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신은 참으로 솔직한 사람이어서 거짓말은 절대 못한다"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아낌없이(?) 내뱉어 다른 사람에게 씻을 길 없는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거짓말에는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의 거짓말'이 있다.
'하얀 거짓말'이라고도 불리는 '선의의 거짓말'은 사심없이 좋은 취지에서 하는 거짓말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는커녕 오히려 득이 되는 수도 있다.
즉 희망을 주는 거짓말이다.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2,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연인 사이에 가장 듣기 좋은 거짓말은 어떤 것이었는지 묻는 이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자들의 경우 “오늘따라 더 예뻐보인다”는 말이 1위를 차지했다.
남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터프하다” 또는 잘생겼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하는 응답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거짓말에도 양면성이 있다.
적당한 거짓말은 듣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효력을 갖고 있다.
상대방을 속여서 이득을 위하려는 목적이 아닌 한,
거짓말은 종종 애교 섞인 농담으로 받아들여질 수가 있다.
특히 연인관계에서는 때때로 이런 거짓말이 사랑의 묘약으로 통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엔 오히려 진실만을 말하는 게
둘 사이에 불협화음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진실도 상황에 따라서는 숨기지 않으면 안 될 경우가 있다.
가령 불치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가족들은 고민스러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말을 하건 안 하건 현재 상황은 바뀌지 않지만, 추후의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되면 더 절망에 빠져 생명을 단축시킬 위험이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환자가 삶에 의지를 불태우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될 수도 있다.
비록 그 과정에서 기적이 일어나진 않더라도 환자로 하여금
남은 시간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면에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명분도 있다.
이럴 땐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각자의 상황에 따라 선택은 달라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당사자에게 혼란을 주는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거짓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상황만을 중시하고
매사를 흑백논리로 구분지으려는 경향이 잇다.
하지만 거짓말을 했으면 나쁘고 하지 않았으면 잘했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진실과 거짓의 차이는 흑과 백의 색깔처럼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진실보다 위안이 되는 수가 있다.
굳이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로 상대를 속이라는 게 아니라
아낌없는 마음의 격려를 표현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용기를 북돋우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거짓이라면,
어느 정도는 허용되어도 좋지 않을까?
조성민, 김석준의 <위트형 인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