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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터널 붕괴된 터널에 갇힌 하정우와 생수 두 병, 그리고 이타심 터널 붕괴된 터널에 갇힌 하정우와 생수 두 병, 그리고 이타심 김성훈 감독, 하정우 배두나 주연의 재난영화 [터널]을 보고 나니 왠지 당분간은 터널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몸이 움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터널 붕괴사고는 아니지만 최근 터널 입구에서 잇따라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왠지 예사로운 마음으로 터널을 지나치기가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터널]의 엔딩에서 터널을 앞두고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던 하정우의 모습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터널 붕괴된 터널에 갇힌 하정우와 생수 두 병, 그리고 이타심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 정수 역을 맡은 하정우는 큰 계약건이 곧 성사될 거라는 기쁨에 젖어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에 갇히고 만다... 더보기
덕혜옹주 손예진의 기품어린 연기로 재탄생한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손예진의 기품어린 연기로 재탄생한 조선의 마지막 황녀 "망국의 옹주로 태어나 서러운 생을 살았지만 이처럼 서러운 적은 또 없었다. 세상의 어느 어머니가 이토록 외로울 수 있으며, 세상의 어떤 여인이 이토록 서러울 수 있을까. 내 곁에는 바람소리도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세월이여, 진정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오. 내 속으로 낳은 아이마저 나를 모른다 하오. 나와 살을 섞은 남자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를 낳은 나라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는 부유하는 먼지처럼 이 세상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소. 이토록 삶이 무겁다니, 이토록 고단하다니..." 위 글은 비참하게 버려진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그린 권비영 장편소설 [덕혜옹주]에 나오는 글귀다. 1.. 더보기
인천상륙작전 역사를 바꾼 이정재(장학수)의 X-Ray 대북 첩보작전 인천상륙작전 역사를 바꾼 이정재(장학수)의 X-Ray 대북 첩보작전 인천상륙작전 하면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 맥아더 장군이다. 그 맥아더 장군 역을 테이큰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맡고, 비교적 선이 굵은 연기를 하는 이정재와 이범수가 출연한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이 개봉된다고 해서 스케일이 좀 큰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리라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개봉을 앞두고 단순한 국뽕영화일 뿐이라느니, 지나친 선과 악의 대립, 즉 남한은 무조건 선이고 북한은 무조건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이분법적 시각이라느니, 리암 니슨은 왜 출연한 건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혹평이 쏟아져 일찌감치 기대를 접었다. 그런 말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어도, 지나치게 기대했다가 실망이 클까봐 염려스러웠.. 더보기
부산행 공유와 마동석이 지켜낸 부산은 과연 안전지대일까? 부산행 공유와 마동석이 지켜낸 부산은 과연 안전지대일까? 암(癌)과 악(惡)은 닮았다. 특히 일단 먹잇감을 발견했다 싶으면 바로 침투해 강한 번식력과 감염력으로 주변을 오염시켜 버리는 점이 더욱 닮았다. 암은 일단 몸속에서 활동을 시작하면 정상세포를 쇠퇴시켜 장기(臟器)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리고 또 다른 장기로 옮겨간 암 유전자는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런 반복이 거듭되는 동안 결국 자신의 주거지인 몸 전체가 망가지고 자신 역시 죽고 만다. 예전에 어느 암 환자분이 "암아, 내가 죽으면 너도 죽으니까 너무 바쁘게 서두르지 마라"고 했다던 우스갯말이 생각나게 하는 암의 무지몽매함과 맹목성이다. 악도 무지몽매함과 맹목성에서는 암과 다를 바가 없다. 그곳이 어디든, 어떤 사람이든 일단 그 씨가 .. 더보기
굿바이 싱글 김혜수식 가족 만들기와 변해가는 가족의 개념 굿바이 싱글 김혜수식 가족 만들기와 변해가는 가족의 개념 "무자식이 상팔자"라던데, 내 편이 없다면서 '자식 만들기' 프로젝트에 나선 여배우 고주연(김혜수)의 엉뚱발랄을 넘어 천방지축에 좌충우돌 분투기를 그린 [굿바이 싱글](김태곤 감독)은 그저 스크린이 보여주는 대로 부담없이 즐기기만 하면 되는 영화였다. 물론 마음 가볍게 볼 수 있다고 해서 그저 재미만 줄 뿐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표나게 드러내지 않고 스토리 속에 잔잔히 녹인 탓인지 괜스레 한탄스럽다거나 안타깝다거나 분노가 치민다든가 하는 감정놀음에 휩싸이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런 감정적 스트레스라면 이미 스크린 밖 현실세계에서 넘치도록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굿바이 싱글 김혜수.. 더보기
