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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박찬욱 감독 플로렌스 퓨 주연의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박찬욱 감독 플로렌스 퓨 주연의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박찬욱 감독 플로렌스 퓨 주연의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의 간략한 줄거리와 후기입니다. [리틀 드러머 걸]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 비밀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요원들의 숨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입니다.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원작을 드라마화한 작품입니다.

 

[올드보이]로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지난 3월 29일 왓챠플레이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영국에서는 2018년 10월 BBC1, 미국에서는 11월 AMC네트워크를 통해 방송되었습니다.

 

박찬욱 감독 플로렌스 퓨 주연의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1979년 독일의 이스라엘 대사관 관저에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이스라엘 정보국 고위요원 마틴 쿠르츠(마이클 섀넌)는 조사에 착수한다. 유럽에서 발생한 일련의 폭탄테러가 팔레스타인 혁명군의 소행이라고 결론내린 그는 테러리스트 조직에 비밀요원을 침투시키는 대담한 작전을 펼치고자 한다.

 

이스라엘 정보국이 점찍은 사람은 런던의 무명 여배우 찰리(플로렌스 퓨)다.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의 비밀요원 가디 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찰리에게 접근하여 그녀를 스파이로 만든다. 그리고 스파이가 된 찰리는 위험한 테러리스트를 연기하게 된다.

 

박찬욱 감독 플로렌스 퓨 주연의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드라마를 보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해 너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미안하게 여겨졌다. 테러를 자주 일으키는 팔레스타인 혁명군이기에 막연히 그들이 나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뿌리깊은 천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영국과 독일, 미국까지 끼어들었으니..

 

지난 3월 31일에도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대규모 시위에서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한 명이 숨졌다고 한다. 그러자 다음날인 4월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로켓 5발이 이스라엘로 발사됐다. 다행히 이스라엘 남부 공터에 떨어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처럼 서로에 대한 보복 타격이 되풀이되면서 사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 두 나라의 역사에 대해 좀더 깊이 알아보려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책도 구입해서 읽고 있는 중이다. 그 동안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일제강점기의 설움을 겪었던 우리나라만 억울한 세월을 보냈다고 생각해 왔는데, 알고 보면 전 세계적으로 그와 유사한, 아니, 그보다 더한 꼴을 당하고 산 나라가 참 많다. 그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드라마의 전개가 꽤나 느렸다. 그런데도 지루하지는 않았던 것을 보면 이 드라마가 뭔가를 보여줄 거라는 확신이 강했던 모양이다. 인터미션도 없이 6시간짜리 영화를 몰입해서 보고 난 느낌이랄까.

 

그런데 자신이 맡은 배역은 충실히 해냈지만, 그로 인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것을 찰리는 훗날에라도 트라우마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녀 자신은 이스라엘인도, 팔레스타인도 아닌 영국인인데, 즉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도 딱히 증오할 일도 없거니와 평소 두 나라의 상황에 대한 어떤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디를 사랑하게 되어서 그 배역을 계속 충실히 해냈다는 이유만으로는 아무래도 명분이 너무 약한 듯하다. 그 배역을 맡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고 나간 것은 배우로서의 자부심도 작용했던 것일까? 아니면 현실에서는 배우로서 대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였을까?  

 

 

스파이로서의 삶은 정체성의 혼란을 이겨낼 수 있는 멘탈갑인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그 혼란스러운 역을 플로렌스 퓨는 섬세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잘 해낸다. 다부지고 단호하고 당당한 모습에서 뿜어나오는 카리스마도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매번 다른 역을 맡을 때마다 진심을 다하는 연기로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작전을 훌륭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던 것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했지만 오직 한 사람, '리틀 드러머 걸'인 플로렌스 퓨만이 별처럼 빛났던 드라마였다. 플로렌스 퓨는 영화 [레이디 맥베스]에서도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쳐보였는데, 그 영화에서도 주변의 배우들을 병풍처럼 만들 정도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 홀로 빛나보였던 배우다. 물론 이런 멋진 드라마로 세계적 역량을 알린 박찬욱 감독의 노고에도 감사를 드려야겠다.

 

이상, 박찬욱 감독 플로렌스 퓨 주연의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