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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트라우마 테라피] 세월호 침몰사고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

 

 

세월호 침몰사고 후 온 국민이 슬픔과 우울에 잠겨 있습니다. 여기에 침몰된 배를 버리고

맨 먼저 도망쳐 나온 이준식 선장 등 선원들이 보여준 상상할 수 없이 무책임한 행동은

우리 사회에 '불신'이라는 트라우마까지 뿌리내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세월호 트라우마’입니다.
게다가 지금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실종자 가족들이 겪을 2차 트라우마의 위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시달리는 '서바이벌 증후군'도 위험한데,

서바이벌 증후군이란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함,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이

정신적 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 또한

이런 죄책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애통한 마음이 들더라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평상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지나치지 않은지 살펴보고, 만일 하루 종일 세월호 침몰사고

생각만 떠오르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거나, 괜히 화가 나고 공격적인 상태가 된다면 

간접적 트라우마의 우려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정신적 트라우마는 긴장성 두통이나

피로감이나 소화불량 같은 신체적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만일 이런 증상이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면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트라우마, 즉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화재, 폭행 및 기타 사고 등에 의해 생명을 위협당하는

신제척,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정신적 상처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책 등에서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피폐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미스틱 리버>도 그런 예 중 하나입니다. 

 

 


 

동네에서 즐겁게 스틱으로 공놀이를 하면서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세 친구,

데이브(팀 로빈스), 지미(숀 펜), 숀(케빈 베이컨) 앞에 수상한 남자들이 나타나

데이브를 납치해 가고, 며칠 뒤 범인들은 잡히지만 데이브는 유괴와 성적학대의 후유증으로,

지미와 숀은 데이브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서로 멀어져 갑니다.

하지만 이 일은 그들의 내면에 평생 지울 길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기고,

결국은 친구를 의심하고 살해하기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어린시절 겪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마음경영전문의인 최명기님의 <트라우마 테라피>도 오늘날 누구도 피해갈 길 없는 ‘마음의 상처’

굴욕, 무시, 배신, 억울함,  공포, 간섭과 통제, 따돌림, 냉담 등 8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습니다.

월남전에서 적진을 뚫고 목숨을 구해줄 만큼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던 단짝친구의 배신, 성희롱을 당하고도

오히려 꽃뱀 취급을 받게 된 억울함, 늘 술에 취한 아버지의 폭력에 죽을 것 같은 공포 등 각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자 내 가족, 동료, 이웃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 중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배신과 억울함, 공포의 상처는 어떤 심리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치유할지를 정리요약해서 올려보겠습니다. 

 

 

 

 

<배신의 상처>는 인간의 본능적 신뢰기반을 무너뜨린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세상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 주변사람들이 하나같이 언제 나를 속일지

모르는 거추장스럽고 두려운 존재로 여겨질 뿐이다. 배신은 그렇게 우리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큰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 문제는 배신이 있기 전에 잘못된 믿음이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허영심이

강한 사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치게 큰 사람, 혹은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인 욕망에 눈이 어두워져 배신의 징후가 있어도 잘 보아내지 못한다.
따라서 배신을 부르는 자신의 욕망을 먼저 깨달을 필요가 있다.

단, 아예 작정을 하고 상대방의 호의를 이용해서 배신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나쁜 것이므로

혹 배신을 당한 자신이 바보 같다고 자책함으로써 상처를 더 깊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한다.

 

 

<억울함의 상처>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든다               

 

오해나 누명은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를 뒤집어쓰게 되면

분노는 억울함으로, 억울함은 우울함으로 이어진다. 억울함의 상처는 사람도, 세상도 믿지 못하게 만든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기에 나 역시 아무도 못 믿게 되고, 세상의 윤리도 상식도 모두 무의미해진다.

억울함의 상처가 깊으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 때문에 연예인이 자살을 하는

일이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억울함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들이 나를 믿지 못하더라도 나만은

진정 나를 믿을 수 있어야 하며, 불필요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억울한 일 때문에 생긴 불행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세상이 내 편이 아닐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되면 삶이 두렵지만,

이 두려움과 괴로움을 잘 극복해 낸다면 보다 자유롭고 굳건한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포의 상처>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협박과 폭력은 감내하기 어려운 상처를 주며, 여기에 신체적 손상까지 덧붙여지면 죽음의 공포로까지

이어진다. 더욱이 신체적인 위협에 관계의 상처가 동반되면 그 상처는 더 깊고 오래 간다.

예컨대 가정폭력의 경우 반복적으로 학대가 일어나고, 학대자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등의

부조리한 상황이 되풀이되면, 무시, 배신, 억울함 등 모든 관계의 상처가 관련되기 때문에

학대자와 헤어진다 해도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남는다.

 

이러한 공포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

사회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지나친 분노와 원망은 상처만 키울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기억도 억지로 지우려고 해서도 안 된다. 죽을 뻔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극심한 공포상황은 물리적 충격에 준하는 정신적 충격을 뇌에 가하지만,

우리 몸에는 자연치유력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서서히 뇌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필요하면 전문가나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음의 상처는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고 고통에 빠뜨립니다. 그 때문에 어린시절에 입은 상처로

평생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고, 또 늘그막에 받은 상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하느냐에 따라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온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바라는 것 또한 이제 더 이상 마음의 상처로 고통에 빠져

살기보다는 오히려 그 상처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보다 풍요로운 삶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트라우마 테라피의 일반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극을 주는 원인을 피한다

예를 들어 가족이라도 상처를 주는 경우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 연인 사이라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소유물로 생각하거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고통을 주는 사람은

아무리 조건이 좋고 외모가 뛰어나다 해도 헤어지는 것이 좋다.

 

둘째, 스스로 상처를 후벼파는 일은 삼간다

자기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남의 잘못을 무조건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그저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를 하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들 뿐이다.

 

셋째,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많이 받도록 한다

마음의 상처는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을 때 조금씩 치유될 수 있다.

남에게 밝히기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굳이 세세하게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

그저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위로를 받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넷째, 상처를 성장의 계기로 삼는다

신체적 손상은 기껏해야 원상복구가 최선의 결과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잘 극복하고 치유하면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어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혹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도할 수 있고,

또 마음이 아플까봐 차일피일 미뤄오던 결정도 내릴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마음의 상처에서도 면역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몸은 면역력이 있을 때는 병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정상적인 접촉도

감염으로 이어집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여서 평소에 자생력과 면역력을 갖춰놓으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재미입니다.

우리 삶은 지켜주는 것은 대단한 목적이 아니라 저녁식사 때 먹게 될 구수한 된장찌개,

주말을 기다리게 하는 신작 영화, 사랑하는 사람의 따스한 피부,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을 지켜준다는 것이지요. 

 

흔히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즐겁고 유쾌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즐거움과 유쾌함을 멀리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잘 생긴다고 합니다. 

질병도 예방이 최고이듯 마음의 상처도 예방이 최고입니다다.

그리고 마음의 영양제는 뭐니뭐니해도 즐거움, 웃음, 유쾌함과 재미라는 것입니다. 

 


 

 

상상도 못했던 재난에 처하게 되면 그 동안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무튼 이번 일 잘 견뎌내고 어서 다시 평온함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윈스턴 처칠이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고 했듯이,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었을 세월호 침몰사고였지만, 이 사고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새로운 각성의 바람을 불어넣어 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순기능의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