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의 친밀감이 자녀의 창의력을 높인다
며칠 전, 1등을 향해 달려가도록 혹독한 교육을 시키다가 자녀와 큰 갈등을 빚게 된 부모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전교 1등을 하던 순둥이 고3 아들이 지난 4월 자퇴서를 내밀며 “부모 동의란에 도장을 안 찍으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했는데, 그때 아들의 눈길엔 살기가 등등했고, 등짝을 후려치자 “왜 때리느냐”며 달려드는 바람에 집 밖으로 도망쳐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달 뒤엔 한 학년 아래인 딸이 아빠 도장을 몰래 찍어 자퇴서를 제출했는데, 딸아이는 엄마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때로는 분을 못 이겨 온갖 욕을 쏟아내고 자해도 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수퍼맘’인 그분은 자녀 교육을 위해 온 삶을 바쳤고, 그런 어머니를 위해 두 자녀는 시키는 대로 따랐지만 알게 모르게 가슴에 쌓인 화가 폭발한 것입니다. 결국 부모의 욕심이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다는 자책 가득한 기사였습니다. "아이가 등교하는 일상이 얼마나 대단하고 감사한 일인가, 아이가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까짓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일까" 싶자 그때부터 욕심을 다 내려놓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기다림과 지지를 통해 가족 관계를 회복하기까지 7~8년이 걸렸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천천히 찾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 행복해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저술가인 스캇 펙 박사는 “엄마란 아이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도 아이를 죽일 수 있는 존재”라고 했는데, 그 말이 꼭 맞는 사례입니다.
부모와의 친밀감이 자녀의 창의력을 높인다(사진 출처 중앙시사매거진)
[사임당의 최고의 교육]의 저자 백은영 소장은 조선의 창의융합형 인재 율곡 등 일곱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보냈던 사임당의 교육을 통해 혹독한 부모가 아니라 자녀와 친밀함을 유지하는 부모가 자녀의 학업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창의력도 높인다는 점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부모와의 친밀감이 자녀의 창의력을 높인다]입니다. 율곡뿐 아니라 외국의 실사례를 통해 부모의 욕심이 아닌 사랑과 배려가 담긴 친밀감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왓츠 앱(WhatsApp)의 창업자 얀 쿰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뒤 고향의 가족들과 너무 연락을 하고 싶어서 카카오톡 같은 무료 모바일 메신저 앱을 만들었고, 이것을 페이스북이 220억 달러에 인수하여 억만장자가 되었다. 왓츠 앱을 인수한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도 그런 경우다.
저커버그의 아버지는 치과의사였는데,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 일이 끝나면 늘 가족과 시간을 보냈고, 엄격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아이들과 격의없이 장난치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던 아버지는 저커버그의 진료시간에도 병원보다 살림집에 있는 경우가 더 많아서 환자가 오면 간호사가 부르러 오곤 했다.
저커버그가 13세 때 아버지는 “간호사가 부르러 오지 않아도 환자가 온 것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혼잣말을 했다. 아버지의 고민을 들은 저커버그는 “아빠, 그거 제가 한번 만들어볼게요. 그 동안 배운 컴퓨터 실력을 보여드릴게요”라며 며칠 후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마침내 가족용 네트워크 ‘저크넷’(ZuckNet)이 탄생했다. 이 프로그램은 초보적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병원과 집에 있는 컴퓨터들을 연결해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페이스북의 전신이 만들어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의 친밀한 관계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자녀는 그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으로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
■ 조선의 창의융합 인재 율곡
사임당의 자녀들도 엄마와 친밀감이 높고 대화도 많았으며,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며 관찰했기 때문에 사임당의 생각, 정서, 태도, 마음 등 일거수일투족이 자녀에게 스며들었다. 율곡의 저서나 정책, 생활 속 실천들이 어머니 사임당의 철학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 그 점을 입중해 준다.
