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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탐정 리턴즈 권상우 성동일 코믹 추리콤비가 펼치는 환상의 브로케미

탐정 리턴즈 권상우 성동일 코믹 추리콤비가 펼치는 환상의 브로케미 

 

한국의 셜록 홈즈를 꿈꾸며 탐정 노릇을 하고 싶어서 어떤 수모도 끄떡없이 견뎌내던 강대만(권상우)이 드디어 일생일대의 소망인 탐정사무소를 개업하면서 다시 관객들 곁으로 돌아왔다. 한때 광역수사대 전설의 식인상어로 불렸지만 대쪽 같은 성격 때문에 일개 형사로 좌천됐던 노태수(성동일)도 물론 함께다.

 

이언희 감독[탐정 리턴즈][탐정 더 비기닝]에서 활약했던 이 두 사람이 3년 만에 다시 환상의 코믹 추리콤비가 되어 펼치는  멋진 브로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탐정 리턴즈]의 전편 [탐정 더 비기닝]을 본 것이 벌써 3년 전이라니,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당시 영화를 보고 후기를 쓰지는 않았지만, 권상우 성동일 두 사람이 빚어내는 의외의 케미가 쏠쏠한 재미를 주었던 [탐정 더 비기닝]이었다. 그래서 [탐정 리턴즈]에도 기대를 걸었는데, 혹여 기대를 저버릴까 하는 우려를 깨끗이 씻고 더 업그레이드된 재미를 준 것은 물론 두 사람이 맡은 첫 사건도 결코 단순치 않은 장기매매 관련 사건이어서 더 관심을 집중해서 보았다.

 

TV면 TV, 영화면 영화 속을 제 집처럼 넘나들면서도 맡은 역마다 자기 옷을 입은 듯 맞춤연기를 보여주는 성동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TV 드라마 [추리의 여왕 1, 2] 등에서 마약범은 물론 연쇄살인범을 여럿 체포한 형사로도 크게 활약했던 권상우는 이제는 어느 역을 맡든 능청스러울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로 깨알재미를 주었다. 

 

 

권상우는 아내(서영희) 몰래 만화방을 팔아 탐정사무소를 차리지만, 첫술에 배부른 법 없듯이 당연히 파리만 날린다. 그나마 탐정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방문객이 있어서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지만, 중국집 광고지를 돌리러 온 사람이어서 실망 끝에 한숨만 땅이 꺼져라 내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권상우는 그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고 광고지를 돌리러 온 사람의 손에 습진이 가득한 것, 장화를 신은 모습 등을 보고  그가 중국집 주방장이라는 것을 읽어낸다. 또 주방장이 한창 바빠야 할 점심시간에 광고지나 돌리러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손님이 없는 것이고, 손님이 없다는 것은 곧 그 집 짜장면 맛이 별로라는 것까지 추리해 낸다.  

 

게다가 그 중국집이 처음 탐정사무소를 개업했을 때 점심을 시켜먹었던 몽고반점이었으며, 그 사이에 이름만 강동원 반점으로 바꾼 것도 알아채고는 "맛없는 집이 이름만 자꾸 바꿔대는 법"이라는 제법 날카로운 추리를 해낸다. 이 정도면 작은 단서 하나에서도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하여 백 퍼센트 범인을 잡아내던 셜록 홈즈를 꿈꿔 볼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한국의 셜록 홈즈라 한들, 사건을 맡기는 사람이 없으니 말짱도루묵이다. 급기야 두 사람은 생활비 압박까지 죄어오자 초긍정마인드와 큰 용기를 내어 경찰서까지 찾아가 몰래 영업을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의뢰인이 찾아온다. 염치 불구하고 찾아간 경찰서에서 만난 여인이었다. 여인의 말에 따르면, 함께 살고 있던 약혼자가 저녁에 과일을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며칠 뒤 열차사고로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 약혼자는 보육원 출신이어서 그녀 말고는 달리 찾아나설 가족이 없었다. 그런데 사건을 파고들어가다 보니 약혼자와 같은 보육원에 있었던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약혼자의 사망을 단순 열차사고로 처리해 버리는 경찰에게 누군가에 의한 살인일지도 모른다면서 수사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경찰은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바로 이 틈새를 "저희가 도와드리겠다”며 권상우와 성동일이 재빨리 치고 들어간다. 게다가 성공보수가 무려 5천만원이라니!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두 사람은 호탕하게 사건으로 뛰어든다.

