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그리고 이경영>과 윤학철..제발 더 이상 그 허상에 속지 말자

 

군함도 <그리고 이경영>과 윤학철..제발 더 이상 그 허상에 속지 말자

 

개봉일만을 기다리고 있던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였기에 오프닝 크레딧부터 긴장된 마음으로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듯 읽어나갔다. 출연배우들 중에서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의 이름이 죽 나오고, 마지막으로 <그리고 이경영>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요즘 많은 영화에 출연해 갖가지 배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경영이기에 '아, 이 영화에도 출연했구나'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왜 그냥 이경영이라고 하면 되지 <그리고 이경영>이라고 했지?' 하고 잠깐 의문이 들었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에 그 의문이 풀렸다.

 

과연 <그리고 이경영>이라는 식으로 소개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팩트를 바탕으로 창작이 가미된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인 독립운동의 핵심인물 윤학철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서 꼬리칸의 지도자 길리엄(존 허트)을 연상케 하는 윤학철이었는데, 더 자세한 이야기는 누설의 염려가 있으니 이쯤에서 접어야겠다.

 

 

그 동안 몇몇 TV 프로그램을 통해 군함도의 실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실상을 영화로 보게 되는구나 싶어 꽤나 기대를 걸었었다. 더구나 류승완 감독에,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등장하지 않는가. 

 

하지만 군함도의 실상을 보여주는 데 더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 영화였으면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숱한 사람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죽음의 섬 하시마에서 웬 신파가 넘치는 스토리가 펼쳐지는 것이 많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군함도 <그리고 이경영>과 윤학철..제발 더 이상 그 허상에 속지 말자

 

천 미터 깊이의 막장에서 죽고 싶어도 차마 죽지 못해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막노동자들의 피튀기는 고난의 삶을 뼈와 살이 아프도록 공감하고 싶었지만, 군함도와 갱도는 그저 영화의 소재로 활용되었을 뿐인 듯했다. 

 

특히 황정민은 영화 [히말라야]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엉엉 울어대는 과잉감정으로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을 앗아가버리더니, [군함도]에서는 오직 자신의 딸 소희만을 살리고자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 애끓는 부정(父情)이 도무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게 마련이라지만, 수백 명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인데, 소중한 목숨이 어디 소희 하나뿐이랴. 

 

 

소지섭과 이정현의 로맨스인 듯 로맨스 아닌 스토리도 왠지 작위적으로 느껴지고, 윤학철을 탈출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잠입한 불사조, 총을 몇 발씩 맞고도 죽지 않는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송중기의 무소불위의 힘도 비현실적으로 여겨져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에 굳이 [군함도]라는 제목을 붙일 일이 있었을까 싶었다. 아니면 차라리 [군함도 탈출]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을까. 실제로 군함도 탈출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니, 실제로 이런 탈출사건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군함도이기에 도망쳐 봐야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마음아프게 떠오를 뿐이다.)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면서 일은 고되기 짝이 없어서 피골이 상접해 있었을 게 분명한데, 출연진들이 하나같이 너무 영양상태가 좋아서 몸짱에다 살집도 단단해 보이는 것도 좀 아쉬웠다. 무조건 시커멓게만 분장을 할 게 아니라 마르고 여윈 모습을 통해 당시의 실상을 더 처절하게 느끼게 해주었더라면 더욱 공감이 갔을 텐데... 이정현만이 배역을 위해 몸무게를 36킬로그램까지 감량을 한 듯했다.

 

 

다만, 송중기가 수많은 탄광 사람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마음과 힘을 한데 모으고, 나름대로 전략을 짜고, 사람들에게 저마다 할 일을 지시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올바른 리더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윤학철같이 제 한몸 편하고, 제 이익 챙기고자 자신을 믿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비겁한 리더도 있으니 말이다. 

 

곧이어 한꺼번에 몰살시키기 위해 지하갱도로 몰아넣을 것이면서도 윤학철이 너무나도 선한 얼굴과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희망고문까지 할 때는 정말 화가 치밀었다. 예나 지금이나 딱 박쥐 같은 윤학철류의 인간들은 도무지 사라질 줄을 모르는 것 같다. 또 윤학철 같은 인간을 따르는 어리석은 무리들도 비열함과 잔인함을 장착한 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사필귀정이라고, 늦든 빠르든 그 정체가 결국엔 만천하에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군함도] 홈피에 올라 있는 스토리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탄 배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징용해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던 ‘지옥섬’ 군함도였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조선인들이 해저 천 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해야 하는 군함도. 강옥은 어떻게 하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를 다하고, 칠성과 말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한편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운동의 주요인사 구출작전을 지시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일본 전역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고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군함도에서 조선인에게 저지른 모든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하려고 한다. 이를 눈치챈 무영은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조선인 모두와 군함도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지옥섬 군함도, 조선인들의 목숨을 건 탈출이 시작된다.

 

이상, [군함도 <그리고 이경영>과 윤학철..제발 더 이상 그 허상에 속지 말자]였습니다. 군함도의 실상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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