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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중국과 한국 모두의 발전을 저해하는 한한령

중국과 한국 모두의 발전을 저해하는 한한령

 

어느 나라 사이든 항상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언제나 보복을 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양국간에 상품과 서비스 교역을 좀더 자유롭게 하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놓고 정치적 문제로 경제적 보복을 한다면 그 협정은 당연히 효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무역 분야에서 35년여 일해 온 홍재화 대표는 국제정치와 문화 등 무역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담은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한한령(限韓令)에 대해서도 짚어보고 있는데, 지금 중국이 펼치고 있는 한한령은 양국 문화의 동반자적 발전을 저해하고 한-중 FTA도 위반하고 있으니 조속히 철폐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한한령에 대해서도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왜 중국이 한국문화에 더 개방적이어야 하는 그 이유도 들어보자.

 

중국과 한국 모두의 발전을 저해하는 한한령 이미지 출처 KBS 뉴스

 

 한한령은 무엇인가?


한한령(限韓令)은 중국이 한류문화의 수입을 금지하는 정부의 조치다. 발단은 사드의 한국배치다. 2016년 8월부터 시작되었다. 인기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인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미팅이 취소됐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를 통해 승승장구하던 황치열은 중국 쇼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통편집을 당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도 않았고, 인정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은 비공식적이고, 지방정부가 국민여론을 감안해서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의 출현을 보류시켰을 뿐이라는 정도의 언급만 했다.

 

이런 방식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우리 기업 스스로 자구책 마련의 일환으로 중국의 보복조치에 항의하려 해도 이 또한 쉽지 않다. 보복의 근거를 아예 남기지 않는 중국의 노회하고도 독특한 관료문화가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왜 사드 보복을 한한령으로 할까?

 

한한령 때문에 알게 된 중국의 대외정책이 ‘以經促政’(이경촉정. 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과 以民促官(이민촉관. 민간교류를 통해 정부간 관계를 촉진한다)’이다. 전쟁으로 치면 성동격서(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와 같은 말이다.

 

중국과 한국 모두의 발전을 저해하는 한한령 이미지 출처 JTBC 뉴스

 

 삼국지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배신과 권모술수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은 『삼국지』다. 아마 동양에서 가장 많이 읽힌 소설일 듯싶다. 그런데 최근 삼국지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하는 책이 나왔다. 류짜이푸가 지은 『쌍전』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책인 수호지와 삼국지에 대해 혹평을 한다. 수호지는 폭력성을 일반화시켰고 삼국지는 권모술수를 일반화시켰다고 비판한것이다.

 

삼국지에서 나타나는 권모술수는 유비의 유교적 술수, 조조의 법가적 술수, 사마의의 음양술, 신출귀몰한 미인술로 구분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웅들 사이의 ‘의리’라는 것이 문화적 위형이며, 의리의 배타성에 대한 간과가 불러온 결과 형제윤리가 책임윤리가 되지 못하는 이유, 관우를 숭배하는 대중심리 분석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제갈량으로 대변되는 ‘위형적 지혜’가 어떻게 파괴적 지혜의 경쟁을 펼치고, 그로 인해 지혜의 내용이 어떻게 어떻게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서 굴절되었는가 하는 현상까지 짚었다.

 

또한 삼국지가 제시하는 정치투쟁의 세 가지 원칙인 ‘성실성은 필요없다’, ‘사당(死黨)을 결성한다’, ‘상대방에게 먹칠한다’를 끄집어내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역사의 변질’ 현상을 성찰했다. 이러한 삼국지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배신과 권모술수가 중국인의 의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그런 중국인들의 행태를 북경이 아닌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한겨레

 

 사드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의 문화상품을 건드리는 중국

 

한한령도 동일선상에서 보면 마치 삼국지를 보는 듯하다. 아닌 척하면서 뒤통수를 치고 있다. 한-중 FTA의 신뢰감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사드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을 펼치고 있다. 춘절을 맞이하여 한국으로 오려는 관광객을 막기 위해 항공편을 축소시키고, 한국제품의 수입에 대한 관세인상과 인・허가 불이익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28개 화장품에 대해 수입불허 판정을 내렸는데 그 중 19개가 한국 화장품이다. 대표적인 한국 배우들의 중국 방문 비자를 거절하고 한국 드라마 방영을 금지시켰다.

