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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티븐 호킹과 제인의 사랑이야기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티븐 호킹과 제인의 사랑이야기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티븐 호킹과 제인의 사랑이야기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제인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제임스 마쉬 감독이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의 첫아내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가 쓴 [스티븐 호킹 천재와 보낸 25년]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영화다. 그래서인지 밤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폭죽과도 같았던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부터 스티븐이 루게릭병으로 2년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븐과 결혼을 강행하여 그를 위해 살아가면서 자신의 사랑에 대한 책임을 다했던 과정을 주로 제인의 시점에서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날 정도로 꾸밈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현실에서야 그랬을 리 없겠지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후 스티븐이 퇴행성 신경질환인 루게릭병에 걸린 것을 알고도 결혼을 서두르는 과정이 영화에서는 너무나 간략하게 처리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제인이 결혼을 말리는 스티븐의 아버지에게 "그래도 그를 사랑해요. 둘이 함께 그 병과 싸울 거예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장면이 다소 성급하고 무모하기까지 한 결정으로 여겨져 선뜻 공감이 가질 않았다. 물론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티븐을 위해 온 생애가 걸린 고난을 자처하고 나선 제인의 마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티븐 호킹과 제인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스티븐이 앓은 루게릭은 얼마 전 조인성 주연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도 언급됐었는데, 원인이 불분명하고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서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돼 있는 병이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도 작가 미치 앨봄은 대학시절 멘토 모리 슈워츠 교수가 루게릭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제자에게 따뜻한 인생의 조언을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룬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김명민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한 김명민이 몸무게를 30킬로그램이나 줄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병명은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 루게릭이 이 병으로 사망하자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스티븐 호킹 역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이 누구인가 했더니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코제트의 연인으로 출연해 시민봉기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마리우스였다. 이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는 커다란 잠자리안경을 쓴데다 바가지머리까지 하고 있어서 낯은 익은데도 처음엔 에디 레드메인인 줄 몰랐다. 아마 그의 본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스티븐 호킹 역을 잘 해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에디 레드메인은 스티븐 호킹 역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 반년 전부터 체중을 줄이기 시작해 10킬로그램이나 감량했다고 한다. 또 루게릭병 환자를 연구하려고 병원에도 자주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루게릭병 전문의와도 필요할 때마다 면담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느리고 어눌한 발음이며 안면근육의 움직임을 비롯해 스티븐 호킹의 모든 습관을 하나하나 자세히 관찰해서 그대로 따라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마치 실제 스티븐 호킹에 빙의된 듯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스티븐 호킹 또한 그의 연기를 보고 "마치 나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소감을 전했다고 한다. 

 

 

영화는 스티븐 호킹이 학창시절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려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누가 더 빨리 기숙사에 도착하는지 자전거 경주를 할 만큼 건강했던 스티븐의 유쾌한 모습은 그가 그 후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를 알고 있기에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스티븐에게 빛처럼 다가온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제인이다. 스티븐과의 뜨거웠던 사랑과 참담하고 비참했던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내면연기를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펠리티시 존스가 제인 역을 맡았다. 

 

 

신년파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첫 만남에 서로에게 빠져든다. 스티븐은 가족에게 제인을 소개시키고, 두 사람은 그 후 또 다른 축제에서도 함께 사랑의 시간을 보낸다. 파티 도중 두 사람이 따로 빠져나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으면서 터지는 폭죽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사랑은 환상의 나라로 이끌어가는 불꽃과도 같지만, 제아무리 꿈속처럼 아름다운 폭죽도 결국은 꼬리조차 남기지 않은 채 스러져 가버린다는 것을 폭죽을 통해 일찌감치 예고하고 싶었던 것일까?

 

 

제인과 스티븐은 결혼 후 아이들도 낳고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스티븐의 병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점점 더 많이 부모의 손길이 필요해진다. 제인 혼자만으로는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나가기가 더욱 더 힘겨워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무렵 외롭고 고단하기 짝이 없는 제인의 삶에 구원투수처럼 조나단(찰리 콕스)이 등장한다.

