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은 왜 정치적일까?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월 1일 미중 무역전쟁을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미 뉴욕증시는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 소식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고 국제유가도 주요 산유국의 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다. 이처럼 무역은 국제정치와 맞물려 돌아간다.
무역 분야에서만 35여 년간 활동해 온 홍재화 대표는 무역환경에 미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무역이 왜 정치와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상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고 있다.
무역은 왜 정치적일까?
■ 무역도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세상사람들이 하는 일이 모두 그렇고, 무역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기분이 좋으면 사고 기분이 나쁘면 사지 않는다. 비록 일본제품이 좋다 해도 기분이 상하면 사지 않는다. 그게 요즘 중국사람과 한국사람의 정서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남경학살사건과 남중국해의 조그만 섬 문제까지 더하여 교역량이 많이 줄었다.
한중무역이 그만큼 늘어난 것은 중일무역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다 아베 탓이다. 아베가 신사참배를 하지 않고, 과거 역사를 부인하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았다면 중일무역은 별문제없이 늘어났을 것이다. 아베가 저렇게까지 하면서 극우적인 정책을 취하는 게 일본 국내정치에는 이익일지 몰라도 대중무역에서는 양국간의 감정고조로 좋을 리 없다.
무역은 왜 정치적일까?
■ 무역정책은 국제정세에 따라 움직인다
조선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무역은 국가에서 관리했다. 그렇지 않고 개인적으로 몰래 했다가는 국가의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국가가 관리하는 무역은 순전히 그 나라와의 관계에 의해 커지거나 작아졌다. 정치 지도자의 입장에서 보면 국제간의 무역은 권력구조나 국내 경제제도와 마찬가지로 통치수단의 하나였다. 이를 흔히 ‘무역정책’이라고 한다.
무역정책은 수입관세 및 쿼터 부과 등 자국산업 보호와 수출보조금 지급 등 수출촉진정책이 있다. 선진국은 보통 수입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장벽 등 자국산업 보호에 중점을 두고, 개발도상국은 수출촉진에 중점을 두고 무역정책을 시행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간 무역이 국제경제이론인 비교우위론처럼 양국이 모두 이익을 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또한 아베가 행하듯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춤으로써 한국의 수출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정책도 있다. 이른바 ‘인근궁핍화정책’이다. 자기네가 잘 살기 위해 이웃나라의 부를 갉아먹는 정책은 당연히 이웃나라의 반발을 일으킨다.
■ 국가간의 관계도 국가이기주의가 우선이다
국가간의 관계는 인간사회와 비슷하다. 국가이기주의가 우선이다. 문제는 국가간의 갈등은 사회구성인의 갈등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간에 벌어진 무역적자 문제도 이를 해결해 줄 만한 국제적인 법이 없다. 당사자들끼리 해결책에 대한 합의를 보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가간 갈등을 무역제재로 푸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미국과 이라크 간의 갈등은 대이라크 무역봉쇄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 엉뚱하게도 한국이 피해를 보았다. 한국은 이라크와 갈등할 이유가 없지만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국가의 대이라크 무역봉쇄에 동참해야 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무역을 둘러싼 국가간 갈등은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이다.
■ 무역은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본질적으로 뭔가를 사고 파는 것은 화폐와 물건의 교환이다. 순수한 교환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치나 권력,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 하지만 무역은 그런 정치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지금도 세계는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략물자라는 명목으로 특정국가에 대한 수출입 품목을 제한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중동 이슬람 국가 상호간의 무기 수출입 금지가 대표적 예다.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스라엘에서 생산된 공산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개인대 개인, 기업대 기업 간에 이루어지는 국제무역도 결국은 주권을 가진 다른 정부가 만들고 유지하는 법률과 통치의 프레임 안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무역도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의 통치술로 간주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역은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국내 정치・경제는 물론 거래 상대국 정치・경제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제3국간의 관계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 무역을 하는 사람은 국제정치에 민감해야 한다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해 무역을 할 수 있는 지역과 품목은 무한대로 늘었다. 그에 비례하여 무역에 미치는 불안정하고 불확정적인 요소들도 엄청나게 늘었다. 미국과 중국 간 헤게모니 싸움은 고율의 관세폭탄 부과를 통한 무역전쟁으로 번졌고 한일간의 과거사 갈등은 한-일 FTA의 논의를 사라지게 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정치의 주체는 정당이나 정부만이 아니라 시민사회, 공동체, 사이버공동체 등 광범위한 사적기관마저 포함되기 시작했다. 이 점은 정치적인 것들의 확대로 나타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무자비하게 공격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자 세계 각국의 NGO들이 스타벅스 커피 거부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것이 정치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치인들이 구성원들에게 미칠 수 있는 강제적 공권력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아베가 중국인들 일본상품 구매거부 운동을 고의적으로 일으킨 것도 아니고, 강압적이기로 유명한 중국의 관료들이 그런 운동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국제정치를 알지 못하면 당하고, 알아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역을 하는 사람은 국제정치에 민감해야 한다.
이상, 무역은 왜 정치적일까?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