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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으로 보는 세상

관습도 깨뜨린 자기반성이 신뢰의 꽃을 피운다

 

 

‘뒤로 넘어지기 게임’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단체생활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도를 키우기 위한 게임인데,

서로 두 발자국쯤 떨어진 상태에서 A가 등을 보이고 돌아선 다음 자신의 몸을 뒤로 쓰러뜨리면

B가 뒤로 넘어지는 A의 몸을 받아주는 게임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게임으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만일 B가 자신의 몸을 확실하게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없다면 A는 마음놓고 뒤로 넘어질 수 없을 겁니다.

서로를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일깨워주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KBS 사회적 자본팀이 펴낸 <사회적 자본>에도 신뢰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해주는 글이 나옵니다.

뉴욕 맨해튼 47번가는 다이아몬드 거래의 메카로 유명한 곳인데, 이곳에 있는 약 2,600여 개의 보석상들은

신기한 방법으로 거래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면서 현금도 계약서도 없이 그저 악수 한 번으로 거래를 끝낸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마잘(Ma-zal)’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행운을 빕니다”라는 의미로, '신뢰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즉 이 거래에서 필요한 것은 오직 신뢰와 신용뿐인 것입니다.
이렇게 신뢰에 기반한 거래는 유대인 보석상들의 오랜 전통인데,

단, 한번 신용을 어기면 그 사람은 영원히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퇴출된다고 합니다.

 

"사업의 세계에서도 신의는 상품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 가치를 워낙 신뢰하기 때문에 그 밖의 다른 일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명언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뉴욕 맨해튼 47번가. 이미지 출처: 한국경제신문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가 발생해 국가기반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무엇보다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른들만 믿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다음 글은 존 더글라스의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7가지 비결>에 나오는 이야기를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마약중독자로 아내와 자식을 저버리고 살아온 한 아버지가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아들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비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모두 “그대로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기다린 바람에 소중한 목숨을 잃고 만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이 아버지처럼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야겠습니다. 

과연 용서를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이 말해 주듯이, 어른이라 하더라도 어른답게 행동하고

그 책임을 다해야 공경을 받는 법이다.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홍콩 등 동양권 나라에서는 

아직도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경하는 의식이 뿌리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런 공경문화만 믿고 사는 건 오래 전 일이 되어버렸다.

 

데일 카네기는 홍콩에서 ‘정직함이 신뢰를 얻는 비결’이라는 강좌를 이끈 적이 있는데,

수강생 중에 유독 말이 없던 중년남자가 있었다. 강좌가 끝날 무렵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는 시간에

그 중년남자가 손을 들고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저는 한때 마약중독자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완치되었지만 그것 때문에 아내는 병을 얻고 세상을 떠났지요.

그리고 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남남처럼 지내오고 있습니다. 아들은 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한숨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이 강좌에 오게 된 것은 이런 문제에 부딪친 제 자신이 너무 가엾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과연 제가 아들에게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아버지에 불과한가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데일 카네기는 동양의 전통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그 중년남자가 자신이 먼저 화해를 청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느끼고 그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과연 이 문제를 풀고 화해를 시도해야 할 책임은 아들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그러자 수강생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아버지가 큰 잘못을 했어도 자식 된 도리로서는 마약중독에서 완치된 아버지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다, 어린 나이에 아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해 봐라, 더욱이 마약에 빠져 있던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까지 잃은 만큼 화해 문제는 아버지에게 책임이 있다”는 등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데일 카네기는 그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원하는 것이 아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냐"고 물었고,

그는 "물론"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신뢰를 얻기 위해 아버지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냐”고 묻자 그는 잠시 울분을 억누르듯 입을 다물고 있더니 충혈된 눈으로

“제가 먼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유교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온 아버지로서는 참으로 힘겨운 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데일 카네기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만일 당신이 잘못햇다고 생각하신다면 확실하게 인정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제가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아드님 역시 가슴이 아프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손자손녀의 재롱도 보시면서 남은 생을 살아야지요.“

 

수강생들은 숙연해졌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마지못해 지켜온 자존심에 대한 부끄러움의 눈물이자 아들이 먼저 자신을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데 대한 반성의 눈물이었다.

이윽고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수강생들을 보며 말했다.

 

“제가 틀렸습니다. 알량한 자존심만 부리다가 이렇게 무너져버린 것이 오히려 시원합니다.

제가 아들에게 가서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제 진심을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강좌에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아들과의 관계를 풀어나갔는지 들려주었다.

 

 

 


그는 아들의 집을 찾아갔고, 초인종을 누른 채 아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들이 “누구세요?”라고 몇 번을 물어도 인기척이 없자 저녁식사를 하던 아들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현관으로 나와 문을 열었는데, 놀랍게도 현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모두 깜짝 놀랐다.

 

아버지는 아들이 나오자 “내가 잘못했다, 아들아” 하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아들도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아버지, 저를 용서하세요”라고 말했다.
무릎을 꿇고 자신의 지난날을 반성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아들은

그 즉시 마음을 열고 아버지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 ☆ ☆ ☆ ☆ ☆

 

아무리 아버지라 해도, 또 어른이라 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반성의 덕목이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은 신뢰를 부르는 열쇠가 되는 법이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의견을 인정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결코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패배다.
아니, 사실은 모든 일을 꼭 승리와 패배의 기준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덕목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행복, 사랑, 가족, 평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