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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속담으로 배우는 경제원리..속담의 경제학

 

속담으로 배우는 경제원리..속담의 경제학

 

속담으로 배우는 경제원리..속담의 경제학

 

속담으로 배우는 경제원리입니다.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경제원리를 쉽게 풀어나간 짬짜면 같은 경제입문서 [자장면 경제학]의 저자 오형규님이 들려주는 속담의 경제학입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경제활동이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알고 보면 어김없이 경제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속담은 ‘경제원리의 보고(寶庫)’입니다. 예를 들어 ‘열 번 재고 가위질은 한 번 하라’는 속담은 어떤 일을 행동에 옮기기 전에는 최대한 따져보되 실행한 후에는 후회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여기서 연상되는 경제용어는 ‘합리적 소비(선택)’입니다. 또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속담은 절약정신을,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근면함을, ‘티끌 모아 태산’은 저축의식과 연결지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속담은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든 생활 속 진리이기에 경제원리를 설명하는 데 더없이 안성맞춤인 교재입니다.

 

그러면 저자가 귀에 쏙쏙 들어오게 들려주는 속담으로 배우는 경제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저자의 또 다른 글을 읽고 싶으시면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속담으로 배우는 경제원리..속담은 경제원리의 보고(寶庫)다

 

 무한한 욕구와 유한한 재화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는 속담은 재화는 한정돼 있는데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다는 의미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 오래 살고 싶고, 잘 먹고 싶고, 잘나보이고 싶어하지만 재화는 희소하기 때문에 이 모든 욕구를 다 채울 수는 없다. ‘아홉 가진 놈이 하나 가진 놈 부러워한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도 이와 비슷한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은 욕구가 지나치면 탐욕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은 경제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센티브’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경제활동이 인센티브, 즉 동기나 유인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에 걸맞는 속담은 ‘김매는 주인이 놉 일꾼 아흔아홉 몫 한다’이다. 놉이란 노비를 가리킨다. 주인의식과 노예근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경제학에서 말하는 주인-대리인 문제를 떠올릴 수도 있다. 자신의 재산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사유재산제도와 공동생산, 공동소비를 원칙으로 하는 공산주의 계획경제가 왜 엄청난 생활수준의 차이를 가져왔는지도 이 속담을 비유해서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미끼가 커야 큰 고기를 잡는다’, ‘벌 나비도 꽃이 좋아야 찾아간다’와 같은 속담도 경제활동에서 동기유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생활 속에서 그렇듯이 경제에서도 늘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마련이며,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적은 용돈으로 옷을 샀다면 피자를 사먹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을 시킬까 짬뽕을 시킬까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럴 때 개인이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용이고, 포기해야 하는 것은 기회비용이 된다. 기회비용보다 자신이 누릴 효용이 크다면 사람들은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기회비용의 개념과 통하는 속담으로은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기 놓친다’, ‘멧돼지 잡으려다 집돼지 놓친다’ 등을 꼽을 수 있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은 “하나를 선택하면서 포기한 것들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들 속담에서 놓친 집토끼나 집돼지가 기회비용인 셈이다. 한번 지불하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 매몰비용이다. 사람들은 흔히 매몰비용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놓친 물고기가 커보인다’는 속담에 비유할 수 있다. 매몰비용(놓친 물고기)에 연연하여 그 다음 선택에서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합리적 소비와 충동구매
사람은 끊임없이 소비하며 살지만 합리적인 소비인지 과소비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난다. 경제원리를 아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삼년 벌던 전답도 다시 둘러보고 산다’ 같은 속담이 어울린다. 돈을 쓰거나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최대한 신중하고 꼼꼼하게 따지라는 가르침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는 같은 가격(비용)이면 품질과 성능, 디자인을 따져 가장 우수한 제품을 고르는 게 최선이라는 뜻이다.

 

속담으로 배우는 경제원리는 현대사회에서 무조건 절약하는 것이 미덕일 수 없다는 것도 일깨워준다. ‘절약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제주체들이 모두 절약만 한다면 그 나라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물물은 퍼쓸수록 맛있다’는 속담은 적절한 소비가 유지돼야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이치를 일깨워준다. 반면에 불합리한 소비를 지양할 것을 권고하는 속담도 많다. ‘남이 장에 가면 나도 간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이나 견물생심(見物生心), 부화뇌동(附和雷同) 같은 한자성어는 불합리한 소비행태를 꼬집고 있다. 값이 싸다고 무턱대고 샀다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사기 전에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을 떠올려보자. 

