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일엔 영화도 보고 서울데이트코스로 손꼽히는 이화동 벽화마을에도
가보려고 대학로에 갔었습니다. 연인들의 데이트코스, 혹은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한 이화동 벽화마을은 종로구 이화동에 있는 벽화마을인데, 대학로에는
이따금 나가도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곳에 있는 벽화마을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언제든 시간이 되면 꼭 한 번 가보리라고 벼르고 있었던 곳입니다.
이화동 벽화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좁은 계단이 있긴 하지만 꽤 가팔라서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거나 하면 오르내리기가 무척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듯 가파른 산언덕에 마치 영화 세트장으로 만들어놓은 건가 여겨질 만큼
옛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집들이 빼곡한 것도 좀 신기했구요.
서울데이트코스 이화동 벽화마을 나들이 가는 길
검색을 해보니 이화동 벽화마을이 있는 낙산은 서울을 둘러싼 내사산(남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중
하나입니다. 그 낙산 아래에 일제시대 때 지어진 적산가옥이 수백 채 자리잡고 있는데,
2006년 화가 한젬마씨 등 68명의 예술가가 참여한 '낙산 공공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마을 곳곳이 벽화로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TV프로그램이나 각종 드라마,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 날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몰려온 바람에 사진을 찍기가 수월치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찍지 못한 사진도 있고, 또 작은 골목들이 많아서 구석구석 다 돌지 못해서
빠뜨린 것도 있는데, 언제든 다시 가서 미처 못 본 그림들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로 데이트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이화동 벽화마을을 거닐면서 듣기에 좋은 버스커버스커 출신
장범준의 낙엽엔딩 함께 올립니다. 봄에는 화사함이 가득한 벚꽃엔딩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올가을엔 애절한 감성이 담긴 낙엽엔딩을 들고 찾아왔네요.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벚꽃엔딩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한 노래입니다.
장범준 낙엽엔딩
서울데이트코스 이화동 벽화마을 나들이 가는 길 혜화역 앞 신문 읽는 중년신사들
혜화역 샘터파랑새극장 앞에 세워져 있는 조형물입니다. 멋드러진 중절모를 쓴 중년의 신사들이 저마다
꽤나 진지한 모습으로 신문을 펼쳐들고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저 손에 신문보다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는 경우가 많으니 좀 격세지감이 들긴 합니다. 게다가 화창한 날이면 상관없겠지만 날씨가 잔뜩
흐린 날이나 어둠이 짙게 내린 밤에 보면 진짜 사람이 서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흠칫 놀랄 것 같기도 합니다.
이화동 벽화마을로 가는 도중 쇳대박물관 못 미처서 있는 디마떼오(Di Matteo) 피자집 앞에 떡하니 걸터앉은
원숭이 아저씨입니다.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사색에 잠겨 있는 모습이 아주 그럴싸합니다. 다마떼오는 원숭이를 닮은 이원승씨가 운영하는
화덕피자집인데, 아주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다고 하니 다음에 꼭 들러봐야겠습니다.
이것은 쇳대박물관에 걸려 있는 조형물입니다. 쇳대박물관 전체가 나오도록 찍어야 하는데,
벽화마을로 빨리 가려는 마음이 앞서서 쇳대박물관의 멋진 모습을 제대로 담질 못했습니다.
저 위에 앉아 계신 분이 마치 세월을 낚고 있는 노신사처럼 보이네요.
쇳대는 경상도 사투리로 표준말은 열쇠나 자물쇠입니다. 이 쇳대박물관에는 우리나라의
옛 열쇠와 자물쇠,세계 각국의 독특한 열쇠와 자물쇠들이 진열돼 있다고 합니다.
그 동안 오가면서 외관만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곳도 꼭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쇳대박물관 맞은편 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인 듯햇습니다.
해바라기꽃을 닮은 해를 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희망으로 가득차 있는 듯합니다.
벽화마을 초입에 있는 일명 천사의 날개라고 불린다는 벽화입니다. 저 한가운데에 서면 누구든 바로
천사로 변신할 수가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서서 사진을 찍었는지 벽 빛깔이 달라져 있습니다.
그 날도 저곳에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가 빌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습니다.
정 헤어살롱입니다. 담에 큼지막하게 그려놓은 얼굴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벽화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조용히 해달라는 듯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쉿!"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이곳 벽화마을엔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어서 목청껏 떠들지 않도록 조용히 할 필요가 있었는데,
사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해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꽃계단입니다. 진달래꽃은 아니지만, 사뿐히 즈려밟고 올라갔습니다.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 사진을 찍는 바람에 비어 있는 순간을 찍기 위해서는 오래 기다려야 했습니다.
저 위에서 또 누군가가 내려올까봐 급히 찍느라고 더 근사한 꽃 모양이 나오지 못해 아쉽습니다.
버킷리스트입니다. 죽기 전에 --------- 싶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 씌어 있습니다.
다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열심히 적은 한복판에 "안 죽어"라는 글귀가 눈에 띕니다.
