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닭 마트를 통해 본 <좋은아빠 되는 12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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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로 <동물농장>을 즐겨보는 편이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먹고 싶으면 먹고 싶다,
화가 나면 화가 났다, 슬프면 슬프다, 질투가 나면 질투가 난다..는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보이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가슴이 뻥 뚫리면서
쓸데없이 머릿속과 마음속을 떠돌던 너저분한 감정들이 깨끗이 씻겨져 나가는 것 같아 즐겁다.
개든, 고양이든, 새든, 단지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할 뿐이지, 어지간한 사람보다 훨씬 공감력이 뛰어난 동물도 나오고,
상상을 초월할 만큼 영리한 동물도 나오고, 또 안쓰러울 만큼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동물도 나오고,
기상천외한 묘기를 펼쳐 보여주는 동물도 나온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침에 자명종이 울리면 주인보다 먼저 달려가 앞발로 자명종을 탁 끄고,
주인이 먹을 빵을 굽기 위해 쪼르르 달려가 역시 앞발로 토스트기 버튼을 탁 누르고,
주인이 저녁에 집에 돌아와 벗어둔 양말이며 바지를 입으로 물고 가서 드럼세탁기에 집어넣는 개였다.
이 개는 놀랍게도 주인과 함께 마트에 가서는 사이즈를 조금 작게 해서 만든 자기 전용 카트를 밀고 다니며
제 먹을 간식까지 그 카트에 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이렇듯 영리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주인과 동물 전문가는 한결같이
“주인과 따뜻하게 교감하고, 또 주인이 주는 사랑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면 동물들도
그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답했다.
요는 사랑과 교감이었다.
물론 어떤 동물이나 다 그런 건 아닐 테고, 분명 타고난 부분도 있겠지만, 아무튼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피면 못 이루는 일이 없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흔히 못 말리게 미련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닭대가리’라는 오명을
한방에 날려버릴 만큼 영리한 꼬꼬닭도 나왔다.
마트에서 사온 유정란을 부화시킨 거여서 그 이름 또한 ‘마트’였는데,
그 마트가 바로 한 아빠가 7살짜리 아들과 함께 진행한 일명 ‘천재닭 프로젝트’의 주인공이었다.
본디 닭은 사람 말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마트는 “밥 먹자” 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쏜살같이 달려와 부리로 끈을 잡아당겨야만
모이가 나오는 모이통 앞에 서서 그 뾰족한 부리로 끈을 잡아당겨서는 모이를 쪼아먹었다.
그뿐이 아니다. 놀랍게도 용변을 본 후 닦으라고 휴지를 뽑아다 놓는가 하면,
바닥에서 모이를 줄 때는 원형으로 오린 종이에 놓아주곤 했더니 배가 고프면 모이를 달라고
그 종이를 물고 달려오기도 했다. 게다가 모이를 먹기 위한 일념으로 나란히 세워둔 두 개의
나무막대 사이를 8자로 돌아보이는 묘기까지 보여주었다.
그런데.....동물농장 프로를 시청하다 보면 미처 몰랐던 동물들의 감정과 재능을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한낱 미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는 그런 동물들과 교감함으로써
그들이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일 수 있도록 해주는 주인들에 대한 감동도 못지않게 크다.
물론 “그런 정성, 사람한테나 쏟지...” 하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문제는 논외로 치고, 그 동물들이 자신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그런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근원은 바로 주인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 그리고 교감능력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어린 아들과 함께 천재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그 아빠가 참으로 훌륭해 보였다.
말씀으로는 “모이를 절대로 공짜로 주는 법이 없습니다”라며 먹이를 통한 강도있는 훈련을 강조했지만,
아마 마트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짜증이 날 만큼 끝도 없이 반복되었을 그 훈련은
사랑과 관심, 교감이 없다면 계속해 나가기가 어려웠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둔탱이 닭도 천재로 둔갑시키는 교감능력을 가진 아빠를 둔 아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아마 그 아들은 어른이 되어 지난날을 돌이켜볼 때 더없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득찬 행복창고를 추억하게 되리라.
부모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렇게 자녀의 어린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삶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이것은 부모가 큰 부자로 살지 않아도, 또 남다른 큰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반드시 해줘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집안형편이나 부모의 대외적인 능력과는 무관하게 부모와 따뜻하게 교감하면서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삶이 성장 후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증거를
요즘 주변이나 책, 드라마, 영화 등으로 지나칠 만큼 많이 보고 있다.
어느 부모치고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만은, 그 사랑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고, 그 사랑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양적인 시간은 물론 질적인 시간까지도 말이다.
에드워드 허버트는 “아버지 한 사람이 스승 백 명보다 낫다”고 했다.
아마 천재닭 프로젝트 프로에 나왔던 7살 어린 아들은 백 명의 스승보다 나은 아빠 곁에서
앞으로도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감히 단언해 본다.
칼릴 지브란의 <아이들에 관하여>란 글의 일부와 <아이에게 좋은 아빠 되는 12가지 방법>을 옮겨 적어본다.
이 중 함께 있기, 관여하기, 모범적인 역할모델하기, 신나게 놀아주기, 인내하기, 믿음직한 모습 보여주기 등이
천재닭 프로젝트를 아들과 함께 진행한 아빠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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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딸이며 아들인 것.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의 소유는 아닌 것을.
그대들 아이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되
아이들을 그대들과 같이 만들려 애쓰지 마라.
그대들은 활,
그대들의 아이들은 마치 살아 있는 화살처럼
그대들로부터 앞으로 쏘아져 나아간다.
-칼릴 지브란 <아이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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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좋은아빠 되는 12가지 방법>
1. 함께 있기: 가능한 한 아이 곁에 있어주어라. 아무리 함께 있는 시간의 질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
2. 관여하기: 아이가 잘하는 것을 지켜봐 주고 관심있어 하는 것을 함께 즐겨라. 아이와 함께 책 읽고
아이가 좋아하는 TV프로를 함께 시청하며, 아이에게 무엇이든 가르쳐보라.
3. 모범적인 역할모델 되기: 아들에게뿐만 아니라 딸에게도 역할모델이 되고 있음을 항상 기억하라.
아이들은 자신의 아빠를 보며 아빠의 역할에 대해 배우고 기대하게 된다.
4. 애정표현하기: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아이에게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자주 이야기해 주고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라.
5. 공평하기: 아이는 물론 자신에게 책임감있는 기준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라.
편견이나 성 차별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
6. 신나게 놀아주기: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놀아 주는 일은 아이와 얼마만큼 실제적으로 교육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체면에 신경쓰지 말고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어라.
7. 존중하기: 절대로 아이를 얕보거나 무시하지 마라. 아이들의 걱정과 불만과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라.
8. 인내하기: 소리를 지르는 일이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때란 집에 불이 났을 때 이외엔 없다.
9. 믿을 만한 모습 보여주기: 애매한 말로 반복되는 잔소리를 하지 말며, 아이를 이끌고 싶은 방향에 대해
확고하고 단호하게 설명하라.
10. 지지해 주기: 아이의 꿈과 재능를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지지해 주어라.
11. 품위 지키기: 남의 아이뿐만 아니라 내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에도 아이에게 예의를 지켜라.
고운말을 사용하며 폭력적이지 않고 바르게 행동하라.
12. 술 취하지 않기: 금주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술에 취한 모습은 아빠의 모든 조건을 한꺼번에
깨뜨려버릴 수 있음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