 

자칫 삼각관계 혹은 불륜으로 손가락질받기 딱 좋은 상황이지만, 스티븐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조나단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게 자신의 가족 곁에 머물러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 후 스티븐 곁에 훗날 스티븐의 두번째 아내가 되는 간호사 일레인(맥신 피크)이 나타났을 때는 제인 또한 스티븐에게 더 필요한 존재가 누구인지 깨닫고 배신감에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일레인에게 자기 자리를 넘겨준다.

 

이것이 이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기본 줄거리다. 현재 스티븐 호킹 박사는 컴퓨터 음성합성기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면서 물리학 연구뿐 아니라 대중을 위한 강연을 하며 누구보다도 값진 삶을 살고 있다. 곁에 자녀도 있고 손자도 있다. 그리고 두번째 아내 일레인에 관해서는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제인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제인처럼 더 열렬한 사랑을 앞세우면서 결혼을 감행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반대로 엇 뜨거라 싶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결혼의 조건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세태에서는 조금이라도 힘들겠다 싶은 결혼은 애지녁에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얼마 전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고 떠난 가수 신해철의 러브스토리가 생각났다. 몇 년 전 어느 프로그램에서인가 그가 직접 나와 들려준 이야기였는데, 아내와 교제하던 중 그녀가 암에 걸린 것을 알고는 결혼을 서둘렀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원래 결혼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던 사람인데, 사랑하는 사람이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더 빨리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고 허락을 구했는데, 어머니 역시 선뜻 그러라고 했다는 말에 참 멋진 어머니와 아들이다 싶었다. 그때 그가 “병원에 가면 그냥 ‘남자친구’인 것과 ‘제가 이 사람 남편입니다. 보호자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다르더라”면서 “빨리 결혼해서 든든한 남편으로 그 사람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고 덧붙인 말은 감동 그 자체였고,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스티븐과 제인의 사랑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아픈 일이다. 하지만 스티븐이 곤경에 처한 것을 알고 도망치기는커녕 더 치열한 몸짓으로 다가왔던 제인의 사랑은 충분히 치하받아 마땅하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 아마 혼인서약문에도 있듯이 말 그대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한결같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세기의 사랑으로 알려진 시몬 드 보부아르도 말년에 이르자 눈이 멀고 거동도 불편한 늙은 사르트르를 젋었던 시절처럼 사랑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사르트르는 안면마비로 말을 할 수 없었고, 밥을 먹을 때도 침이 목까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그를 놓지 않고 간호사로, 가정부로, 비서로 끝까지 그 곁을 지키는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것인 것 같다. 즉 사랑은 단순한 열정이나 욕망을 넘어선 것, 따라서 좋을 때만 좋은 것이 사랑이 아니라,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 나아가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필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물러날 줄도 아는 것, 이것 또한 사랑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제인이 조나단을 필요로 했던 순간에는 스티븐이 자신의 이기심을 누르고 제인 곁에 조나단을 머물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이고, 또 반대로 스티븐이 일레인을 필요로 했던 순간에는 제인이 그 동안의 고초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의연하게 다스리면서 추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 곁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즉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더 크고 깊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즉 스티븐 호킹과 제인의 사랑이야기는 통해 상대에게서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주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가 내게 줄 것을 위해 사랑해서는 안 되며, 이기심과 계산을 벗어나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성장하도록 돕고, 상대의 기쁨을 즐거워하고, 상대의 고통을 함께하고, 상대에게 기꺼이 책임을 다하는 것, 이것이 사랑이라는 이름 속에 포함된 모든 것인 셈이다.

 

릴케 또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정의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최고의 과제이자 마지막 시련이며,
다른 모든 일들은 사랑을 위한 준비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미성숙한 젊은이들은 아직 제대로 된 사랑을 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사랑은 배워야 하는 것이다.

사랑은 자신과 상대를 위해 더 성숙해지도록,
그리하여 하나의 세계가 되도록 이끄는 고귀한 초대장이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티븐 호킹과 제인의 사랑이야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