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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낭만닥터 김사부 진짜를 찾아나선 괴짜 천재의사 한석규

 

낭만닥터 김사부 진짜를 찾아나선 괴짜 천재의사 한석규 

 

 

어지간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웬만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속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뉴스에 파묻혀 지내느라 미처 드라마와 영화를 챙겨 볼 새가 없다. 그러다 보니 명품배우 한석규가 출연하는 [낭만닥터 김사부]도 뒤늦게 1회부터 챙겨보았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로, 자신이 짓밟히지 않기 위해 남을 짓밟고서라도 의사로서 성공을 쟁취하기 위해 혈안이 된 외과 전문의 강동주(유연석)과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의사가 된 윤서정(서현진)이 괴짜 천재의사 김사부(한석규)를 만나 <진짜 의사>가 되어가는 내용인 듯하다.

 

어째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낭만닥터>라니, 과연 <낭만>과 <닥터>가 어울리는 조합의 단어인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언제 봐도 무미건조한 의사들의 무표정, 신중함이나 진중함, 신뢰와는 좀 다른 무심함, 무관심으로 더 강하게 와닿는 사람들이 의사들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낭만적인 성품의 소유자가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목숨이 경각을 다투는 현장에서 낭만이나 찾고 있다가는 무슨 큰일을 치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응급실 장면이 많이 나오는 탓인지 피튀기는 수술 장면이 지나칠 만큼 자주 등장하고, 출연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비장하다 못해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공연히 심각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너나할 것 없이 되나캐나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고, 배경의 전체 분위기가 마치 미스터리 마을에라도 들어선 듯 칙칙하고 어두워서 덩달아 기분이 무거워지지만, 짙은 어둠 속에서 밝은 빛을 찾듯이 <가짜 속에서 진짜를 찾아나가기 위한> 포석일 거라고 믿어본다.  

 

 이 세상을 그 따위로 만든 건 다 당신 같은 꼰대들이잖아!

 

낭만닥터 김사부 진짜를 찾아나선 괴짜 천재의사 한석규

 

본의 아니게 지방의 돌담병원으로 쫓겨온 외과의 강동주는 응급실로 실려들어온 화상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당황한다. 화상치료는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인 만큼 의사 자격을 박탈당한 선배 윤서정이 수술실 밖에서 휴대폰으로 일러주는 말에 따라 화상환자를 치료하다가 김사부에게 딱 걸린다. 강동주는 김사부에게 윤서정은 화상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없는자신을 도왔을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김사부는 강동주에게 “넌 그냥 순발력이 없는 겁쟁이일 뿐"이라며 비웃는다.


자신을 비난하는 김사부 때문에 치밀어오르는 울분을 참다 못한 강동주는 회의 중인 원장실을 찾아가 사직서를 내며 김사부를 향해 소리친다.

 

“전국 수석! 거대병원 타이틀! 그런 거라도 기대지 않으면 열나 겁나서 죽어라 공부한 것도 맞고요! 출세하고 싶어서 줄타기 하려고 그랬던 것도 맞고요! 참 비굴하고 못생기게 살아온 거 다 맞는데요! 근데 이 세상을 그 따위로 만든 건 다 당신 같은 꼰대들이잖아! 나같이 쥐뿔 가진 것도 없는 놈들이 그렇게라도 살지 않으면 뭣도 될 수 없게끔 세상을 만들어놓고! 제대로 사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제대로 살라고 가르치려 들지 마세요! 역겨우니까!”

 

실력보다 배경을 우선시하는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원망을 드러낸 것이다. 의료분야뿐 아니라 정치분야, 교육분야 할 것 없이 돈과 권력의 힘으로 계급사회를 만들어가는 무거운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발악이라도 하고 싶은 강동주의 마음이 곧 많은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네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한편 김사부는 사사건건 자신을 향해 폭주하는 강동주에게 "너보다 나이 많고, 많이 살았다고 다 아는 거 아닌데, 너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는데! 그런데! 이 나이쯤 돼보면 하나 보이는 게 있단 말이지. 이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될 놈인지, 안될 놈인지.

 

그리고 이어서 “네가 시스템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고 그런 세상을 만든 꼰대들을 탓하는 거 다 좋아. 좋은데! 그렇게 남 탓 해봐야 세상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정말로 이기고 싶으면 필요한 사람이 되면 돼. 남 탓은 그만하고 네 실력으로! 네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라고 덧붙인다.

 

불평불만만 쏟아내고 울분만 토한다고 세상이 변할 리 없으니,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온전한 실력을 갖춰 필요한 사람이 됨으로써 네 세상을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제 잘난 맛에 끊임없이 시건방을 떠는 강동주를 따끔한 말로 제압하는 김사부다. 요즘처럼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진짜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진짜를 찾아내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정도다.  

 

 최고의 의사, 좋은 의사, 필요한 의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돌담병원에서 견디기 힘들다고 행각한 강동주는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데, 간호부장 오명심(진경)은 왜 그렇게 돌담병원을 싫어하는 거냐고 묻는다. “내가 되고 싶은 건 최고의 의사지, 좋은 의사가 아니거든요”라는 강동주의 대답에 오명심은 다시 "그러면 김사부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최고의 의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머뭇거리며 대답을 못한 강동주는 마침 환자를 치료하고 있던 김사부를 만나자 "최고의 의사냐 좋은 의사냐" 하고 직접 묻는다. 그 질문에 김사부는 "지금 여기 누워 있는 환자한테 물어보면 어떤 의사를 원한다고 할 거 같냐? 필요한 의사.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걸 총동원해서 이 환자한테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대답한다. 하긴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환자나 사경을 헤매는 환자에게는 최고의 의사라는 타이틀보다, 좋은 의사라는 명망보다 자신을 제대로 진료해 줄 의사가 필요할 뿐이다. 즉 환자의 필요에 충분히 반응해 주는 의사가 <진짜 의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제 역할을 다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즉 의사라면 오로지 인술인 의술로써, 교육자라면 오로지 올바른 가르침으로써, 정치가라면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신념으로써 제 몫을 다하는 것, 그것이 <진짜>다. 그렇지 않고 그 도구를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으로 삼거나 경제적 부를 쌓기 위한 도구로 삼는다면 결국은 똑같은 칼이라도 요리사는 그것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이어가는 음식을 만들지만 강도는 그 칼로 사람의 생명을 끊는 짓을 하게 것이다.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이 특기이자 취미여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아무튼 '미친 고래'로 통하는 윤서정 역을 맡은 서현진은 [또 오해영]의 그림자가 하도 짙어서 3회를 보도록까지 벗겨내기가 좀 힘들었다. 다행히 4회부터는 조금씩 윤서정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ㅎㅎ) [또 오해영]에서처럼 좋은 연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 낭만닥터 김사부 진짜를 찾아나선 괴짜 천재의사 한석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