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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장자 본성을 잃지 말고 변화에 순응하라

 

장자 본성을 잃지 말고 변화에 순응하라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활약한 수많은 학자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장자"옛사람들은 겉모습은 바꾸지만 속마음은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때에 따라 겉모습은 바꾸었어도 내면에 품은 본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고수했던 옛사람들의 삶의 자세를 강조한 말입니다. 즉 "겉은 변하되 속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외부세계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감사하면서 규칙에 순응하고 내면세계는 견고하게 지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자'에 대한 강의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이징사범대학 영상미디어과 교수 위단이 들려주는 [장자 본성을 잃지 말고 변화에 순응하라]입니다. 내면의 본성을 잘 지키는 한편 밖으로는 넉넉한 마음과 밝은 통찰로 어떤 상황 변화에도 편안하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줄 것입니다.

 

 

 

 

 1  겉모습은 바꿔야 하지만 속마음은 바꿔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까닭은 마음속에 바뀌지 않는 자기만의 것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규칙을 따르고 법을 지키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것이 '겉모습'이다. 우리는 겉모습을 부드럽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겉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관과 품격, 내면에 간직한 본성이 있다. 이것이 '속마음'이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때로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도 있다. 우리 밖에 펼쳐진 끝없이 넓은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저마다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기준이며 좌표다. 겉모습은 바꾸지만 속마음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이러한 바깥세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통달하고 순응해야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타고난 본성을 간직하고 세파의 흐름에 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자 본성을 잃지 말고 변화에 순응하라

 

 2  공자, 죽음 앞에서 거문고를 타다

 

내면이 안정되고 용기를 잃지 않으면 어떤 어려움에 부딪치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위나라를 순례하던 공자가 광이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난데없이 위나라 사람들 한무리가 몰려와 공자를 에워싸더니 점점 죄어왔다. 하지만 공자는 그 한복판에 태연히 앉아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불렀다. 제자 자로가 위나라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와 놀란 얼굴로 공자에게 "이런 상황에서 스승님께서는 무엇이 그리 즐거우십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궁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쳐 왔다. 언제나 앞길이 활짝 열리기를 희망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시운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요순시대에는 세상에 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혜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정치가 맑고 투명했던 까닭이다. 걸주(傑紂)시대에는 어느 누구도 제 뜻을 펴지 못했다.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폭군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이처럼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잠시 후 무기를 든 병사가 다가와 공자에게 사람을 잘못 알고 포위했다며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공자는 막히고 통하는 도가 천명과 시운에 따름을 알고 난국에 직면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인(聖人)의 용기를 보여준 것이다.

 

 

 3  천국과 지옥은 똑같다, 다만 사람들이 다를 뿐

 

긴 숟가락을 들고 지옥 사람들처럼 각자 분열되어 굶주릴지 아니면 천당 사람들처럼 관계 속에서 풍요롭게 살지는 오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느님의 사자가 천당과 지옥을 둘러보러 갔다. 벌을 받아 지옥에 온 사람들은 굶주려 얼굴이 누렇게 뜨고 몸이 비쩍 말라 있었다. 사자가 지옥을 지키는 간수에게 지옥에서는 먹을것을 주지 않으냐고 묻자 간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주기는 하는데 숟가락이 아주 불편합니다. 1미터나 되는 긴 숟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지요. 눈앞에 음식을 두고도 먹지 못하니 그 고통이 오죽하겠습니까?"

 