 

이제는 누구나 그게 사드 보복으로 한한령을 취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당국은 겉으로는 이를 부인할 뿐 아니라 아예 “한한령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느 관리는 “누가 먼저 화나게 했나?”라고 서슴없이 되묻는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에 대해 한국과 공조를 취한 적도 없다. 내가 취할 것은 취하되 상대방은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체면’은 지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드에 대한 보복으로 군사적 조치가 아닌 엉뚱한 한국의 문화상품이나 소소한 소비재 상품을 건드리고 있다.

 

중국 외교부 한한령, 들은 바 없다..

 

 중국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의식은 아마 중국인들에게는 당연할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드에 대한 보복을 엉뚱한 한한령으로 하면서도 아닌 듯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표면상 한국에 보복을 하지 않았다는 한류로 인한 문화교류를 막아 문화대국의 체면은 지면서 중국인에게 인기있는 소비재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자국산업을 보호하여 무역수지를 개선시키고, 주변국에게 “자, 봤지, 중국에 까불지 마!” 하는 경고도 주는 아주 효율적인 일을 하고 있다. 그 대신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한 믿음이 줄었다. 그들이한-중 FTA를 무시했고, 언제든 자기들 사정에 따라 어렵지 않게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할 수 있다는 본심을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삼국지나 손자병법, 이탈리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처럼 온갖 음모로 점철된 책이 없다. 또한 성경처럼 ‘네 이웃을 사랑하라’ 해놓고 ‘주를 믿지 않는 자는 지옥의 불속에 빠지리니’ 하는 식의 책도 없다. 한국인은 오히려 지나치게 솔직해서 문제다. 그래서 한국인의 협상력은 세계 최저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한국사람이 일단 속내부터 털어놓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사람은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에 능하다. “네가 그렇게 한다면, 난 이렇게 하겠다”는 변수를 많이 만들어낸다. 지난 5,000년 역사에서 우리가 먼저 일으킨 전쟁은 몇 되지 않고 항상 침략을 당하면서도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침략한 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게 하며 살아온 저력이다.

 

이미지 출처 뷰티경제

 

 중국은 한류발전이 동양문화 발전임을 알아야 한다


중국당국이 취하고 있는 한한령은 중국문화 발전에 역행하는 행위이고, 한-중 FTA의 존립을 의심케 하는 행위다. 이는 양국간 무역발전에도 저해되고 있다. 중국당국은 한국문화의 발전이 중국문화 발전임을 깨닫고 한-중 FTA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한류문화가 중국의 많은 기득권층을 불편하게 하는 모양이다.

 

정말로 한국문화의 중국진출이 중국문화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을까? 오히려 한국문화가 중국문화보다 더 유교적인것은 전 세계에 공히 인정된 바다. 그리고 한류문화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중국보다 더 유교적이고 더 가족적인 면이 중국인의 가슴속에 박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금 중국은 유교를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문화로 내세우려고 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세계에서 가장 유교적인 문화를 간직한 한국문화를 배척한다는 것은 문화혁명으로 파괴된 중국의 유교와 문화를 더 이상 배우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화적 배타성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다. 그런 배타성, 오직 ‘중화’(中華)만으로 중국문화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상당한 의문이다. 그보다는 한국문화와 교류하면서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문화가 세계로 뻗어가면 갈수록 중국적인 동양문화가 발전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SBS 뉴스

 

한국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중국문화가 발전하는 길

 

중국은 한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1998년 한국정부가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할 때 많은 사람들이 한국문화가 일본문화에 점령당할 것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한국문화의 일본진출로 결말이 났다. 폐쇄적이었던 문화의 흐름을 넓게 개방함으로써 외래문화에 대한 적응성을 키우고 다양성을 넓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한국문화가 발전했던 시기에는 언제나 한-중간의 갈등이 없었던 점을 중국의 지도자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문화가 더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 중국문화의 발전임을 안다면 지금의 한한령은 조속히 거둬들여야 한다.

 

일본이 지나치게 자국 중심으로 흘렀다가 오히려 경제 후퇴를 가져온 현상황을 중국은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은 새뮤얼 헌팅턴이 그의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일본을 동양문명에서 빼고 ‘일본문명’으로 별도로 분류할 정도로 비동양적이고 폐쇄적이다. 그 결과 일본을 둘러싼 한국, 대만, 중국과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켰고, 21세기에 들어서는 그 폐쇄성으로 말미암아 스스로의 발전도 제약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이 한국문화에 더 개방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중국보다 더 중국적인 한국의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중국문화가 발전하는 길이다. 지금의 한한령은 양국 문화의 동반자적 발전을 저해하고 한-중 FTA도 위반하고 있으니 조속히 철폐되어야 한다.

 

이상, 중국과 한국 모두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한한령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