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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보는 세상/일상다반사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서 보낸 하루

 

 

 

오늘 올리는 사진들은 2주 전에 다녀온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서 찍은 것입니다.

곰배령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TV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을 통해서였습니다.

2011년 11월경 종편이 막 시작될 무렵 채널A가 야심차게 제작한 드라마인 듯한데,

아버지(최불암)와 딸(유호정)을 중심으로 서울과 곰배령을 오가며 펼쳐지는

사랑과 갈등, 오해, 미움, 화해로 이어지는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착한 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착한 드라마가 숙명적으로 떠안게 마련인 낮은 시청률로 못 보신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당시 종편채널이었던 영향도 컸던 것 같구요.

 

저도 정작 드라마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못 보고, 지난해 봄에야 우연히 보게 되면서

드라마 내용보다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곰배령이 펼쳐 보여주는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그래서 꼭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고 있었지요.


 

 

 

입산허가증을 받기 위해 기다리면서 초입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 멀리 주차된 자동차며 버스들이 보이네요.

 

곰배령의 입산시간은 오전 9시와 오전 10시, 오전 11시, 이렇게 하루 세 번입니다. 
곰배령이 위치해 있는 점봉산은 식물의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이 교차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20퍼센트인 854종의 식물과 84종의 조·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는

최고의 보전가치를 지닌 곳이어서 1993년부터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곰배령도 출입을 제한하여, 인터넷 예약시스템으로 한정된

인원만 입산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 번에 2백 명씩 세 번, 하루 6백 명만 입산이 됩니다.

 

 

 

 

입산허가증을 받고 올라가기 직전에 위치한 점봉산 생태관리센터 입구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야생화 사진들입니다. 드라마에서도 볼 때도 그렇고, 또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한껏 뽐내고 있는 사진들을 보고 내심 기대가 컸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야생화들이 

저토록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지는 않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다만, 예전에 가보았던 야생화의 천국인 평강식물원은 인공미가 강하다면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일 듯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펼쳐진 산이기에 이런 묘한 모양의 나무도 볼 수가 있네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채로 자라고 있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이

짙게 느껴지는 포스입니다. 

 

 

 

 

그렇게 높은 산도 아니고 험하지도 않아서 크게 힘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이렇게 적당한 거리마다 

길을 안내해 주는 푯말이 서 있어서 가늠을 하면서 갈 수 있었습니다. 

 

 

 

 

TV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의 무대였던 강선마을 입구에 놓여 있는 꽃바구니입니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꽃들이 어찌나 예쁜지 

낡고 찌그러진 듯한 주전자에서도 마냥 돋보이는 자태입니다.

 

 

 

 

모든 길이 이렇게 자연 그대로 펼쳐져 있습니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산길이지요.

그래도 크고 널찍하고 편편한 돌들을 깔아놓은 것을 보니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중간지점쯤에 있는 개울입니다. 졸졸졸 혹은 콸콸콸 소리내며 흐르는 물소리도

너무나 경쾌하게 들리는데다 물 또한 어찌나 맑은지 징검다리를 건너가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꽃이름을 적어놓은 팻말이 안쪽에 꽂혀 있어서 옆에서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확대해 보니 광대수염이라고 씌어 있네요.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약간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죽 줄지어 가다 보니 옆으로 빠져나가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꽃이름을 잘 모르니 이렇게 팻말이 붙은 꽃들을 위주로 찍었습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꽃이름을 잊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감자난초입니다.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역시 숲속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미나리냉이입니다. 십자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봄에 어린잎을 캐서 나물로 먹는데, 중국에서는 땅속줄기를 캐서 백일해 치료약으로도 쓴다는군요.

 

 

 

 

연령초입니다.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와 아시아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연령초(T. kamtschaticum)와 큰연령초(T. tschonoskii) 두 종이

주로 깊은 숲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꽃 모양을 확실하게 보려면 좀더 가까이에 가서 찍어야 하는데, 그럴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리 폭이 넓지 않은 산길이어서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 그리고 11시에 올라가기 시작한

우리 팀보다 먼저 8시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어서 혹여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지요.

그래서 가다가 잠시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나무 또한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네요. 마치 하늘을 바라보고 낯선 동물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있는 집인지 창고 같은 건물 앞에 놓여 있는 나무탁자와 의자들입니다.

잠시 쉬어가면서 물 한 잔, 차 한 잔 나누면 좋을 듯한 분위기네요.

 

 

 

 

햇살을 받아 더욱 푸르러 보이는 숲속의 나무들입니다. 이런 푸르른 숲속을 걸어가고 있노라니

그야말로 몸도 머리도 마음도 함께 푸르러지고 깨끗해지는 기분이었지요.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자라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 ㅎㅎ)의 나무들이라고나 할까요..

덕분에 마음 저 깊은 곳까지 툭 트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아자입니다.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조금 깊은 산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전 도통 본 적이 없지만요. 하긴 보았다고 해도 영아자인 줄도 몰랐을 겁니다.

어린 부분은 나물로 식용하고 뿌리는 한방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한계령풀입니다.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입니다. 

노란색 꽃이 4월에 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꽃은 볼 수가 없네요.

 

 

 

 

드디어 곰배령 정상입니다. 눈 닿는 곳 저 멀리까지 부드럽게 능선을 이루며 펼쳐저 있는 

야생화며 풀들이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느낌입니다.

 

기린면 진동리와 인제읍 귀둔리를 옛사람들이 넘나들었던 해발 1164미터 높이의 고개인 곰배령은

산의 형세가 마치 하늘을 향해 곰이 배를 내밀고 드러누운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크게 가파르지는 않아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좀 빠르게 올라간 탓에

목도 마르고 배도 좀 고팠는데, 김밥 한 줄과 감말랭이, 사과 하나, 오이 하나로 요기를 하면서도

눈은 저 부드러운 초록빛 산등성이에서 뗄 수가 없었습니다

 

 

 

 

시야가 확 트여서 참 좋았는데, 정상에는 바람이 많아서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고 하네요.

 

 

 

정상 중간지점에 서 있는 산림여장군과 산림대장군입니다.

이분들이 떡 버티고 서서 지켜주고 있는 한 곰배령은 아무 걱정 할 일이 없을 것 같네요.

 


 

곰배령 가는 길은 일반 산행과 달리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매달 20일에 다음날 예약이 시작되는데, 점봉산 생태관리센터에서 신청을 받습니다.

월, 화는 숲도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산행 신청을 받지 않으며, 

산행이 가능한 날이라 해도 시간제한이 있어서 마음대로 오래 있을 수도 없습니다.
곰배령 생태관리센터에서 마지막 입산 통과시간은 11시 20분이며,

12시에는 강선마을 감시초소를 통과하여 오후 2시에는 곰배령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후 4시에는 센터에 도착하여 입산증을 반납해야 하니까요.

 

854종의 식물과 84종의 조·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하지만, 꽃이며 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저로서는 좀더 눈밝게 많은 꽃들을 보아내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내려오면서 보니 간혹 접사를 하시는 분들이 보였는데,

더없이 진지하고 경건하기조차 한 그분들 모습이 더 아름다워서

그분들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을 꾹꾹 참아야 했습니다. ㅎㅎ. 

그래도 숲과 함께 한 그날 하루가 아직까지도 생생한 기운을 주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