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신입생 엑스맨과 리플리증후군(공상허언증)

 

지난 4월 12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48인의 도플갱어-신입생 엑스맨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6년 동안 자그마치 48개 대학에서

신입생 행세를 하고 다닌 한 젊은이의 학교생활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며 MT 등 각종 모임에 참석하고 여러 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주변사람들과 친해지고 나면 허물없는 태도로 밥을 사달라거나 하룻밤 재워달라거나 돈을 빌려간 후 

별안간 모습을 감추었고,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진 후에는 다음해 같은 학교 다른 과나 다른 학교의

신입생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고 합니다.

 

다음 사진들은 연세대, 한양대, 가천대, 한동대 등에서 찍은 사진으로, 그가 다닌 학교들 중 일부입니다. .

 

 

 

 

   

 

 

다음 사진에서 보듯 그가 신출귀몰하듯 나타났다가 사라진 48개 대학이 전국적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지도 위에 불빛이 반짝이고 있는 부분이 모두 그가 잠시나마 몸담았던 학교들입니다. 

 

 

 

 

또 다음 사진들에서 보듯이 각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서 그가 가입한 동아리도 기독교동아리,

탁구동아리, 국어학연구회, 다도동아리, 아마추어 무선 동아리 외에 풍물패, 철학동아리 등 아주 다양합니다.   

 

 

 

 

 

 

 

 

 

그가 누구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이런 가공할 일을 저지르게 된 것은 누나 넷은 일류대학에 진학했지만

외동아들인 자신은 대학교수인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에 들어간

열등감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똑똑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 대학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는 예전에 친구의 아버지가

"재수를 했는데도 왜 그 대학밖에 못 갔냐"는 말을 듣고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후 편입하기 위해 시험을 봤지만 그마저도 실패하자

결국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해서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진과 만난 그는 자신이 6년간 신입생으로만 행세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신입생에게 주는 애정과 관심이 좋았다. 누구한테 사랑받고 누가 나를 챙겨주고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

중1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왕따를 당했다.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 프로를 보고 있노라니 예전에 읽었던 짧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어느 날, 폭풍으로 바닷가 얕은 물웅덩이로 물고기들이 휩쓸려왔는데,

한 소년이 그 물웅덩이에 갇혀버린 물고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집어 바다로 던져주는 것을 보고

어떤 어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그 물웅덩이에 있는 물고기는 수천 마리도 넘을 텐데, 그 물고기들을 다 구할 수는 없단다."

소년은 "알고 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그런데 왜 그러고 있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하고 다시 묻자

계속 물고기를 하나하나 집어 바다로 던지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 물고기한테는 의미가있는 일이에요. 이 물고기한테도 의미가 있고, 이 물고기한테도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이 물고기, 이 물고기, 이 물고기..."

 

아마도 이처럼 한 마리 물고기의 삶조차 의미있고 소중한 삶이거늘,

그가 어엿한 한 사람으로서 더없이 의미있고 소중한 삶을 오로지 대학이라는 잣대로

마구잡이로 평가당하는 학벌사회의 희생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한 가지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곱 가지의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는 말도 있는데,

저렇듯 오랜 세월 동안 가짜 삶을 사느라 숱한 거짓말을 만들어내면서

알게 모르게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거짓말 자체는 변명할 여지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잘못된 행위이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과 부모를 비롯하여 주변에서 바라는 욕구 간의 크나큰 괴리가

그를  무려 6년간이나 그런 끔찍한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종용한 것 같아서

가슴 한구석에서는 못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가 겪고 있는 증상을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 Pseudologia Fantastica),

이른바 리플리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리플리증후군이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며, '리플리병' 또는 '리플리효과'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리플리라는 말은 패트리샤 스미스의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씨>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 보이로 일하던 별볼일없는 주인공 리플리는 신분상승 욕구에

사로잡혀 대담한 거짓말과 신분 위장으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공상허언증을 가진 사람들은 처음에는 남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다기보다는

단지 남들 앞에서 호감을 얻고 싶고, 자신을 과장하기 위한 마음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점차 거짓말의 범위가 커져 나가가 보니 저도 모르게 익숙해져서 거짓말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도 크게 느끼지 않고,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크게 불안해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저지르는 일에 대한 인식이

엷어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하게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한편 정신의학전문의에 따르면, "이런 병적 거짓말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어린시절에

육체적·성적 학대를 당했거나 문제가정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또 충동적인 행동을 많이 하고 자존감이 낮으며 난독증 같은 대뇌기능장애 증상도 보인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처럼 거짓말에 중독된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쌓은 자긍심과 자존감은 모래성에 불과할 뿐이며,

그 모래성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나아가 필요하면 전문가의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며, 가족 등 주변사람들도 그를 지지해 줌으로써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리플리증후근에 걸린 사람들에게서 나타는 특징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1 자신의 세계는 완벽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포장한다. 

남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을 보며 기쁨을 느끼는 그들은 

그 때문에 계속 거짓말을 만들어낸다.

 

2  이상이 높고 욕망이 강하다
이들 중에는 의외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높은 이상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원동력이 됐지만, 허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남들에게 자신을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자신의 삶이 완벽해진다고 믿는다.

또 무의식중에라도 자신이 품고 있던 욕망을 사실인 양 말하며 만족감을 얻는다.

 

3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그들은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자신이 말을 만들어내는 원인에는 남을 해하기보다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죄책감이 없으니 어떤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4 평소에도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울증 환자도 공상허언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조울증 환자는 기분이 좋아 붕 떠 있을 때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는데, 

그 와중에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제 기분에 말을 내뱉다 보니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게 된다.

 

5 자신의 말에 토를 달면 화를 낸다
이들은 자신이 말한 내용에 대해 추궁을 당하면 반사적으로 화를 낸다.

깨어져선 안 되는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공격적 방어 형태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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