비밀은 없다 손예진의 광기의 폭주 차라리 비밀이 있는 게 낫겠다 비밀은 없다 손예진의 광기의 폭주 차라리 비밀이 있는 게 낫겠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 신경외과 의사 이영오(장혁)는 어린시절 뇌중추 이상으로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음을 알게 된다. 다행히 의사로서 명망이 높고 실력도 뛰어난 아버지(허준호)를 둔 덕분에 그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인위적인 훈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면서 적어도 외면상으로는 정상인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모습을 갖춘다. 다만, 그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큰 특징인 냉혈한의 면모를 언뜻언뜻 내보여 주변사람들로 하여금 뭔가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데, 이는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냉철함으로 치부된다. 아니, 드라마상에서는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긴장할 수밖에 없는 .. 더보기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김명민보다 더 돋보였던 김영애의 차가운 손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김명민보다 더 돋보였던 김영애의 차가운 손 [신도 버린 사람들]의 저자 나렌드자 자다브는 인도 푸네대학 총장으로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로도 명망높은 사람이다. 누구든 그런 위치에 오르기까지에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겠지만, 나렌드자 자다브가 처해 있던 상황에서는 거의 죽음도 초월한 정도라고 할 만큼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조국 인도에서 Untouchable,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말 그대로 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즉 그림자만 닿아도 오염된다고 해서 학대받고 박해받는 불가촉천민에서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지도자로 우뚝 선 것이다. 인도의 힌두사회에 브라만, 크샤트리야, 바이샤, 수드라라는 네 개의 계급으로 나누어진 카스트 제도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더보기
미 비포 유 보완과 상생의 삶, 그리고 존엄사 미 비포 유 보완과 상생의 삶, 그리고 존엄사 예전에 자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머리는 그닥 좋지 않지만 외모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여인이 있었다. 누구할 것 없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더 매력을 느끼는 법인지라, 이 여인도 외모는 별볼일없지만 머리는 기가 막히게 좋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결혼까지 하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그가 도무지 관심을 보이질 않자 그녀는 와 를 합치면 가 태어나지 않겠느냐는 말로 은근한 청혼을 했다. 하지만 남자는 만일 가 태어나면 어떡할 거냐며 딱잘라 거절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주변에 보면 신기하게도 자녀가 부모의 좋은 점만 닮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닮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만 닮아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더보기
아가씨 김민희 남자들 세상 한복판에 도시락폭탄을 날리다! 아가씨 김민희 남자들 세상 한복판에 도시락폭탄을 날리다! 갑질 세상이다. 아무래도 사람들 내면에 깊이 뿌리내린 고약한 속성 중 으뜸이 갑질인 듯하다. 재벌 회장이니 VIP고객을 내세운 갑질은 이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뭐든 상대보다 눈꼽만큼이라도 나은 위치에 있다 싶으면 어김없이 갑질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청을 주는 기업이 그렇고, 회사 상사니 교수님, 선생님이 그렇고, 하다못해 선배도 기회만 되면 갑질이다. 그뿐인가. 갑질은 가족들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부모들이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갑질이고, 몇 년 먼저 세상 구경을 했다는 이유로 동생들 위에 군림하려는 것도 엄연히 갑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갑질 중에서도 가장 지독하고 끔찍하고 가혹하고 .. 더보기
싱 스트리트 음악으로 승화시킨 질풍노도의 청춘 싱 스트리트 음악으로 승화시킨 질풍노도의 청춘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널리 알려져 있는 피천득 시인의 [청춘예찬]이라는 수필의 첫 대목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는 청춘! 그 말은 분명히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청춘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이라는 말에 가슴이 설렐 여유가 전혀 없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그 말에 가슴이 설레는 것은 그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버린 후, 죽었다 깨어나도 그 시절로는 결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기에 이르렀을 때이니, 참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