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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주일에 한 번도 안 되냐니? 망발의 극치로다!

 

“나눠서 안 될 게 뭐예요.
반반도 아니고 조금만 달라는 건데.

조금만요.
1주일에 한 번도 안 돼?”

 

 

위 대사는 TV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상간녀 다미(정희진)가 준구(하석진)의 와이프 은수(이지아)에게 던진 말이다.

 

돈을 나눠달라는 게 아니다.

시간이나 물건을 나눠쓰자는 것도 아니다.
엄연한 인격체, 한 인간, 즉 준구를 나눠달라는 것이다. 


 

솔로몬 왕의 지혜는 세기를 이어 전해져 내려오면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일깨우는 깨달음을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 아기를 놓고 두 어머니가 싸우는 것을 판가름해 준 멋진 재판은

이미 귀가 따갑도록 들어서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참어미와 거짓어미를 가르는 명판결이다.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어머니에게 솔로몬 왕은
“그러면 칼로 아기를 둘로 나눠서 각각 반씩 가지라”고 했고,
그 판결에 거짓어미는 대뜸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참어미는 차라리 그 아기를 포기할 터이니 아기의 생명만은 살려달라고 말한다.
이로써 솔로몬 왕은 진정으로 아기를 사랑하고, 그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참어미를 찾아내는 멋진 판결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또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도 포샤는 돈을 빌려가서 갚지 못하는
안토니오에게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가슴살 1파운드’를 요구하는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향해 1파운드의 살만 떼어가되 피 한 방울이라도 흘리게 할 양이면

엄벌에 처하겠다는 판결을 내려 안토니오를 궁지에서 구해준다.

 

물론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니 아기를 둘로 가르는 가공할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안토니오의 가슴살을 도려내는 끔찍한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솔로몬 왕의 지혜로운 판결도 그렇고, 셰익스피어가 포샤의 판결을 통해 알려주고자

했던  것도 결국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사람의 마음(살)과 몸(피)은

따로 분리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일 것이다.
 
이 해묵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TV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상간녀 다미(정희진)가

준구(하석진)의 와이프 은수(이지아)에게 던진 다음과 같은 대사 때문이다.

 

“나눠서 안 될 게 뭐예요. 반반도 아니고 조금만 달라는 건데.

조금만요. 1주일에 한 번도 안 돼?”

 

 

돈을 나눠달라는 게 아니다.

시간이나 물건을 나눠쓰자는 것도 아니다.
엄연한 인격체, 한 인간, 즉 준구를 나눠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1주일에 한 번만 나눠주면 되고, 반을 달라는 건 아니니
너무 욕심부리는 건 아니잖느냐며 되려 선심을 쓰는 모양새다.

 

물론 지금 그녀가 어떤 심정에 놓여 있을지는 이해가 간다.

가문좋은 집안에 여배우를 아내로 들일 수는 없는 준구로부터 느닷없는 이별통보를 받고

사랑을 잃은 배신감과 버림받은 데 대한 상실감으로 비틀거리는 그녀가 안타깝고 딱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자신을 버린 남자를 지켜주기 위해 인기를 먹고 사는 여배우로서는 치명적인 거짓 결혼 발표까지

감행한 것을 보면, 준구는 그 자신의 말대로 그녀와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을지언정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는 것도 충분히 느껴진다.  

 

하지만 죄없는 은수를 불러 기획사에서 얻어낸 자료라며 지난날 준구와 함께 보냈던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이런 사진을 보여주는 의도가 대체 뭐냐는 은수의 질문에

“나는 오빠를 위해서 할 짓 다했는데 당신이 한 건 뭐냐”
“오빠 좀 보내줘요. 오은수 씨보다 내가 먼저예요.

내가 더 많이이기는 하지만 오빠도 나 많이 좋아했어요. 지금도 흔들리고 있어요”

하며 여자들끼리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가히 싸이코패스나 할 법한 짓이 아닌가 싶다.

 

 

상간녀가 정작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겨눠야 할 화살을 그 남자의 와이프에게 돌리는 것도

그야말로 비겁한 짓이고, 더욱이 마음과 몸이 따로 분리되는 것이 아닌 한 인격체를 나눠달라는

언어도단의 말 또한 아무리 분노와 억울함으로 고통에 시달린 끝인데다 취중에 한 것이라 해도

그 사랑이 그저 집착일 뿐이 아닌가 의심케 하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동일 뿐이다.
참사랑이라면 참어미가 둘로 나눌 수 없어 아기를 포기했듯이,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준구의 행복을 위해 깨끗이 물러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는 영원히 그를 잊지 못하고 살아갈지라도, 또 그것이 억울해서 죽을 것 같을지라도 말이다.

 

 

사랑을 잃고, 그 잃은 사랑에 대한 고통으로, 또 그 고통을 어찌 해소해야 할지를 몰라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고 이렇듯 괴로움에 차서 울부짖고 있는 이 여인도 참 가엾기 그지 없지만,

사실 지금 직시해야 할 부분은, 아무런 죄 없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은수라는 사실이다.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들이야 본인들이 저지른 짓이니

아무리 수치스럽고 괴롭더라도 당연히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지만,

그들의 남편 혹은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그 지저분하고 고통스러운 늪으로

 빠져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대체 어디서 보상을 받는단 말인가?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도 미경(김지수)은 남편 재학(지진희 )이

은진(한혜진)과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알고는 

“잘못은 너희들이 했는데 왜 내가 고통을 받아야 해”

하며 괴롭고 씁쓸한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다.

 

앨버트 허버트는 "행복한 결혼에는 여섯 가지 필수조건이 있다.

첫째는 믿음이고, 나머지 다섯 가지 역시 믿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그 소중한 딸 슬기(김지영)마저 떼어놓을 각오로 어렵게 재혼을 결심한

남편 준구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난 은수의 미래가 걱정될 뿐이다. 
그것은 곧 드라마로, 영화로, 책으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이 당연시되도록

끊임없이 세뇌시키는 ‘불륜 권하는 시대’인 오늘날,

많은 결혼한 부부들의 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