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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정과장이 준 교훈..갑질이 안 통하는 슈퍼을이 되자

 

미생 정과장이 준 교훈..당당한 슈퍼을이 되자

 

미생 정과장이 준 교훈..갑질이 안 통하는 슈퍼을이 되자

 

수많은 을들의 힘겹고 고단한 직장생활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 줌으로써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를 주었던 드라마 미생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혹여 새드엔딩으로 끝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만일 오차장이 사표를 쓴 후 어디에도 정착을 못하고 그 후에도 계속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니고 있거나, 정규직이 못된 장그래가 예전의 그 희망없는 삶으로 다시 돌아가 매일 한숨이나 푹푹 내쉬고 있는 것으로 끝났다면 미생을 시청했던 많은 사람들도 암울한 기분에 빠져들었을 게 분명하니까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묘해서,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이 다행스럽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좀 허탈하고 찜찜한 기분도 듭니다. 왜냐하면 드라마에서 희망을 보여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졌느냐 하면, 그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차장처럼 작게나마 잘나가는 상사를 운영하게 되거나, 오차장이 운영하는 상사에 합류해서 즐겁게 일하는 장그래나 김대리 같은 행운을 과연 현실에서 몇 사람이나 누릴 수 있을까 싶은 것이지요.

 

하지만..그래도 역시 해피엔딩이 낫네요. 지금은 비현실적인 일이라 여겨져도 언젠가는 그것이 현실이 되리라는 희망을 갖지 않고서는 이 팍팍한 삶을 살아나가기가 어려울 테니까요. 그것이 비록 희망고문일지라도, 희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과 기운을 북돋아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미생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아 있는 정과장의 변신, 즉 마부장이라는 갑 앞에서 당당하게 변모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슈퍼을 정과장의 탄생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을 적은 것입니니다.  

 

미생 정과장이 준 교훈..갑 앞에서도 당당한 슈퍼을의 탄생

 

미생이 끝난 직후에는 오차장이나 김대리, 그리고 장그래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의외로 자원2팀의 정과장 모습이 더 자주 머리에 떠오른다. 늘 폭언을 일삼고 부하직원들에게 툭하면 손찌검까지 하는 마부장 앞에서 절절매던 정과장이 아니라, 의연하고도 단호한 태도로 정중하게 “앞으로는 제 몸에, 아니, 저희 몸에 다시는 손찌검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말하던 그 정과장 말이다.  

 

 

그간에 당해온 마부장의 횡포에 참다못해 자신도 모르게 불쑥 그런 말이 튀어나온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그러려고 작정을 하고 그런 의연한 태도를 보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비상계단 쪽으로 나와 벽에 몸을 기댄 채 바짝 겁먹은 표정으로 벌벌 떨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대리와 유대리는 "이제 우리 다 죽었어요"라고 말했지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정과장의 변신에 놀란 마부장은 앞으로는 부하직원들에게 지금까지처럼 마구 폭언을 퍼붓거나, 발로 차거나, 서류뭉치를 날리거나, 전화기로 몸을 쿡쿡 찌르는 몰상식한 짓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미 몸에 밸 대로 밴 고약한 습관을 댓바람에 떨쳐내지는 못해서 저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여전히 불쑥불쑥 나올지는 몰라도, 예전과는 달리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게 분명하다. 개도 무는 개를 돌아본다고, 온순하기만 한 사람은 오히려 함부로 대하고 당당한 사람에겐 오히려 몸을 사리는 몹쓸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수많은 일터의 수많은 정과장들은 수많은 마부장들의 그런 몰상식한 언행을 국으로 참아온 것일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승진해야 하잖아?"하고 은근히 회유하는(사실은 협박) 마부장의 말에 당당하게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부하직원에게 아이템을 넘기라는 졸렬한 부탁(이 또한 사실은 협박)을 서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인디언 우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빠가 딸에게 말한다. "우리 내면에서는 언제나 아주 끔찍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단다. 그것은 바로 두 늑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이지. 그 중 한 놈은  악(惡)이야. 그놈은 분노, 질투, 후회, 욕심, 오만, 죄책감, 억울함, 열등감, 거짓말, 헛된 자존심, 우월감 등을 가리킨단다, 그리고 또 한 놈은 선(善)인데, 이 녀석은 기쁨, 평화, 사랑, 희망, 평온함, 겸손, 친절, 자비, 공감, 너그러움, 진실, 연민, 믿음을 말하지." 그러자 딸아이는 “아빠, 그럼 그 두 마리 늑대가 싸우면 어떤 늑대가 이겨요?”라고 묻고, 그 물음에 아빠는 단호한 표정으로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지”라고 대답한다.

