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가면의 주인 물을 놓고 벌이는 왕과 편수회의 전쟁
얼마 전부터 [군주 - 가면의 주인]이라는 드라마가 새로 시작되었는데, 역사극이라면 대부분 다 시청하는데 이 드라마는 왠지 흥미가 끌리지 않아서 초반부를 놓쳐버렸다. 흥미가 끌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 역을 맡은 유승호 때문이었다. 유승호는 지난해 말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서진우라는 변호사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실제 나이도 아직 어린데다 꽃미모에 동안(童顔)이어서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려는 변호사 역할을 하기엔 왠지 애잔함이 앞서 보고 있으려면 늘 아슬아슬한 느낌이 든 탓이었다. 아무리 요즘 꽃미남에 환호하고 남녀 불문 동안이 대세라지만, 아역배우 출신인 유승호의 경우 성인연기를 하는 데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듯했던 것이다. .
하지만 우연히 한두 회 보게 된 [군주 - 가면의 주인]의 주제가 <왕과 물을 사유화하려는 세력과의 전쟁>이라는 것이 흥미로웠고, 지나치게 앳된 티를 보여줄까봐 염려했던 유승호는 회를 거듭할수록 꽃미모를 뛰어넘는 연기력을 보여주어서 앞으로는 본방사수하기로 했다. 하긴 어린시절부터 오랜 세월 연기를 다져온 유승호인데, 별걱정을 다 했구나 싶었다.
군주 가면의 주인 물을 놓고 벌이는 왕과 편수회의 전쟁
유승호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실제와 허구를 적절히 조합시켜 흥미를 돋군 팩션드라마 [군주 - 가면의 주인]은 조선팔도의 물을 사유화해서 강력한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은 절대권력 편수회가 움직이는 세상에서 힘없는 왕세자가 백성들을 위해 거대한 막후조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공기처럼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물을 사유화해서 돈을 받고 팔 생각을 하다니,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서울 600년사]에 실린 <청계천의 역사와 문화>에 따르면, "청계 주변에는 건기에도 마르지 않는 샘터가 몇 개 있는데, 각각에는 소유주가 있어서 철저히 관리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마르지 않는 샘을 사들여 물을 팔아 돈을 챙기고, 특히 가뭄이 들 때는 더 많은 돈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물을 사유화한 세력은 편수회이고, 이 편수회와 맞서싸우는 주인공 세자 이선 역을 맡은 것이 바로 유승호다. 편수회 수장 대목 역은 허준호가 맡아서 어두운 카리스마의 힘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자 이선이 태어났을 당시 독을 먹은 아기의 목숨을 담보로 양수청(물을 치수하고 판매하는 수리행정 관청)의 권한을 넘길 것을 요구하는 편수회에 무릎을 꿇고 마는 비운의 왕은 김명수가 맡았다. 그 후 왕은 자신은 이미 편수회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렸지만 아들 세자만은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아무도 얼굴을 알 수 없도록 가면을 씌워 키운다.
잠시 마스크를 쓰는 것만도 답답한데, 어린시절부터 아버지 왕의 명령에 따라 영문도 모른 채 얼굴 전체를 덮는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던 세자의 운명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게다가 백성들 사이에서는 세자가 가면을 쓴 이유가 얼굴이 혐오감을 줄 만큼 문드러져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까지 파다하게 돌고 있었으니, 기가 막히게 잘생긴 세자로서는 더 견디기 어려운 굴욕이었을 게 분명하다. 드라마는 그 가면을 벗고 싶어서 안달을 하던 세자가 마침내 남몰래 가면을 벗은 모습으로 궐 밖을 나서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건들을 이겨내고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진행된다.
40부작으로, 이제 8회가 방영되었지만, 편수회의 수장인 대목 허준호의 손에 왕이 죽고, 그 사악한 세력을 이길 수 있는 방도를 반드시 찾아서 돌아오겠다며 궐을 떠나는 세자의 앞길에 얼마나 험난한 시련들이 벌어질지, 진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지금부터일 듯하다.
다음은 [군주-가면의 주인]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간략히 소개한 것이다.
세자 이선(유승호)
영문도 모른 채 가면을 쓰고 살아온 세자는 왜 자신이 가면을 써야 하는지 아버지인 왕에게 계속 묻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나중에 크면 알려줄 테니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로 결심한 세자는 왕실의 기록을 찾던 중 자신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앓았던 기록을 발견하고, 당시 자신을 치료했던 것이 ‘우보’라는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가면을 쓰고 살게 된 이유를 우보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세자는 우보를 찾아 궐 밖으로 나선다.
천민 이선(엘)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한데다 못 배운 그는 뛰어난 머리의 소유자다. 하지만 백정의 아들이 머리가 좋다는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일이다. 그런 그가 세자를 만나 가면을 쓴 진짜 세자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겠다는 꿈을 꾸게 된다. 세자 곁을 지키면서 편수회와 맞서싸우는 진짜 세자만큼이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의 아버지(김명수)
성군으로 존경받지만 때로는 불 같은 성정을 드러내는 탓에 대신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야누스적인 왕이다. 편수회의 도움으로 왕이 되었지만 백성들의 임금이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번번이 편수회에 의해 좌절당하자 아들 세자만은 꼭두각시 왕인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가면을 씌워서 키운다.
편수회 수장 대목(허준호)
편수회의 최고 수장으로 사람을 날카롭게 꿰뚫어보고 이를 자신의 이재에 이용할 줄 아는 능력자다. 금녕대군(왕)을 도와 선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앉힌 후 세자의 목숨을 담보로 편수회의 자금줄인 양수청을 확보해 조선 최고의 막후조직으로 키운다. 나라가 흥하든 말든, 백성이 죽든 말든 오직 편수회의 중흥만을 꾀하던 그는 결국 자신에게 맞서는 왕을 직접 죽이기까지 한다.
이 드라마도 그렇지만, 다른 역사극을 봐도 흔히 세상의 모든 권력을 다 쥐고 흔드는 것이 왕인 줄 알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들, 외척들, 그 외 왕을 흔들어대는 여러 세력들로 인해 늘 전전긍긍했던 것이 왕과 왕족들이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왕과 세자들의 왕위다툼으로 인한 피바람도 곧잘 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닥 길지도 않은 재위 기간을 위해 그토록 큰 희생을 치러야만 했던 그들이 부럽기는커녕 가엾은 마음마저 든다.
하긴 지금도 그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예전 어느 드라마에서인가 대통령이 바뀌고 재벌개혁에 나서자 한 재벌이 "걱정 마. 지나가는 바람이야. 어차피 4년(혹은 5년)짜리인걸"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던 걸 보면 말이다. 왕을 도와 백성들을 잘 보살피라고 앉힌 자리에서 왕을 흔들어대던 주변세력들이나, 대통령을 도와 국정과 국민들을 잘 보살피라고 앉힌 자리에서 국정농단을 일삼는 세력들이나 전혀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재벌들 눈에도 대통령이 우습게 보일 정도이니 최고 권력의 자리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은 게 분명하다.
이상, 군주 가면의 주인 물을 놓고 벌이는 왕과 편수회의 전쟁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