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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추리의 여왕 최강희와 마약 탐지견 권상우의 환상의 공조

 

추리의 여왕 최강희와 마약 탐지견 권상우의 환상의 공조

 

 

지난주부터 새로 시작한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만들어낸 인물인 미스 마플을 연상케 하는 유설옥(최강희)가 등장한다. 본디이름이 제인 마플인 미스 마플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스 마플'로 불리는 연세 지긋한 할머니이고, 유설옥은 이제 8년차 주부인 젊은 여성이라는 것이 확연한 차이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최강희가 맡은 유설옥 역은 집안에서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집 밖에서는 셜록 홈즈도 울고 갈 '추리의 여왕'으로, 셜록 홈즈가 아닌 '설옥 홈즈'로 불려도 무방할 만큼 뛰어난 추리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학적 추리에 입각한 수사를 펼치는 셜록 홈즈보다는 사람과 주변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넘치는데다 사람의 속성을 파악하는 예리한 눈썰미를 무기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유설옥은 미스 마플을 더 닮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유설옥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면서 사건을 찾아다니는 반면, 미스 마플은 집안에 조용히 머무른 채 독서와 뜨개질이 일상인 나날을 보낸다는 것이 또 하나의 큰 차이점이긴 하다.

 

 

추리의 여왕 최강희와 마약 탐지견 권상우의 환상의 공조

 

영화에서 미스 마플을 연기했던 여배우 제럴딘 매큐언(Geraldine McEwan)이다. 빅토리아 여왕 시절 분위기를 평생 간직하고 살았다는 미스 마플의 캐릭터가 잘 깃들어 있는 모습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중 [목사관 살인사건], [서재의 시체], [예고살인], [패딩턴발 4시 50분], [잠자는 살인] 등 총 14편의 작품에 등장하는 미스 마플은 늘 뜨개질거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조용히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모습이 그저 평범한 시골 할머니 같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인간관과 주변 인물의 관찰을 토대로 한 통찰력으로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마을이나 다른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도 해결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주로 집안에만 머무르면서도 마을의 크고 작은 사건, 특히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미스 마플의 놀라운 능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바로 오후 2~3시경이면 마을의 여인들이 모여앉아 가벼운 쿠키를 곁들인 차를 마시는 영국의 티타임에서 나온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티타임에서 주고받는 대화, 더 꼭집어 말하면 점잖은 척하면서 나누는 '뒷담화'를 들으면서 발휘되는 직감이 미스 마플의 최대 무기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자신의 할머니에게서 미스 마플의 캐릭터를 가져왔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신사의 나라로 불리는 영국에서, 그것도 한껏 품위를 뽐내는 여인들의 <그리 점잖다고 볼 수만은 없는 수다>를 통해 밝혀지는 사람의 속성은 세상 어느 곳에 살든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미스 마플을 만들어낸 영국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는 미스 마플 말고도 에르큘 포와로라는 벨기에 경찰 출신의 명탐정도 등장하는데, 이 역시 미스 마플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중 처음 읽은 것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었는데, 단 한 문장으로 자신의 살인 범행을 슬쩍 은폐하고 지나가는 노련한 셰퍼드 의사의 매력에 사로잡혀 한동안 추리소설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적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역시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라고도 칭하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인데, 엄청난 태풍으로 갇혀버리게 된 작은 인디언 섬에 초대받은 일행들이 한 사람씩 죽어가면서 동시에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열 개의 인디언 인형도 하나씩 사라져 가는 공포감과 긴장감이 적절히 짜여진 멋진 추리소설이다.

 

 

드라마 [추리의 여왕]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하완승 역은 권상우가 맡았다. 홈피의 소개글에 따르면, 서동서 폭력 2팀 형사 하완승은 직감과 집요한 근성으로 각종 마약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자타 공인 최고의 마약수사관으로, 이른바 '마약 탐지견'으로 불린다. 숱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물불 가리지 않는 육탄수사 때문에 늘 승진에서 미끄러지곤 한다. 경찰대 수석 입학, 수석 졸업에 빛나는 엘리트 형사이자 국내 최대 로펌 '하앤정' 설립자의 막내아들이지만, 주변에서는 이 사실을 잘 모른다. 하지만 하완승에게 그런 건 중요치 않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마약조직 두목 장도장을 잡을 생각뿐이기 때문이다.

 

권상우는 지지난해 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 한국의 셜록 홈즈를 꿈꾸는 추리광, 즉 [추리의 여왕]에서의 유설옥과 유사한 강대만 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직장에 나가는 아내 대신 아기 돌보랴, 만화방 운영하랴, 아내 몰래 추리력을 발휘할 사건 찾아다니랴 쓸데없이 바쁜 와중에 아내에게 종종 얻어터지기도 하는 찌질한 캐릭터가 큰 재미를 줬었다. 이번엔 제대로인 형사 역을 맡았으니, 그때 못 다 이룬 꿈을 원없이 이뤄나갈 수 있어서 속이 뻥 뚫릴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드라마를 시작한 참이어서 좀 어수선한 전개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묘하게 어울리는 최강희, 권상우라는 환상의 파트너가 어떤 재미를 선사해 줄지 기대를 가지고 본방사수해 볼 생각이다. 

 

이상, 추리의 여왕 최강희와 마약 탐지견 권상우의 환상의 공조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