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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별미국수 평양냉면 함흥냉면 콩국수 우무냉국

 

여름철 별미국수 평양냉면 함흥냉면 콩국수 우무냉국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울산, 부산, 대구, 경주 등 30여 개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데, 특히 경주는 어제 오후 2시 30분경 거의 40도까지 치솟아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되도록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평소보다 자주 마셔서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여름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여름철 별미국수가 있습니다. 냉면(평양냉면, 함흥냉면), 콩국수, 우무냉국이 그 주인공입니다. 시원한 소바도 있지만, 우리나라 전통국수인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콩국수, 우무냉국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요리법은 아니고 음식의 역사와 음식에 얽힌 문화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의 [음식으로 읽는 한국생활사]를 참조했습니다. [여름철 별미국수 평양냉면 함흥냉면 콩국수 우무냉국]입니다. 시원하게 드시면서 아직 한참 남은 여름 무더위 잘 견디시기 바랍니다. 

 

여름철 별미국수 평양냉면 함흥냉면 콩국수 우무냉국

 

■ 평양냉면

 

문자 그대로 '차가운 국수'라는 뜻을 가진 냉면이 문헌에 보이는 시기는 조선시대 중반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차가운 국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선시대 문헌에서 냉면이라는 음식이 본격적으로 보이는 것은 18세기 이후다.

 

다산 정약용은 면발이 긴 냉면에 김치인 숭저(菘菹)를 곁들여 먹는다고 했고, 정약용과 같은 시대를 산 실학자 유득공 역시 평양을 여행하면서 가을이면 냉면 값이 오른다고 했다. 이때면 벌써 겨울철에 접어들 무렵이어서 냉면 값이 오를 정도로 평양사람들은 냉면을 많이 먹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실학자 이규경은 평양의 명물로 감홍로와 냉면을 꼽았는데, 감홍로란 계피와 생강을 꿀에 버무려 소주를 붓고 밀봉해 담그는 술이다. 40도가 넘는 독주로 감홍로 중에서도 평양에서 담근 것이 유명했다. 평양에서는 고기 안주에 감홍로를 마신 후 취하면 냉면을 먹으며 속을 풀었기에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이 생겼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베이스로 해서 만든 육수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는 평양냉면은 감칠맛과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평양냉면의 특징은 꿩고기나 양지머리를 삶아 기름기를 걷어낸 후 잘 익은 동치미 국물을 같은 양으로 섞어 시원하고 감칠맛이 도는 냉면 국물에 있다. 요즘 우리가 먹는 평양냉면은 현대인의 식성에 맞도록, 또 서울사람의 입맛에 맞도록 바뀌어 전통 평양냉면의 맛과는 차이가 있다. 

 

 

 함흥냉면

 

일반적으로 물냉면은 평양냉면,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이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평양냉면을 비벼서 먹기도 하고 함흥냉면은 물냉면으로 먹기도 한다. 하지만 평양냉면은 비벼먹기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고, 반대로 함흥냉면은 비벼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구분하는 본질적 차이는 국수를 만드는 면의 재료다. 원칙대로 만들자면 평양냉면은 메밀로 전분을 뽑는 반면 함흥냉면은 메밀이 아닌 감자 전분으로 국수를 뽑는다. 평양냉면은 순메밀로 만들기 때문에 구수하고 담백하며 툭툭 끊어지면서도 쫄깃한 맛이 특징이다. 반면에 감자녹말로 만든 함흥냉면은 쇠심술보다 질기면서 오들오들한 맛이 매력이다.

 

차가운 국수인 냉면은 원래 겨울철에 먹었기 때문에 늦가을에 추수하는 메밀로 국수를 뽑아야 제격이다. 실제로 함흥냉면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냉면들, 이를테면 해주냉면이나 진주냉면도 모두 메밀국수로 만들었다. 그런데 유독 함경도에서만 감자녹말로 국수를 뽑은 것은 함경도에서는 메밀을 대량으로 재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흥냉면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냉면이 아닌 것이다. 본고장인 함경도에서는 냉면 대신 녹말국수 또는 농마국수라고 불렀으며, 지금도 북한에서는 농마국수라고 하지 함흥냉면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이 생격난 것은 해방 이후,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서 평양냉면이 크게 유행했기 때문이다. 평안도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만들어 파는 평양냉면이 인기를 끌자 함경도 출신들도 농마국수라는 향토색 짙은 이름 대신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으로 국수를  판 것이다. 