 

이 인디언 우화가 시사하듯 우리 내면의 악은 우리 자신이 주는 먹이로 강한 힘을 갖게 된다. 먹이를 많이 주면 많이 줄수록 그 힘은 더욱 막강해진다. 그러고 보면 요즘 수많은 갑들이 기고만장해서 갑질을 해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즉 그들이 마음껏 갑질을 해대도록 먹이를 제공하는, 즉 미리 알아서 기는 을들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는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그렇게라도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미리 알아서 기는 행동을 합리화하지는 말자. 그 말이 옳다면, 부하직원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내동댕이친 오차장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니, 오차장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실적보다는 팀워크의 실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직장인들도 많고, 자신이 상당부분 기여한 프로젝트의 성공을 부하직원에게 돌리는 상사도 많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은 부하직원 탓으로 돌리고 잘된 일은 자신의 공적으로 내세우는 비열한 상사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부하직원으로서 상사를 존중하는 것과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어이없게 여겨지는 일이 또 있다. 예를 들어 전무는 부장에게, 부장은 과장에게, 과장은 대리에게, 대리는 평사원에게 저마다 스스로 갑이라고 착각하고 갑질을 해대지만, 사실은 그들 또한 고용주가 볼 때는 너나할 것 없이 나약한 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토리 키재기, 오십보백보, 엎어치나 메치나, 도찐개찐인 셈이다. 그런데도 같은 을들끼리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알량한 직급을 내세우며 아랫사람을 짓밟는 속물근성을 내보이는 상사들은 언제 그 어이없는 착각에서 벗어날까. 그리고 고용주라는 갑도 사실은 수많은 을들 없이는 갑이라는 자신의 존재가치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아는 갑들은 요즘 갑들의 유행병인 갑질이라는 고약한 병에 절대 걸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상사와 사사건건 대결구조를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즉 잘못 처리한 일이나 실수한 부분을 지적당하는 것까지 상사의 갑질로 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김대리가 장그래에게 말했듯이 인격을 모독하는 말이나 인신공격성 말을 듣고도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때는 마부장처럼 정중하게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겠지만 인신공격성의 말은 삼가주십시오”라고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로 인해 설혹 크든 작든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생길지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그런 을의 당당함만이 갑들에게 더 이상 먹이를 던져주지 않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즉 갑질이 안 통하는 슈퍼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을이란 본디 비즈니스 세계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계약서상에서는 을이지만 갑을 얼마든지 누를 수 있는 쪽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단어를 직장세계로 그대로 끌어오면, 갑(상사)에게 끌려가는 듯하지만 결국 갑을 끌고 가면서 갑과의 관계를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을(부하직원)을 말한다. 

 

미생의 정과장이 비굴한 을에서 당당한 슈퍼을로 변모할 수 있었던 힘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간단한 생각의 전환에 있었다. 즉 그전에는 자신의 이익(진급)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부하직원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 덕분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안위가 아닌 부하직원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되자 을은 을이되 단순한 을이 아닌, 갑질도 안 통하는 슈퍼을로 변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생 정과장이 준 가르침..갑질이 안 통하는 슈퍼을이 되자, 재미있게 읽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