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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안전불감증 사회에 필요한 [안전의 원칙]과 하인리히 법칙 5단계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엿새째이지만,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기적이

일어나길 비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은 이루어질 기미가 없네요.

 

뉴스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대형재난의 예방과 수습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착수한 모양입니다. 새누리당은 "안전행정부, 군, 경찰 등이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데

이번 사고에서도 미숙한 점이 드러났다"며 ‘재난청’ 신설을 검토 중이고, 여객선·비행기·열차 등

교통수단의 안전매뉴얼을 강화하고 재난연습을 의무화하는 정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도 노후선박 관리, 재난구조 지휘체계 등에서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역시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뒷북만 치고 있네요. 

게다가 더 염려스러운 것은 이번에도 어찌어찌 사고를 수습한 후 간신히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대형사고가 터질 때까지 곧 다시 예전의 관습대로 되돌아갈 게 불보듯 뻔하다는 겁니다.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볼프강 조프스키라는 독일인 저자가 쓴 <안전의 원칙>이라는 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런 책을 누가 읽을 거라고 출간했을까” 하고 머리를 갸웃했었지요.

왜냐하면 평생을 성공일변도로 달려가는 데 익숙해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패’라는 말을 극단적으로

꺼려하는 것만큼이나 ‘안전’이라는 말에도 거의 무관심하다는 생각을 평소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후 온 나라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을 보면서 

새삼 '안전의 원칙’과 '위기관리의 노하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고 그때 받아서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책을 다시 손에 들었습니다. 

 

  

 

 

 

책 뒷표지에는 "불안과 공포의 시대, 자유의 생존방식에 관한 현실적 고찰"이라는 카피가 씌어 있습니다. 

그리고 뒷날개에는 "안전,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원칙"이라는 제목하에

옮긴이 이한우 씨와 저자 조프스키가 나눈 대담이 나와 있습니다. 

옮긴이는 독일에서 1년간 생활하면서 사회구성 원리 가운데 안전을 첫째로 하는 그들의 모습을

직접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전불감증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와 달리 그토록 

안전한 사회에 살면서도 새삼 <안전의 원칙>이라는 제목의 책을 쓴 이유가 궁금했다고 합니다.  

 

안전의 원칙에 대해 좀더 상세하게 이야기해 달라는 옮긴이의 요청에 대해 저자는 

"안전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인도하는 핵심원칙이며 사회적 삶의 원칙이다.

종종 우리는 그 원칙에 배신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는 안전의 원칙을

고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변합니다. 그 외에도 저자는 대재앙과 보험사회, 예측할 수 없는

대인관계, 위험경제, 안보국가, 전쟁의 위험, 테러 등 많은 문제를 짚고 있지만,

오늘 포스팅에서는 안전에 관한 글만 발췌헤서 올려봅니다. 

 

 

 

 

안전은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다.
우리 삶에서 자신을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은 더 이상 없다.
사회는 사회적인 매장으로, 경제는 경제적인 죽음으로, 국가는 전쟁, 테러는 죽음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불안이 인간의 정신과 영혼, 행동능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 ☆ ☆ ☆ ☆

 

갑작스러운 재앙은 한순간에 패닉상태를 확산시킨다.
폭발사건, 기습공격, 대량학살, 지진해일 등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경우에 따라 징후나 경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사건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나 불안은 상상를 초월한다.
이런 재앙은 사전에 어떤 직관도 예상도 불가능하다.
세상은 단번에 산산조각나고 엉망진창이 된다.

불행이 찾아들 듯 재난이 엄습하고 희망의 원칙은 사라진다.

 

☆ ☆ ☆ ☆ ☆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운명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런 운명이 찾아들면 의지, 신뢰, 행위능력 등이 한순간에 무력해진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깊은 상처를 입는다.
단지 가까운 사람들을 잃었기 때문은 아니다.
상실의 상처가 아물고 치유된 후에도 재난 당시의 무기력감이 준 충격은 그대로 남는다.
모든 것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다.
사람들은 이제 누구에게나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 ☆ ☆ ☆

 

사람들은 자신들의 방어망이 허물어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엄청난 불행이 들이닥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재앙은 인간이 현재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준 토대가 얼마나 불안정한가를 눈앞에 보여준다.

 

☆ ☆ ☆ ☆ ☆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모두 위험한 사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 공기, 흙도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작업도구나 무기, 대형 원자로, 철도나 자동차, 요리기구, 방사선 촬영장치, 에어컨 등 

크고 작은 위험 리스트에는 수많은 물품이 포함될 것이다.

 

☆ ☆ ☆ ☆ ☆

 

인류의 생활 자체가 지속적인 상해와 죽음의 원천이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넘는 위협이 불가피하게 출현하더라도 그에 대처하는 일은 우리 인간의 몫이다.
보호조치나 예방대책 마련을 등한시한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미래에 대해 조심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결국 책임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얼마든지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한 책임은 일을 당한 뒤 어떤 행동을 취했느냐가 아니라

예방조치를 마련하는 데 태만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된다.

 

 

 

 

한편 안전에 대한 기본개념에 관해서는, 미국의 안전 전문가 하인리히가 연구한 하인리히 법칙도 유명합니다.

하인리히는 사고/재해가 일어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단계 사회적 또는 가정적 결함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적 또는 가정환경에 의한 결함을 말한다.
공중도덕이나 준법정신의 결여, 인명경시 풍조 등이 그 예다.
 
2단계 개인적 결함
개인적으로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안전에 대한 의식이 미흡하거나 기능이 부족한 경우 등을 말한다.
 
3단계 불안전한 상태 또는 거동
불안전한 상태란 위험물이 방치되어 있다든가 위험한 장소가 있다든가

안전장치가 구비되어 있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불안전한 거동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기계 등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4단계 사고

 

5단계 재해
위 5단계 중 어느 하나에 문제가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3단계 불안전한 상태 또는 거동>

제거하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작은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밝힌 것입니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즉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뜻이며,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