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으로 보는 세상/일상다반사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는 사람의 심리

 

 

오늘 포스팅은 사이토 이사무의 "이해와 배려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자기중심 심리학>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글입니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기적으로 보이는 자기중심성이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으며, 자기중심성을 잘 활용해서 좀더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다가 필름이 끊어진 경험을 한 적이 딱 한 번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필름이 끊어진 것으로 여겨졌을 그런 경험입니다. 

하지만 몸은 마치 나무토막처럼 굳어져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어도 정신은 완전히 말짱했었지요.

 

2년 전 겨울이었는데, 그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동료를 위로한답시고

술이라도 좀 취하도록 마시고 잊어버리게 해줄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작을 해주느라 저녁식사가 들어오기도 전에 빈속에 안주도 없이 소주 세 잔을 연거푸 마셨지요.

그런데 네 잔째를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뭔가 기분이 이상해진다 싶더니, 다음 순간 그대로

폭싹 상으로 엎어져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곁에 앉았던 동료가 깜짝 놀라 상으로 엎어진 나를

안아일으켜 똑바로 앉히려는 순간 내 몸은 마치 헝겊인형처럼 힘없이 쭉 뒤로 뻗어버렸습니다.

 

덕분에 그날 술자리는 시작도 하기 전에 파장이 나버렸고, 완전히 뻗어버린 저는

동료의 등에 업혀나갔지요. 동료는 택시를 타고 집에까지 나를 데려다주었구요.

그때 동료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내가 완전히 필름이 끊어졌을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 입도 뻥끗 못하고 몸도 꼼짝할 수 없었어도 정신은 쌩쌩해서 그들이

"어떡하지?" 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소주 세 잔에 저렇게 맛이 가버려?" "그 정도는 아니잖아",

"어서 택시 불러!" , "그나저나 집에서는 무척 놀라시겠는걸", 대체 얼마나 마셔서 이렇게 된 거냐고

하실 텐데 뭐라고 대답하지" 하며 놀라움 반 걱정 반  황당한 목소리로 주고받는 말들이 고스란히 다 들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뻗도록 마시게 두었느냐고 할까봐 걱정할 게 없는 것이,

그때 제가 엎어진 시각이 저녁 6시 20분쯤이었고, 허둥지둥 때아닌 난리법석 속에서 

집에 도착한 것은 7시가 막 지난 시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퇴근 후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대체 뭘 얼마나 마셨겠습니까. ㅎㅎ

    

 

 

 

아무튼 평소에 술을 많이 마시는 편도 아니고, 술마시는 것을 크게 즐기는 편도 아니지만,

단지 술을 취하도록 마시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술에 약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아마 그 날은 추운 날씨에 따뜻한 식당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몸이 막 녹아가는 상태에서

연거푸 마신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은 출근도 못하고 그 다음날 가니, 다들 제가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줄 알고

그날 있었던 일을 마치 중계방송이라도 하듯이 들려주었지만,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당황했던 그들보다 내가 더 생생하게 그날 일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앞으로라도 술을 마시다가 필름이 끊어졌군! 싶은 사람이 있더라도 절대로 아무 말이나,

특히 평소 못했던 악담을 그때를 틈타서 해보겠다는 야무진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다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ㅎㅎ. 

 

제 경험은 그랬지만, 실제로 필름이 끊어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아예 기억을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술에 취했을 때 나타내보이는 모습도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그 중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딱 한잔만” 하자고 꼬드기는 상사가 기억나는데,

그래서 붙은 별명이 딱 한잔만이었습니다. 

당연히 딱 한 잔만 하는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별명의 진가는 술자리가 끝날 무렵에 제대로 발휘됩니다.

아무리 술을 원없이 마셨어도 끝낼 줄을 모르고 “딱 한 잔만 더하자"고 물고 늘어졌으니까요.

 


 

"필름이 끊어진다는" 말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사이토 이사무의

<자기중심 심리학>에는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글이나옵니다.

그 글을 요약정리해서 올립니다.