사자는 이번엔 천당에 가보니 그곳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생기가 돌고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천당의 숟가락 역시 1미터나 되는 긴 것이었다. 하지만 천당 사람들이 지옥 사람들처럼 굶주리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긴 숟가락으로 자기가 먹으려고 애쓰는 대신 상대방을 먹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고고하고 천지 속에서 즐겁게 노닐며 만 길 높은 곳에 마음을 풀어놓는, 세상사를 훌쩍 뛰어넘는 장자였지만, 의외로 운명의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계율이라며 준수할 것을 강조했는데, 이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누구할 것 없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사회 전체가 세밀하게 분업화된 시대에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는 하루도 살아가기 힘들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4  말하기, 제대로 말하기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할 때는 언제나 더없이 신중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몇몇 부락에서는 늙은 추장이 자리를 물려줄 때 적당한 젊은이를 찾아 먼저 지혜를 시험해 본다고 한다. 한 늙은 추장이 평소 점찍어둔 젊은이를 불러 "하늘 아래 으뜸으로 좋은 것을 찾아 음식으로 만들어오라"는 문제를 냈다. 얼마 후 젊은이는 요리가 담긴 그릇을 조심스럽게 추장에게 바쳤는데, 추장이 무엇으로 만든 요리냐고 묻자 "동물의 혀"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왜 동물의 혀를 썼는지 묻자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은 혀에서 나옵니다. 그러니 혀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젊은이가 가져온 요리를 맛있게 먹은 추장은 "이번엔 하늘 아래 가장 나쁜 것을 찾아 음식으로 만들어오라"는 문제를 다시 냈다. 그런데 젊은이가 새로 가져온 요리 역시 '동물의 혀'로 만든 것이었다. 추장이 왜 이번에도 똑같이 동물의 혀로 요리를 했느냐고 묻자 젊은이는 "세상의 무서운 재앙은 모두 혀로 인해 생기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추장은 그 젊은이가 세상 이치를 잘 꿰뚫고 있음을 알고 추장자리를 물려주었다.

 

 말하기는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다. 하지만 말을 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말을 전할 때는 공정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되, 절대로 부풀리거나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식으로 화를 돋워서는 안 되며, 성실한 태도로 진실만을 전하는 윈칙을 지켜야 한다.

 

 

 5  깨달음에 이르는 7단계

 

우리는 천변만화하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만일 내면에서 강하게 잡아주는 힘이 없다면 세파에 휩쓸려 자아를 잃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무시하고 자기 방식대로만 행동한다면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장자는 '대종사' 편에서 한 노인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나이는 꽤 많지만 얼굴은 어린애 같은 노인이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이렇듯 젋어보일 수 있느냐고 묻자 노인은 "도를 깨달았기 때문이오. 성인의 도를 깊이 깨닫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7단계가 있습니다"라며 7단계를 설명했다.

 

 

1단계  천하를 도외시하는 단계

 

자신을 얽매는 모든 것을 잊는다. 집이 안락한가, 음식이 맛있나 따위처럼 내 몸 밖의 일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사회규범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함한 외부 것을 일체 마음 밖으로 밀어내면 속세에서 멀리 떨어지고 자신을 속박하던 여러 규범과 제도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2단계  사물을 도외시하는 단계

 

맛있는 음식, 멋진 차와 집 등 물질에 대한 욕심 등 물질세계를 깨끗이 벗겨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힘든 일이다.)

 

 3단계  삶을 도외시하는 단계

 

이것은 생명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질서에 순응하면서 느긋하고 자유롭고 소박하고 즐거운 태도로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4단계  아침 햇살이 비치듯 환히 깨닫는 단계

 

심경이 밝고 맑아지는 단계다. 외부의 것을 완전히 비우면 정신이 비로소 '텅 비어 신비로운 경지'에 이르게 된다. 따스하고 기쁨이 넘치는 경지다.

 

 5단계  '하나를 보는 단계'

 

'하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대도(大道)다. '하나를 보는 것'은 천지만물의 이치를 꿰둟어보는 정신세계를 말한다. 많은 일을 더 이상 고립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며 세상은 보다 맑고 분명해진다.

 

 6단계  '옛날과 오늘이 없는 단계'

 

옛날과 오늘이라는 긴 강을 관통할 수 있다면 시간상의 거리나 한계가 없어진다. 옛 현인들이 말한 진리는 기나긴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벅찬 감동을 준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시인이나 문학가, 서예가들의 시와 문장은 여전히 우리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것이 '옛날과 오늘이 없는' 것이다.

 

 7단계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단계

 

생명의 진수는 육체적 기능이 끝났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육체라는 존재 안에 깃들어 있다고 푸대접받아서도 안 된다. 이것이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것의 큰 의미다. 그리하면 순간순간을 보다 즐겁게 살 수 있고 흘러가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다. 복잡한 분쟁, 혼란스러운 모순은 사라지고 마침내 도와 천지자연에 맞는 드높은 삶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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