사임당은 아랫사람들을 항상 존중하며 언어도 삼가서 했다. 이런 사임당의 일상을 보며 자란 율곡과 매창은 서자나 노비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취했고, 힘들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위해 정책을 세우고 펼쳤다. 이렇듯 부모와의 친밀감은 때로는 효를 행함으로써 또는 자신이 하는 업무분야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그것을 넘어 창의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명을 남긴 에디슨
에디슨도 자신을 유일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었던 엄마의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전 인류에게 편리함을 선사한 경우다. 모든 것에 호기심이 왕성했던 에디슨은 어느 날 알에서 병아리가 부화되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여겨 자신이 직접 병아리를 부화시키겠다고 닭장 속에서 알을 품기 시작했다. 이를 본 가족들은 모두 에디슨을 웃음거리로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이 아이는 다르구나. 뭔가 특별한 면이 있어”라며 어린 에디슨을 특별한 존재로 인정했다. 그렇게 성장한 에디슨은 세상사람들에게 전기와 전구를 선사했고, 지금 우리 모두는 그의 혜택을 받고 있다.
에디슨의 다름을 인정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수용의 결과였다. 에디슨의 발명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여자들이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특히 주방에서 쓰는 물건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아마 부적응아로 지목되어 학교에서 쫓겨나다시피한 에디슨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이해한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후 에디슨은 홈스쿨링을 통해 엄마를 선생님으로 하여 학업을 계속 이어갔다.
빵을 화덕에 구우면서, 숯을 피워 다림질을 하고, 음식이 상해서 속상해하던 엄마를 보며 공부하던 에디슨에게 주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자신의 공부 소재이고 발명의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자신을 한없이 이해하고 인정해 준 단 한 사람이었던 엄마를 위해 어린 에디슨은 엄마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창의적인 물건들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엄마들에게 편리한 생활을 선물한 것이다. 부모에게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친밀한 관계를 가진 아이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랑에 보답하는 법이다.
■ 자녀를 사랑한다면 미켈란젤로처럼
이처럼 원석이 가진 힘을 철저히 믿었던 또 하나의 거장이 있다. 바로 미켈란젤로다. 자녀들의 재능을 파악할 수 있는 관찰이란 ‘집중해서 생각하기’, 즉 ‘명상’이다. 자녀의 특성을 알아낸다는 것은 자녀를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명상과 다름 없다. 미켈란젤로는 이러한 명상을 통해 위대한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르네상스의 거장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조각가들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주제가 생기면 그 주제에 알맞은 대리석을 사다가 자신에게 떠오른 영상대로 파나가기 시작하여 작품을 완성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의 작업방식은 이들의 작업방식과 달랐다. 그는 만들어야 할 주제를 떠올리기보다는 우선 대리석 산에 가서 며칠이고, 몇 달이고 대리석을 응시하곤 했다. 그러다가 대리석에서 어떤 형상이 떠오르면 미친 듯이 파나가기 시작하여 작품을 완성했다. 그에게 대리석은 어느 날에는 노예의 상으로, 어느 날에는 말의 형상으로 나타났다. 즉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의도대로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각각의 대리석이 말하는 대로, 대리석의 특성에 맞게 대리석에서 형상을 끄집어내 조각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작업방식을 통해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즉 자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의도만으로 키우기보다는 자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자녀의 특성을 명상과 같은 집중적인 관찰을 통해 자녀가 가진 가능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야만 미켈란젤로처럼 자녀를 위대한 걸작으로 만들 수 있다. 미켈란젤로가 위대한 것은 미약한 인간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려 했던 것도, 그의 솜씨가 남들보다 더 뛰어난 것도 아닌 자연이 가지고 있는 신의 손길을 그대로 드러내려 했던 겸손함이었다. 이처럼 부모들도 인간의 손길을 거두고 겸허한 자세로 자녀의 의미를 받아들여야만 자녀가 지닌 잠재능력이 스스로의 힘으로 발휘되는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이상, 부모와의 친밀감이 자녀의 창의력을 높인다였습니다. 도움이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