다“고 말했는데, 그 친구들이야말로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겼던

부분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삼아 자신의 삶을 잘 가꿔온 산 증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콤플렉스는 나의 힘>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일 듯하다.
콤플렉스가 길을 가다가 만난 돌이라고 친다면, 그것을 걸림돌로 여기고 고통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디딤돌삼아 더 크게 성장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 <콤플렉스는 나의 힘>에서 말하듯

“콤플렉스, 그것은 갈 길을 잃고 막혀 있는 내 삶의 또 다른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는 나의 힘

저자
정승아 지음
출판사
좋은책만들기 | 2010-03-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한양대학병원 신경정신과 연구교수이자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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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승아 교수님은 우리 마음의 동력은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 마음은 콤플렉스 때문에 전쟁터가 되고 고통을 느끼지만,
바로 그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삶에 자극이 되기도 하고 활력을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좌절을 맛본 사람만이 성공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실연의 아픔과 슬픔을 아는 사람만이 사랑의 본질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콤플렉스’(complex)란 말 그 자체로만 보면 뭔가 복잡하게

뭉쳐져 있는 ‘덩어리’라는 뜻이다. 그 주변에는 에너지가 많이 모여 있다.
그러니 콤플렉스가 많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그만큼 많은 잠재적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콤플렉스가 전혀 없는 사람보다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 내면에 투자할 수 있는 에너지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단, 문제는 그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콤플렉스를 방어하기 위해서만 애쓰다 보면 그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콤플렉스 자체에만 집착하는 것이고,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늘 위축되고 경직된 자세를 갖고 살아가게 되며, 

다른 곳에 써야 할 에너지가 모두 그 방향으로만 쏠리게 된다.

그러면 세상을 폭넓고 균형잡힌 시선으로 바라보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렇게 방어하는 데만 쏟는 에너지의 방향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 에너지는 보다 생산적인 일에 사용되는 활력으로 변할 것이다.
우리가 콤플렉스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자기관리를 해나가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콤플렉스와 접촉하는 순간은 다음과 같이 마음의 불편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1. 일단 뭔가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을 느낀다.
2.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닌 일인 것 같은데 오래도록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3.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려 해도 계속 그 날의 어떤 일이 생각난다.
4. 어떤 상황에서 어느 순간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5. 어떤 사람을 만나면 늘 불편하다.
5. 어떤 순간에는 늘 특정한 기억이 떠오른다.
6. 내식하지 않지만 남들의 어떤 말과 행동에 늘 예민해지거나 상처받는다.
7. 누군가의 어떤 말과 행동이 유독 늘 눈에 거슬린다.
8.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감정조절이 잘 안 된다.
9. 쓸데없는 줄 알면서도 늘 어떤 행동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10. 비슷한 실수를 자꾸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순간순간들에 예민하게 귀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관찰해 보고자 한다면 기록해 보는 것도 좋다.
생각이 글로 옮겨지면 그것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를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삼는 방법은 콤플렉스에 의해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지려는 생각, 감정, 행동의 균형을 잡아주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이 ‘균형감각’은 콤플렉스를 적이 아닌 친구로 여길 때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다.

 

<나 자신을 남들 대하듯 대해보기>
아주 심각한 순간에도 유쾌하고 가볍게 나와 남의 입장을 바꿔 볼 수 있는 마음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훈련해 보자. 자신이 어떤 순간 콤플렉스의 굴레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 
어떤 생각들로 인해 마음이 번잡하고 괴로울 때 습관적으로 흘러가려는 생각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마치 남을 대하듯 자신을 관찰해 보는 것이다.

 

<과학자(혹은 탐정)의 마음으로 자신을 대하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신념들은 대부분 그 근거가 희박하다.
그냥 믿음일 뿐이거나, 그렇게 생각하고 싶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현재도 그렇게 생각한다.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왠지 그럴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증거가 없거나 혹은 희박한 생각들은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보류’상태에 둔다.
그것은 나중에 입증이 되면 믿고, 입증이 안 되고 반대 증거가 나오면 폐기하면 된다. 

 

<그 생각과 함께 갈 데까지 가보기>
콤플렉스가 너무 강해서 맞서싸우기 어려울 때는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는 

수법을 동원해야 할 때다. 마음속의 어떤 강력한 콤플렉스 때문에 늘 특정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거나, 극단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몰리는 경우
오히려 그 생각들에 몸을 맡기고 끝까지 가는 데까지 따라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생각하는 그 순간 빠져나온다.

그러면 문득 자신의 생각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고작 한 번의 시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인생 전체가 끝장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니, 스스로 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

 

<현재 그 상황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어보기>
마음이 번잡스럽고 바쁘고 조급하고 초조할수록 잠시 멈춰서서 ‘지금-여기’를 바라보자.
그러면 그 순간 한참 빗나가고 방황하던 마음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많은 것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이 자신이다.
‘나쁜’ 자신도 자신이고, ‘좋은’ 자신도 자신이다. 
도달하기 어려운 무엇을 바라고 있을 수도 있고, 바라는 만큼 못할 수도 있고,

그래서 속상할 수도 있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노력해 볼 엄두를 못할 만큼 좌절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이다.  
자신의 코가 못생겼다고, 롱다리가 아니라고,
허벅지가 너무 굵다고 해서 잘라버릴 수야 없지 않은가.
그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자기가 자신을 부정하고 있는데,
누가 인정해 줄 것인가? 인정해 준다 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 있으랴.

 

 

 

마지막으로 “내 콤플렉스는 무엇일까?”를 탐색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쉬운 방법은

“내가 지금 가장 미워하는 사람은 누구인가?”하고 자문해 보는 것이다.
특히 ‘왠지’, ‘이유없이’, 미운 감정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더욱 유력한 후보자가 된다.
나에게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보기만 해도 밉다면,

심지어 구역질나거나 때려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곧 나의 콤플렉스다.

우리는 자신과 관계 없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뭔가 밀접한 관계가 있을수록 얽히는 감정의 얽힘도 깊고 복잡하다.
미워하는 이유를 적어놓고, 그 이유들을 죽 읽어보자.
그것이 곧 자신의 콤플렉스다.

 

콤플렉스는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미워하는 것, 질투하거나 분노하는 것,
이것은 마음의 힘이다.

자학하거나 낙담하는 것, 절망에서 몸부림치는 것,

과거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것,
이것도 마음의 힘이다.


현재의 절망은 미래의 환희를 위한 에너지다.
현재의 열등감은 미래의 자부심의 원천이다.

현재의 미움과 질투는 미래의 사랑을 위한 전주곡이 될 수 있다.
현재는 그저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의 고통들이
언젠가는 빨리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콤플렉스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매일 겪고 있는 이러한 마음의 요동들과 그 의미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고 쫓아내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이 결국은 삶을 추진시키는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에만 콤플렉스는 진정한 자신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