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로 보는 세상

싱 스트리트 음악으로 승화시킨 질풍노도의 청춘

 

싱 스트리트 음악으로 승화시킨 질풍노도의 청춘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널리 알려져 있는 피천득 시인의 [청춘예찬]이라는 수필의 첫 대목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는 청춘! 그 말은 분명히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청춘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청춘>이라는 말에 가슴이 설렐 여유가 전혀 없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그 말에 가슴이 설레는 것은 그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버린 후, 죽었다 깨어나도 그 시절로는 결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기에 이르렀을 때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체 무엇을 바라고 어서 나이 먹기를,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걸까 씁쓰레한 마음으로 후회하면서 말이다.     

 

싱 스트리트 음악으로 승화시킨 질풍노도의 청춘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던 이유를 대라면 저마다 할 말이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우리에게 음악영화 [원스], [비긴 어게인].으로 다가왔던 존 카니 감독의 [싱 스트리트]의 주인공 코너(페리다 월시 필로)도 겪고 있는 것처럼 <어린아이도 아닌 것이 어른도 아닌> 청춘이 살아내기엔 이 세상은 곳이 결코 수월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19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자 코너의 부모님들은 틈만 나면 돈 때문에 싸우고, 결국 좀더 학비가 적은 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던 코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선생님의 독설과 주먹, 불량스러운 학생들의 이유없는 폭행이다. 

 

 

존 카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반영된 [싱 스트리트]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전학간 학교에 적응하느라 좌충우돌하며 울분을 삭이고 있던 코너는 어느 날 길에 서 있는 라피나(루시 보인턴)의 매력적인 모습에 반해 저도 모르게 다가가 말을 걸고,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결성한 후 ‘듀란듀란’, ‘아-하’, ‘더 클래쉬’ 등 집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가며 음악을 만들고 라피나를 출연시킨 뮤직비디오까지 만든다는 내용이다.

 

흔히 청춘을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한 주전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 금방이라도 폭발하고야 말 것 같은 청춘의 울분을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코너가 음악을 택한 것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다. 17세기 영국 극작가 윌리엄 콩그리브도 말했듯이 "음악은 야만적인 가슴을 어루만지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내면에서 들끓고 있는 불안한 영혼을 잠재워주는 데 이보다 더 뛰어난 특효약은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 코너가 위험한 눈을 가진 소녀 라피나를 위해 만든 첫 음악 ‘The Riddle Of The Model’이다. 첫 노래를 시작으로 조금씩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 코너는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번째 콘서트를 준비한다.

 

[원스] 글렌 핸사드, [비긴 어게인] 그렉 알렉산더와 같이 존 카니 감독의 작품에는 항상 실력파 뮤지션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최고의 뮤지션이 OST 작곡와 작사, 그리고 가창에 참여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존 카니 감독은 1972년 출생으로, 1980년대 브리티쉬 팝을 듣고 자라왔으며 그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원스]와 [비긴 어게인]에서는 서정이 가득한 잔잔한 노래가 주를 이루었다면 [싱 스트리트]에서는 하나같이 청춘의 열기가 뜨겁게 느껴지는 폭발적인 곡들이 가슴속 저 깊은 곳까지 뚫려나가는 시원함을 선사해 준다.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런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더 통쾌한 기분을 느낄 테고, 여기에 밴드까지 곁들여진다면 연주를 하는 그 순간만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느낌에 사로잡힐 것 같다. 실제로 영화 초반부에서는 잔뜩 주눅이 들어 왜소해 보이기까지 하던 코너는 음악을 만들고 밴드를 결성해 연주를 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 외견상으로도 당당해지고 몸집마저 더 커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특히 기회만 있으면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불량친구를 향해 한껏 도도한 표정으로 얼굴을 치켜든 채 "너와 난 사는 세계가 달라. 넌 부술 줄만 알지 뭔가를 만들어낼 줄은 모르잖아"라고 말할 때는 드디어 음악의 힘으로 스스로 우뚝 서는 모습을 보여주어 덩달아 근사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묘한 조합으로 급조한 코너의 밴드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차 <싱 스트리트>만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간다. 특히 출연한 배우들이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들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어설퍼보일 수도 있는 청춘의 풋풋함을 더욱 강렬히 느끼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코너의 형 브렌든(잭 레이너)이다. 장남으로 태어난 죄로 동생들을 대신해서 희생해야 하는 삶이 고달프기 짝이 없어서 철없는 동생에게 "넌 내가 갈고 닦아놓은 편한 길을 왔을 뿐이야"라며 화를 퍼붓지만, 역시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동생 코너를 위해 진정어린 충고와 도움을 주는 멋진 청년이다. 이런 형이나 선배가 곁에 있다면 누구나 겪게 마련인 성장통이지만 좀더 수월하게 겪을 수 있을 것 같다. 

 

[비긴 어게인]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를 들려주었던 애덤 리바인은 [싱 스트리트]에서도 형 브렌든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시킨 'Go Now'를 들려준다. 

 

 

자, 이렇게
우리 삶에 새로운 기회가 왔어
너도 원했잖아
네 눈을 보면 알아
분명히 보일 거야
점점 더 선명히
어서, 실수해도 좋아
내일은 잘 해낼 테니까
앉아서 얘기만 하지 마
시간만 가고 있잖아
당당히 맞서 뒤돌아보지 마


이미 멀리 왔는걸
이제 멈출 수도 없어
네 눈으로 앞만 봐
네 삶을 위해 달려
결심해 버리고 뒤돌아보지 마
과거는 무너져내렸어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잖아
그거면 충분해

 

계속, 계속해서 찾아내
네가 알고 있는 진실을
계속,계속,멈추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 가니까
지금 알아내지 못하면 절대 모를 테니까
절대 돌아오지 마 절대 돌아서지 마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 가니까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 가니까
지금 알아내지 못하면 절대 모를 테니까
절대 돌아오지 마 절대 돌아서지 마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 가니까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 가니까
지금 알아내지 못하면 절대 모를 테니까

절대 돌아오지 마 절대 돌아서지 마

 

이상, 싱 스트리트 음악으로 승화시킨 질풍노도의 청춘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