 

함흥냉면의 또 다른 특징은 냉면에 회를 얹는 것이다. 냉면에 홍어회나 가자미식혜, 명태식혜를 얹어 비벼먹는 것인데, 사실 회냉면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함경도 어르신의 기억에 따르면 회냉면이 함경도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10년 전후라고 한다.

 

 

 콩국수

 

콩국수가 언제부터 서민들의 여름철 별미가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19세기 말의 요리책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나온다. 콩을 물에 불린 후 살짝 데치고 갈아서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밀국수를 말아 깻국처럼 고명을 얹어 먹는다고 했다. 콩

 

국수의 주재료인 콩국은 먼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자주 마시던 음료였다. 다만 지금의 두유를 마시는 것처럼 건강음료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콩을 갈아 국물을 만들어놓고 배가 고플 때마다 부족한 양식 대신 수시로 콩국을 마시며 영양을 보충했다.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자신은 친지들과 콩 먹는 모임인 삼두회를 만들어 콩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이익이 주로 먹었다는 콩 음식이 콩죽 한 사발, 콩국 한 잔에 콩나물 한 쟁반이다. 그럴듯한 이름의 삼두회란 가난한 살림을 아름답게 묘사한 수사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다산 정약용 역시 봄철 춘궁기가 되면 곡식 뒤주 비는 일이 잦아서 콩국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며 지낸다고 했으니 콩국수의 주재료인 콩국은 청빈한 선비들이 절개를 지키며 먹는 음식이었고, 살림이 넉넉지 않은 서민과 농민들이 양식 대신 마시던 음식이었다. 

 

 

 우무냉국

 

우무냉국은 무더위가 한창일 때 특히 어울리는 음식으로, 조선 후기 정조 역시 속을 식힐 때 우무요리를 즐겨 드셨다. 요즘은 우무냉국과 냉채는 집에서 특별히 만들어 먹지 않는 한 주로 분식집이나 재래시장에 가야 먹을 수 있다. 사실 우무로 만든 반찬이 특별히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 것처럼 고급 음식점보다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우무가 무척 고급 음식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해동죽지](海東竹枝)에서도 우뭇가사리를 원료로 만드는 우무는 남해안의 명물로 여름철이면 임금님도 즐겨드시던 청량식품이라고 소개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로 투명한 우무묵을 만들어 궁궐에 진상하는데, 묵을 가늘게 썰어 초장을 쳐서 냉탕으로 만들어 마시면 상쾌하기 때문에 더위를 씻을 수 잇고 갈증도 덜어낼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우무냉국이나 우무냉채처럼 더위를 식히는 여름철 별미였던 것이다.

 

조선 후기 우무는 양반들의 별미이기도 했다.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은 여름에 먹는 우무는 수정처럼 맑고 차가운데 국수처럼 초장에 말아 먹으면 몹시 상쾌하다고 했다. 조선 중기인 광해군 무렵에도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저국의 유명 음식을 품평한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바닷가에서 나는 해초 중 우모(牛毛)라는 것이 있는데 열을 가하면 녹는 성질을 이용해 묵을 만든다고 적었다. 소털이라는 뜻의 우모는 생김새가 마치 소털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우무를 동결건조한 것이 한천인데, 아이스크림이나 양갱의 원료로 쓰인다. 한천이라는 이름은 일본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추운 겨울날 햇볕에 우무를 집밖에 내놓고 말리다가 우연히 동결건조된 우무를 얻게 되어 한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영어로는 아가(agar)로 어원은 말레이어이며 현지어로 젤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상, 여름철 별미국수 평양냉면 함흥냉면 콩국수 우무냉국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