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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음식으로 알아보는 사람심리 5가지

 

음식으로 알아보는 사람심리 5가지

 

 

사람들이 매일 매순간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물론 매번 의식하면서 결정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즉 지금 이 디저트를 왜 주문했는지, 왜 이 순간에 감자튀김을 꼭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지 곰곰이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의 선택은 주로 잠재의식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음식을 선택하는 주도권을 잠재의식에 넘겨주는 것에는 위험요소도 따릅니다.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더 건강하고, 더 현명하고,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즐기는 법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멜라니 뮐(Melanie Muhl)과 디아나 폰 쿠프(Diana von Kopp)는 [음식심리학]에서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뇌와 심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들려주고 있는데, 그 중 [음식으로 알아보는 사람심리 5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음식을 선택하는 잠재의식에 담긴 비밀을 알면 더 현명하게 먹는 것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음식으로 알아보는 사람심리 5가지

 

 1  왜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있을까? - 파인애플 오류

 

파인애플은 맛이 다 똑같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떠올리는 달고, 즙이 많고, 섬유질이 거칠고, 살이 연하고, 향이 진하고, 혀를 톡 쏘는 느낌 같은 구체적인 파인애플 맛은 순전히 개인적인 미각 체험에 달려 있다. 또 파인애플을 언제 처음 먹었는지, 어떤 형태(가공, 포장, 혹은 있는 그대로)로 먹었는지에 따라 기대하는 맛도 저마다 다르다. 캔에 들어 있는 가공된 파인애플 맛에 길들여진 사람에겐 신선한 파인애플이 그리 맛있게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음식은 좋아하고 또 어떤 음식은 싫어하는 것은 특정 음식문화 안에서 형성된 사회화의 결과다. 태국 마을에서 자란 사람은 알프스 산에서 치즈 퐁듀와 뮤슬리를 먹고 자란 사람과는 다른 음식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또 개인의 입맛은 교육, 학습과정, 경험, 기질에 의해 개인의 호불호가 형성되는데, 이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이다. 부모와 형제는 자신의 취향대로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입맛을 보여주는데, 거기에 우리 입맛이 길들여진다. 즉 빈번한 노출효과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 노출효과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배탈이 나거나 부정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는 음식은 아무리 자꾸 앞에 갖다놓는다 한들 좋아지지가 않는다. 단, 단순 노출효과는 효과적인 교육수단이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절대로 (그리고 이유도 없이) 안 먹겠다고 거부하는 음식이라도 자주 주면 먹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음식심리학자 폴커 푸덜(Volker Pudel) 은 "미각 인상의 체험은 반복적인 경향으로 체험된다. 사람들은 그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전에 먹어보았기 때문에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안전성도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맛을 보고 그것이 예전에 이미 먹어본 음식이었고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  기분이 어떻게 식욕을 좌우할까? - 브리짓 존스 효과

 

사랑의 번민에 시달리는 뇌 기능을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아서 아론(Arthur Aron)에 실험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만 봐도 중독자의 전형적인 금단반응이 일어났다. 금단현상은 소설 속 인물인 브리짓 존스가 빠져 있는 상태로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이름의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라디오에서 특정한 노래만 나와도 펑펑 울면서 침대에 몸을 던진다.

 

그때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단연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이다. 발작적 고민상태에서 정신에 위로를 주는 거부할 수 없는 음식, 소울 푸드(soul food)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에 컴포트 푸드(comfort food, 몸과 마음이 지치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찾게 되는 음식)라고도 부른다. 소울 푸드는 특히 한 곳, 즉 기분에 작용하는 식품이다. 적어도 음식을 즐기는 동안에는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고 기분전환이 된다. 우리는 이 상태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절박한 상황에서 가능한 한 빨리 위안을 주는 음식을 찾는다.

 

그런데 정말로 감정적 스트레스 상태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컴포트 푸드 덕분일까? 그렇지 않다. 실험에 따르면, 매우 감동적인 영화를 본 후 첫째 본인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즐겨먹는 식품, 둘째 평소에 좋아하는 스낵바, 셋째 스낵바를 먹거나, 넷째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결과는 모든 경우 같았다. 즉 컴포트 푸드를 먹었든 먹지 않았든 기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냥 차츰 나아졌다. 따라서 연구 책임자는 식품을 먹음으로써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말한다. 결국 컴포트 푸드는 신화라는 것이다.  

 

연구책임자는 "그냥 아이스크림을 드세요. 마법은 없어요. 하지만 맛있잖아요"라고 조언한다. 단, 부정적 감정, 예컨대 스트레스, 외로움, 죽을 만큼 지루할 때 반사적으로 스낵 등의 식품을 반사적으로 먹는 사람에게는 이 조언이 먹혀들지 않는다. 자신의 식습관에 대한 조절 능력을 잃은 사람은 위험한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것이며, 때로는 치료를 통해서만 벗어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3  금지할수록 더 먹고 싶다 - 로미오-줄리엣 효과

 

리액턴스(reactance, 반응저항)라는 심리현상은 일부러 상대에게 반항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사람은 누구나 매 순간 자신에게 좋고 나쁜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요구나 제재, 금지는 필연적으로 내적 저항을 부른다. 한마디로 반항을 하는 것이다. 줄리엣을 사랑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로미오는 더욱 갈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리액턴스를 로미오-줄리엣 효과라고도 부른다.