 

 

그런데 간단히 해결될 줄로 알았던 이 사건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스러운 증거들이 나타나 두 사람은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맞닥뜨리게 된 것은 지극히 선한 얼굴로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보육원 원장(남명렬)이 사실은 뒤에서는 악마 같은 얼굴로 그 아이들을 장기매매에 이용해 왔다는 끔찍한 실체였다.

 

끈질긴 추적 끝에 마침내 원장을 붙잡았다 싶었지만, 성동일은 원장이 들이민 전기충격기에 정신을 잃고 만다. 성동일이 위험에 빠진 것을 알고는 금세라도 정신줄을 놓아버릴 것 같은 권상우가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오토바이로 돌진할 때는 뻔한 클리셰임에도 아슬아슬하면서도 사이다라도 마신 듯 속이 후련했다. 또 범인을 잡으러 나설 때 권상우의 아들이 아빠에게 장난감 총을 주며 가져가라는 장면 또한 상투적이었지만, 잠시나마 진짜 총으로 둔갑한 이 총이 아빠를 도운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전편 [탐정 더 비기닝]에서 권상우는 허구헌날 아내에게 온몸 어디라 할 것 없이 얻어맞곤 해서 그야말로 불쌍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중반까지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기에 이젠 얻어맞고 사는 건 졸업한 줄 알았다. 하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남편이 자기 몰래 탐정사무소를 차린 것을 알게 된 아내는 또다시 영락없이 남편을 죽어라 팬다. 

 

화가 잔뜩 난 아내가 막내아기를 두고 가출해 버리자, 권상우가 별수없이 아기를 떨쳐안고 탐정사무소로 출근하는 것 또한 전편과 흡사한데도 웃음이 나왔다. 특히 간신히 아기를 재워놓고는 혹여 깰까봐 목소리를 잔뜩 낮춰 성동일에게 수사 관련 이야기를 할 때는 내 목까지 간질간질하면서 갑갑해 죽는 줄 알았다.(ㅎㅎ)

 

아들이 납치당한 줄 알고 눈물콧물 줄줄 흘리며 엉엉 울어대는 권상우를 볼 때는 진짜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버리한 남편이 뻑하면 사고를 치고, 그때마다 보릿자루 두드려대듯 인정사정없이 패면서도 헤어지지 않고 알콩달콩 사는 아내도 아마 남편에게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한편 위치 추적부터 도청까지 불법전문 사이버흥신소를 운영하는 이광수는 젊은 혈기와 남다른 사이버 수사력으로 권상우와 성동일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면서 의외의 인간미와 매력을 뽐낸다. 그리고 엔딩에서 탐정사무소를 방문해 강아지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내밀면서 이 강아지 실종사건을 함께 수사하자던 까메오 표창원님은 깜짝선물이었다.

 


 

내내 이런 코믹한 전개로 펼쳐지는 [탐정 리턴즈]이지만,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성동일에게 붙잡힌 보육원 원장이 너무나도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담담한 목소리로 내뱉던 말은 참으로 섬뜩하기가 그지 없다.

 

어차피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아이들입니다. 사회에 나가면 쓰레기로 살든가 별볼일없이 인생을 허비할 아이들인데, 훌륭한 사람 살리고 가니, 그것보다 더 값진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동안 장기매매를 위해 숱한 사람을 죽여온 인간이니, 그런 입에서라면 나올 법도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살인마가 따로 없구나 싶었다. 대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아낌없이 내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는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사고로 벌이는 또 하나의 갑질의 형태를 보는 것 같아 가슴속에서 치미는 화를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저마다 고유한 존재로 태어났음에도 가장 아낌없는 사랑을 주어야 할 부모로부터 1차적으로 버림받은 것만도 서러운 일인데, 그것도 모자라 선의 가면을 쓴 원장에게 장기매매로 돈까지 벌어다주면서 죽어가야 하는 그들의 가혹한 불행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사람이 사고파는 물건이 돼버린 오늘날의 세상이, 그런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들이 암약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이 세상이 끔찍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잔잔히 음악까지 틀어놓고 장기적출 수술을 하던 그들의 모습은 금수 그 자체였다.

 

이상, 탐정 리턴즈 권상우 성동일 코믹 추리콤비가 펼치는 환상의 브로케미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