 

 

 

 

여러분은 홧술을 들이켠 적이 없는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매일 홧술을 마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째서 홧술을 들이켜는지 그 이유를 파고 들어가보면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술을 마심으로써 자신을 잊고 싶기 때문이다.
비참한 자신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마비제다. 뇌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수준높은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자신을 의식해서 돌아보는 사고는 상당히 고등한 수준이다.

따라서 인간 이외의 동물은 일정한 지적 능력이 있더라도 자신을 의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인간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래서 머리좋은 인간은 자신을 의식하고 싶지 않으면 홧술을 마셔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두번째는 싫은 일을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무언가에 실패한 자신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저자는 하나의 실험을 진행한다. 단, 술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 실험에 참가할 수 없다.

그래서 신문광고로 1주일에 한두 번은 술을 마시는 사람을 모집했다. 

이 실험에 응시한 사람들은 실험 목적도, 실험자도 서로 다른 두 개의 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첫번째 실험은 지능테스트 개발을 위한 것이다. 테스트가 끝난 후 실험자들은 

"유감스럽게도 실험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상당히 안 좋은 성적입니다.

더 정확한 결과는 두번째 실험을 하고 있는 곳으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두번째 실험실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와 있다. 실험은 와인의 미각 테스트다. 

세 종류의 와인을 마셔보고 비교해서 어떤 맛인지 답해 달라는 실험이다.
게다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고맙게도 맛을 분명히 알 수 있을 때까지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이제 와인 맛을 볼까?"라고 생각한 순간, 첫번째 테스트에 참가했던 실험자들은   

"막 첫번째 테스트의 정확한 실험결과가 들어 있는 봉투가 도착했습니다. 나중에 나눠드리겠습니다"

라는 말을 듣는다. 그 순간 그들은 자신의 좋지 않은 성적을 떠올리게 되고,

그 후 와인 테스트를 시작하게 되면, "내 성적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을 의식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평소보다 술을 더 마시게 된다.

 

이런 뻔한 구조에 성인은 속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험결과는 이 사실을 명백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첫번째 테스트에서 성적이 안 좋았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와인을 더 많이 마셨던 것이다.다

하지만 다 그랬던 것은 아니고 특정성격을 가진 사람들만 그랬다.

즉 자기의식이 강한 반면 자기평가가 낮은 사람들이었다.

다시 말해 항상 자기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자기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실험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견디지 못하고 잊어버리기 위해 술을 많이 마신 것이다.

 

 

 

 

술자리가 만드는 인간관계
남자들끼리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겉치레뿐으로, 진심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술이 들어가면 곧바로 그 자리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진짜 속내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것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이 경우 대책은 두 가지다.

못 마시는 술을 퍼붓듯이 마시고 아예 체질을 개선하든가,

아니면 인간관계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요즘은 회식문화가 많이 달라져서 술을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술에 취해 자신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술에 취한 사람은 두번째 실험에서처럼 자기의식으로부터 도망쳐 자기의식으로부터의 비판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기억제가 느슨해져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하게 된다.

그 말의 대부분이 남의 흉이다. 상사, 동료, 여직원 등 회사의 거의 모든 사람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상사의 험담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고 하는데, 그것도 도가 지나치면 듣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말하고 있는 본인은 사고수준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논리 같은 건 상관 없이 말하고 싶은 대로 떠든다.

그러다가 더 취하면 험담의 대상이 같이 이야기 나누고 있는 상대가 되기도 한다.

 

한편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은 그 말을 제정신으로 다 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의식이 강하게 자극을 받아 기분이 언짢아진다.

따라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은 이런 술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 게 좋다.

자기의식이 높아져 있는데 거침없이 비판을 받게 되면 자기평가도 떨어져 우울해지고 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작 당사자는 다음날 마음껏 험담을 늘어놓은 바람에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아주 활기차다.

결국 술에 취하지 않았던 사람은 술주정뱅이를 돌보느라 고생한데다 우울한 다음날을 맞게 되는 것이다.

 

술을 잘 마시고 잘 취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인간관계의 불만은 나름 해소된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술이 늘지 않는 사람은 술자리에서 적당한 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자기이미지를 저하시켜 긍정적인 삶의 방식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