 

리액턴스 효과가 얼마나 미묘하고 정확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결과가 있다. 참가자들에게 똑같은 에너지바를 주면서 일반 에너지바 또는 건강식 바라는 정보를 함께 제공했다. 참가자의 절반은 두 가지 바 중 어떤 것을 먹을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고, 다른 절반은 '건강식 바'를 주었는데, 건강식 바를 먹으라고 강요받은 참가자들은 나중에 배가 고프다는 호소를 많이 했다. 반면에 자유롭게 선택한 사람들은 속이 든든하다고 했다.

 

또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갓 구운 바게트의 고소한 냄새가 코에 솔솔 들어오면 왜 화가 날까? 이것은 사실 정상적인 반응이다. 자신이 스스로 설정한 제한 때문에 이른바 터널효과(tunnel effect) 시선이 생겨나는데, 이로 인해 시선을 돌리는 (그리고 냄새를 맡는) 곳곳에 오로지 금지한 대상만 보이고 또 그것이 대단히 큰 유혹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발적이 아닌 억지로 해야 하는 일에 큰 거부감을 느낀다.

 

좋은 의도에서 내린 금지조치에 닥친 예기치 못한 거부반응은 학교에서 시행한 (당을 첨가하지 않은) 우유 먹기 캠페인에도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혼합 우유 음료수와 마시는 요구르트를 금지했지만, 아이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집에서 가져오거나 사온 레모네이드나 아이스티 같은 설탕이 든 다른 음료수를 마셨다. 반면에 우유는 구석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4  꼴보기 싫은 친구는 빨간 접시에 음식을 담아줘라 - 접시 색깔의 비밀

 

만약 평소 꼴보기 싫어하던 사람을 당신이 정성껏 준비한 쇠고기 파티에 초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면, 빨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내주어라. 옥스퍼드대 학자들은 신경학 음식연구에서 빨간색 그릇이 배고픔을 완화해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는 빨간색을 위험으로 연상한다. 독버섯, 금지판, 소화기가 빨간색이다. 위험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 '도망'이다. 도망치면서 음식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초밥을 좋아하는 사람도 빨간 접시에 담긴 연어초밥은 그리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엄청나게 비싼 최고급 꽃등심 쇠고기로 만든 요리도 빨간 접시에 담겨 있으면 별로 환상적인 맛이 나지 않는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나오는 음식을 보고 훌륭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냄새도 희미하고, 보기에도 희멀겋고, 맛도 심심하다. 최악의 경우 환자가 먹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옥스퍼드 연구자들의 실험결과가 있다. 영국의 한 병원에서 흰살생선을 베이지색 접시 대신 파란 접시에 담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먹는 양이 3분의 1 정도 많아졌다고 한다. 파란 접시에 담으니 이도저도 아닌 정체불명의 덩어리로 보이던 것이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신선한 생선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최고 셰프인 페란 아드리아는 실험대상자 중 절반에게는 흰 접시에 담긴 딸기무스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검은 접시에 담긴 딸기무스를 제공하는 연구에 참여했는데, 사람들은 흰 접시에 담긴 것을 훨씬 더 많이 먹고 무스 맛도 15% 더 진하고 10% 더 달다고 평가했다.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색의 대조 때문이다. 흰 접시 위에 놓인 빨간 무스가 검은 접시에 놓인 것보다 훨씬 더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5  현대인들의 점심은 효율성을 더 중요시한다 - 비즈니스 런치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거나 그날 오후 일정을 비워두는 게 다반사인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즐겁게 먹고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점심을 즐겼다. 스케줄이 빡빡하거나 오로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화에 몰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더구나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업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금기였다.

 

하지만 21세기의 비즈니스 점심은 효율성이라는 강제에 경제적 강제도 따른다. 사업상 먹는 식사는 일거양득이 되어야 한다. 즉 현대인들의 점심은 식사의 기능을 더 중시한다. 따라서 입맛이 아니라 먹기 편한 실용성에 따라 음식을 주문한다. 이런 관점을 조언하는 경영관리서들의 조언에 따르면 발음을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요리는 주문하지 말아야 하고, 음식에 주의력을 많이 빼앗기는 요리, 이 사이에 끼기 쉬운 음식이나 들이마셔야 하는 음식도 삼가야 한다.  

 

이처럼 요즘은 사업상 식사뿐 아니라 점심 자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기업의 리더들은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컴퓨터 앞에서 샐러드, 뻑뻑한 곡물빵 등을 먹는 것을 모범으로 여긴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식에도 일 중간에 취하는 휴식이 (적어도 30분) 생산력을 해치는 게 아니라 추진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혼자든 편안한 동료와 함께든 가능하면 점심식사 후에는 잠시 산책을 하자.

 

 멕시코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미국으로 이주한 당시 가장 큰 문화충격이 무엇이었느냐는 한 리포터의 질문에 "플라스틱 그릇에 음식을 먹는 것, 점심시간에 비닐봉지에 담긴 점심을 배달시키거나 식다엥 가서 제대로 제대로 된 그릇에 담아 먹는 시간을 내지 않고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먹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소브레메사(sobremesa)를 그리워했다. 소브레사란 식사가 끝난 후에도 느긋하게 앉아 와인과 대화를 즐기는 시간을 말한다.

 

이상, 음식으로 알아보는 사람심리 5가지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