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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역적 씨종 아모개(김상중)와 참봉부인(서이숙)의 질긴 악연

 

역적 씨종 아모개(김상중)와 참봉부인(서이숙)의 질긴 악연 

  

 

인연에는 좋은 인연도 있지만, 나쁜 인연, 즉 악연도 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노비로서 참봉인 주인을 죽인 강상죄를 범하고도 참봉부인(서이숙)을 강상죄로 협박해 자유의 몸이 된  드라마 [역적]씨종 아모개(김상중)는 가솔들을 거느리고 새로운 땅 익화리에서 큰어르신 대접을 깍듯이 받으면서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역적 씨종 아모개(김상중)와 참봉부인(서이숙)의 질긴 악연

 

자신의 수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인자하면서도 자신에게 대항해 오는 무리들에게는 범접할 길 없는 카리스마로 가차없이 응징을 가하는 아모개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아모개도 질긴 악연이 몰고 오는 검은 죽음의 손길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어느 날 저잣거리에 나선 아모개를 참봉부인이 우연히 보게 되는 얄궂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멀리서 여유와 위풍당당함이 가득한 아모개를 본 참봉부인은 치를 떨었고 눈물까지 흘렸다. 남편 조참봉이 아모개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알고도 재산까지 다 돌려주고 마을을 떠나야 했던 참봉부인이었다. 예전의 그 당당하고 서릿발 같던 기개는 오간 데 없이 초췌해진 모습을 보니 그 동안 금전적으로나 심정적으로 얼마나 힘겨운  세월을 보냈을지 짐작이 간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참봉부인은 충원군 이정(김정태)을 찾아가 아모개를 찾아 죽여달라며 눈물로 호소한다. .

 

"제 잃어버린 종, 아모개를 찾아주십시오. 아모개의 아들이 아직도 글을 읽습니까. 딸년을 감히 반가의 규수처럼 키우고 있습니까. 아모개 그자가 아직도 사람처럼 웃고 있습니까. 살려둬선 안 되지요. 아모개놈과 그놈의 핏줄까지 말라죽여야지요. 아모개 그놈은 감히 노비의 신분으로 주인을 죽인 살인자입니다. 이 나라 조선을 뼛속까지 능멸한 자입니다."

 

충원군 이정은 실존인물인 아닌 가상인물이다. 드라마상에서는 조선에서 가장 잔인한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여종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등 그 타락한 행실 때문에 줄곧 구설수에 오르지만, 왕족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처벌을 피해가는 인물로 나온다.

 

 

최근 자신이 저지른 여종의 죽음을 아모개에게 덮어씌우려다가 진상을 밝히겠다는 아모개의 당당한 모습을 괘씸하게 여기고 있던 충원군은 아모개를 체포해 오게 하고, 아모개를 향해 "12년 전 주인을 죽이고도 풀려났다지? 그래 해보거라. 네가 참봉 따위를 이겼다고 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라고 말한다. 그때 아모개의 뒤에서 방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방문 뒤에서 놀랍게도 독사가 똬리를 튼 것 같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참봉부인이 모습을 드러내며 아모개에게 "오랜만일세" 하고 말한다. 아모개는 생각지도 못한 참봉부인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고 뒤로 주저앉고 만다. 

 

충원군은 "처음엔 그깟 건달놈에게 이렇게까지 힘을 뺄 필요가 있나 싶었어. 부인의 사연을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감히 주인을 죽여? 니놈에게는 이 나라 조선이 그리 만만하더냐. 아모개야. 내 특별히 너에게 말해 주마"라며 몇 년 전 난도질이 되어 죽은 아모개의 여종을 자신이 죽였다며 엄포를 놓는다.

 

"내가 죽였다. 내가 때리고 밟고 죽였어.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헌데 보거라. 난 옥에 갇히지도 벌을 받지도 않았다. 결국 전하께서 나를 용서해 주셨거든. 전하께서는 날 싫어하신다. 하지만 어쩌겠느냐. 왕족인 나를 건드리는 건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므로 전하께서는 내게 형장도 내리지 못하셨어. 그러니 해보거라. 니 자식놈들 목숨을 걸고 12년 전 참봉한테 대들던 패기로 내게 대들어봐. 이제는 널 도와줄 폐비도 없다."

 

왕족인 나를 건드리는 건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는 말이 참으로 놀랍다. 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조선을 자기들만의 나라로 만들어 조선의 숱한 백성들을 업신여겨 왔던 것이다. . 

 

 

결국 충원군은 잔악무도한 능상척결의 칼날에 아모개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감옥에 널부러지게 되는 운명을 맞고 만다. 그런 아모개 앞에 참봉부인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절규하듯 말한다. 그 동안 여러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더더욱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만큼 피맺힌 한을 유감없이 뿜어내는 서이숙이다.

 

“아모개야, 내가 아직도 널 미워하는 줄 아느냐. 아니다. 내가 미워하는 것은 따로 있어. 조선은 노비가 주인을 속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조선은 노비가 주인을 욕보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조선은 노비가 주인을 죽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야! 헌데 넌 주인을 속이고, 욕보이고, 죽였어.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대관절, 나라에서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이냐. 너 같은 놈들은 조선의 옴이요 악창이야. 너 같은 놈이 많아지면 장차 이 나라 조선이 코가 꿰이고, 손가락이 문드러지고,  창자가 썩어질 것이야! 해서 너를 죽이고, 니 자식들을 죽여 나라를 지킬 것이다!" 

 

당시 소위 양반이라는 사람들이 노비 같은 천민을 어떤 눈으로 보았는지 여실히 깨닫게 해주는 참봉부인의 독기로 가득찬 말이었다. 조선에 어찌 아모개 같은 자가 존재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참봉부인에게 조선은 자신들의 나라이지, 그들이 개돼지로 여기는 천민들의 나라는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 아버지가 함정에 빠져 죽음을 앞두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길동(윤균상)은 어릴때 호랑이를 만난 뒤 잃어버렸던 아기장수의 힘이 되살아난 듯 자신을 뒤쫓는 사람들을 모두 때려눕힌다. 하지만 워낙 많은 수의 적들을 피해 여동생 어리니를 데리고 도망치던 길동은 낭떠러지를 만나고, 어쩔 수 없이 어리니를 끌어안고 낭떠러지에서 몸을 날린다. 연산군 이융(김지석)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융과 길동이 만나 대랍각을 세우게 될지 흥미롭다. 

 

이상, 역적 씨종 아모개(김상중)와 참봉부인(서이숙)의 질긴 악연이었습니다. 드라마 [역적]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