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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역적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김상중)는 위대했다

 

역적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김상중)는 위대했다

 

 

아모개, 백성을 훔친 도적 홍길동의 아버지(김상중) 이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름이라고도 할 수 없다. 돌쇠나 개똥이, 쇠똥이처럼 아무렇게나 부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옛부터 사람의 운명은 타고난 생년월일시에 따라 정해진다고 하는데, 그 다음으로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이름이라고 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부모들이 자녀를 낳으면 좋은 이름을 지어주려고 그토록 고심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아모개>라니, 비록 대대로 종노릇을 하는 씨종으로 태어났지만, 나름대로 의식이 분명한 아모개는 주인집인 조참봉이 역시 아무렇게나 지어 부르라는 말을 거부하고 자신의 아들들에게는 길현이, 길동이라는 버젓한 이름을 지어준다. 그뿐인가. 누구보다도 아내를 아끼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던 그는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조참봉(손종학)을 죽이기에 이른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결코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스스로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변화를 꾀하고자 한 아모개는 아버지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기장수 홍길동이 목숨을 부지하고 마침내 백성들의 마음을 훔친 의적으로 거듭나게 된 것도 결국은 아버지 아모개의 정신과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리라.

 

역적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김상중)는 위대했다

 

남달리 가족을 사랑하는 아모개는 아내(신은정)를 잃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오열한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하루도 거르는 날 없이 구박을 받고 사는 것이 늘 너무나도 가슴아파하던 그는 돈을 벌어다 바치고는 간신히 조참봉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이제 가족과 오붓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크게 기뻐한다. 

 

그 후 아모개는 조참봉이 재물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고 관아의 형방 엄자치(김병옥)에게 자신을 사서 면천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조참봉 아내(서이숙)는 아모개가 숨겨둔 재물을 눈치채고 "아모개의 재산까지 보낼 수 없다. 그 재산은 우리 것"이라며 "노비가 주인 몸에 작은 생채기만 내도 주인은 노비를 죽일 수 있다. 목숨 대신 노비의 재물을 받겠다"며 계략을 꾸민다. 

 

조참봉의 사주를 받은 시숙이 아모개의 아내를 뒤따라가며 성희롱을 하고, 임신을 한 아모개의 아내는 넘어져 다칠 뻔한다. 엄마가 넘어지는 것을 보게 된 홍길동은 분노에 차서 아버지의 당부를 잊고 괴력을 발휘해 돌을 던진다. 시숙은 "옳다구나!" 하고 포졸을 부르고, 아모개는 아들 대신 포도청에 끌려간다. 아모개는 결국 모든 재산을 조참봉에게 넘기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큰 불행이다. 아내가 산통을 겪으면서 무사히 딸을 낳았지만, 끝내 눈을 감고 만 것이다. 오열하는 아모개를 연기하는 김상중을 보고 있노라니, 앞뒤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그 오열하는 모습만 보고도 함께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모개는 이러한 현실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여기고 아내를 묻어준 산소 앞에서 "내가 잘못했소, 내가 잘못했소"라고 외치며 스스로의 뺨을 이리 치고 저린 친다. 처절하게 울분을 토하는 아모개의 설움 가득한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이다. 

 

 

그 후 아내의 죽음이 조참봉의 계약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 아모개는 아이들이 잠든 밤에 낫 하나만을 들고 조용히 조참봉의 방을 찾아간다. 

 

 

그리고 조참봉을 향해 "그렇게 내 재산이 탐났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소. 우리 길현 어메 길동이는 손가락 빨렸어도 되련님한테는 젖 물렸고, 우리 길현이는 되련님 대신 숱하게 매맞으면서 크질 않았냐. 나는 이날 이때까지 나리 모시느라고 허리 한 번 못 펴봤고,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 이 집에 뼈며 살이며 힘줄까지 발라 바쳤는데"라며 원망과 분노에 가득찬 말을 내뱉는다. 

 

 

이어서 아모개는 "아녀, 아녀, 나리 잘못이 아녀, 다 내 탓이여. 나리가 뭔 잘못이 있겄소, 온통 노비들은 인간이 아니라고들 하는데 나리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겄소"라고 말한다. 그 말에 조참봉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모개는 "그런데 어째서 그때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인간 같지 않을 것들은 싹 다 죽여불고 새로 태어날 생각을 어째서 못했을까" 하며 조참봉에게 다가간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조참봉은 황급히 문 쪽으로 기어가며 "거기 밖에 누구 없느냐! 아모개! 아모개야!"를 숨이 넘어가게 불러댄다.

 

 

하지만 아모개라는 이름에 원한이 맺힌 아모개는 씁쓸한 헛웃음을 지으며 "아모개? 이름을 그 따위로 지어놓으니까 아모개는 아무렇게나 살아도 되는 줄 알았소? 자, 이제 고만 살고 죽으소!"라는 말과 함께 조참봉을 향해 낫을 휘두른다.

 

 

어린 홍길동 역을 맡은 아역배우 이로운이다. 전설로만 내려오던 아기장수의 모습이 딱 저렇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다부진 체격에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모습이다. 돌을 던지면 나무둥치에 박히고, 절구를 발로 차서 날아가게 만들어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니, 캐스팅을 기가 막히게 잘한 것 같다.

 

 

어린 홍길동을 거쳐 조만간 진짜 홍길동으로 나설 윤균상이다. 과연 어떤 홍길동의 모습을 보여줄지, 위대한 아버지 아모개보다 더 위대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보여줄 거라고 기대해 본다.

 

이상, 역적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김상중)는 위대했다였습니다. 드라마 역적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