 

 근로의욕과 도덕적 해이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 속담에는 ‘이마에 땀을 내고 먹어라’, ‘누운 나무에 열매 안 열린다’ 등 근로의욕과 근면성을 찬양하는 것들이 많다. 부지런함에 대해서는 ‘공든 탑이 무너지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같은 속담이 제격이다. 조상들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을 통해 요행과 일확천금을 기대하기보다는 열심히 일할 것을 강조했다.


반면에 우리 주변에서는 늘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젯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도덕적 해이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각종 인허가를 담당하며 뇌물을 밝히는 공무원들에게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란 속담이 비유된다.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할 때 적합한 속담으로  ‘행랑이 몸채 노릇 한다’는 것도 있다. 

 

 

 

 신용과 인적자본의 중요성
오늘날 경제활동에서 신용은 생명과도 같다. 우리 선조들도 신용을 무척 중시했다. 신용에 대한 속담으로는 ‘오뉴월 품앗이도 먼저 갚으랬다’가 대표적이다. 서로 도와주는 품앗이를 받기만 하고 갚지 않는 사람은 신용 없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다. ‘부잣집 외상보다 비렁뱅이 맞돈이 낫다’는 속담도 상거래에서의 신용을 강조한 말이다.


인재(인적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도 많다. 요즘 경제학자들도 인적자본을 토지, 자본(돈)보다 더 중요한 생산요소로 연구하고 있다. 탁월한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다. 윈도를 개발한 빌 게이츠나 구글을 만든 세르게이 브린, 아이팟을 내놓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IT(정보기술) 분야에서 얼마나 큰 성과를 이뤄냈는지 자주 목격하게 된다.

 

‘돈 물려줄 생각 말고 자식에게 글 가르쳐라’라는 말은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우리 속담은 유대인들의 탈무드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또는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려라’라는 속담은 제대로 된 육아와 교육의 원리를 담고 있다. 요즘 소(小)황제처럼 세상에 부족함이 없이 키워지는 아이들, 자녀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뒤에도 곁을 떠나지 못하고 이것저것 지원하고 간섭하는 ‘헬리콥터족’ 부모들이 되새겨야 할 속담들이다.

 

또한 인재를 키우더라도 전문화를 강조했다. ‘우물을 파도 한우물을 파라’고 했고,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독려도 잊지 않았다. 아무리 타고난 능력이 없더라도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과를 이룬다. 하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으로 인재 감별의 어려움도 가르치고 있다.

 

 

 투입·산출과 경쟁의 원리
경제학에서는 투입량에 대한 산출량이 얼마인가를 따져 효율성을 분석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나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성경 구절은 바로 투입·산출이론을 가장 쉽게 표현한 말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경쟁력은 생산성에서 나온다.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 ‘님도 보고 뽕도 딴다’, ‘되(升)글을 가지고 말(斗)글로 써먹는다’ 등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기업의 투자는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지만 모든 이익에는 위험(리스크)가 따른다. 이때 리스크만 생각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투자해서 실패한 것보다 더 나쁘다. 이때 어울리는 속담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이다. 구더기는 리스크로, 장은 투자로 보면 간단하다.

 

세상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래서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다. 누구나 자기 것은 덜 주고, 남의 것은 더 받고 싶게 마련이지만 내가 베풀지 않고 남이 베풀어주길 기대하는 것은 욕심쟁이일 뿐이다. 그래서 시장경제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이기심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가격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이는 ‘내 물건이 좋아야 제값을 받는다’는 속담이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거나 ‘가는 떡이 두꺼워야 오는 떡도 두껍다’는 속담은 오늘날 게임이론의 되갚기 전략(Tit for Tat)을 연상시킨다. 반복되는 게임의 상황에서 최선의 보수를 얻는 것은 먼저 게임에서 상대방이 택했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임이 경제학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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