그러고 보니 죽기 전에 안 죽는 법을 알아내고 싶다는 소망도 충분히 가져볼 만한 것 같습니다.
계단 옆에 그려져 있는 조각배입니다. 두둥실 흘러서 바다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빈 배이니, 장자의 빈 배처럼 다른 배와 부딪쳐도 화내는 법도 없이
목적지까지 꿋꿋하게 잘 나아갈 거라고 생각됩니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테라스입니다. 강이나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곳에 살면 계절의 변화, 즉 자연의 변화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계절의 변화는 말할 것도 없고, 비오는 날, 바람부는 날,
눈 내리는 날, 그리고 날씨가 흐리거나 화창한 것의 변화도 더욱 눈과 마음에 뚜렷하겠지요.
특히 밤이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평소에는 칠흑같은 어둠뿐이겠지만, 문득 불빛이 비쳐들 때나
달빛이 환한 날이면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해 줄 것 같기도 합니다.
저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에 부러운 게 아무것도 없을 듯합니다.
아, 물론 커피가 빠지면 절대로 안 될 테지만요. 짙으면서도 풍부한 맛과 향이 느껴지는 그런 커피 말입니다.
때로는 위스키를 넣은 혹은 레몬 조각을 띄운 홍차도 좋겠네요. 아니면 좀 피로가 누적된 날이면 설탕을
듬뿍 넣은 뜨거운 홍차도 기분좋게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줄 것 같습니다.
이 두 꼬마 아가씨들은 무슨 일인지 좀 화가 나서 뾰루퉁한 표정들을 짓고 있습니다.
누가 더 예쁜지 말다툼이라도 벌였던 것일까요? 아니면 꼬마 아가씨는 두 명이 아니라 한 명이고,
가운데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거울이 있어서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속상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 건 아닌가 제 마음대로 상상해 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림의 좋은 점이기도 하지요.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으로 마음대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이곳은 이화동 대장간입니다. 벽화는 그려져 있지 않지만 대장간임을 알리는 표지가
근사해서 찍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래쪽 사진은 대장간 창살 너머로 카메라를 밀어넣어서
찍은 내부 사진입니다. 수도와 양동이, 물뿌리개, 그리고 이끼가 가득한 함지박이 있네요.
함지박 가득한 이끼가 세월의 더께가 짙게 내려앉아 있는 곳임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Le Petit Cadeau. 작은 선물가게인 듯합니다. 마치 장난감집처럼 앙증맞은 저 작은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답고 예쁜 선물들이 가득할까요?
그런데 보통은 선물가게라면 진열장도 만들고 해서 예쁜 선물들을 보여주는 법인데,
이곳은 왜 문을 꼭 닫아두었을까 문득 의아해집니다. 비밀주의,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저 안으로 일단 발을 디디면 다시는 돌아나올 수 없는 건 아닌지 으스스한 상상도 제 멋대로 해봅니다.
예쁜 선물가게 앞에서 할 법한 상상은 아니지만 말입니다..ㅎㅎ
안녕!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꼬마둥이입니다. 저도 모르게 마주 "안녕"하고 인사하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싶을 만큼 밝은 모습입니다.
카페 펭귄입니다. 그런데 카페보다는 카페 옆 담벼락에 그려진 뽀글머리가 먼저 눈이 들어옵니다.
조그만 얼굴에 저렇듯 부풀린 머리를 하고 있으면 목이 잘 견뎌낼지 걱정이 됩니다.
이 말을 들으면 뽀글머리의 주인은 별걱정을 다한다고 눈을 흘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ㅋ
코리안 스낵/얼음막걸리. 개미진 막걸리를 파는 술집인가 봅니다.
'개미지다'는 저 벽에 씌어 있는 대로 감칠맛난다, 특별한 맛이 있다 라는 뜻을 가진 남도 사투리라고 합니다.
사진 찍느라고 바빠서 저 개미진 막걸리 한 잔을 못 마시고 온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우리 모카만큼이나 귀여운 강아지들입니다. 다른 그림들도 그렇지만, 이 그림은 특히 더 실제와
가깝게 그려져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서경이와 정현이, 종호와 유리 등 모두 모두 언제까지고
이 두 마리의 강아지처럼 정답게 지내길 소망해 봅니다.
잉어들이 힘차게 계단을 헤엄쳐 오르고 있습니다. 잉어 중에서도 비단잉어입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거침없이 헤엄치면서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없던 기운도 마구 솟구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가파른 계단도 오르고 이 골목 저 골목 헤집고 다니다 보니 다리가 아플 때쯤 나타난 긴의자.
저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노라면 금세 새로운 기운이 샘솟을 것처럼 따스해 보이는 의자였습니다.
오후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신랑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고 있는 신부입니다.
바라보는 쪽에서 저 사진 왼편으로는 신부의 손을 잡고 있는 신랑이 있는데, 그늘이 너무 짙게 드리워져서
사진이 못쓰게 됐습니다. 그냥 소중한 신랑 얼굴은 자기만 보고 싶어하는 신부라고 해두어야겠습니다. ㅎㅎ.